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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60돌 '한국의 CSI'…세계가 인정한 과학수사

미국의 인기 드라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를 시청하는 재미 중 하나는 과학수사 요원들이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사건 해결의 단초를 얻어내는 과정을 보는 것이다.

굳이 드라마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장비와 인력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아직 모자란 수준이다.

하지만 국과수는 한국인 특유의 창의력과 끈기로 우리만의 과학수사 기법을 발전시켜 외국에서도 CSI 못지않은 감정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 "감히 너희가?"…프랑스 콧대 꺾은 국과수

2006년 7월 발생한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은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을 한 수 아래로 보던 프랑스의 오만한 콧대를 꺾은 쾌거였다.

외국인과 부유층이 주로 거주하는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의 한 프랑스인 주택 냉동고에서 발견된 아기 시신 2구는 전 국민을 경악게 했다.

부검 결과 질식사로 감정된 이 아이들을 누가 살해했는지 밝히려면 먼저 이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내야 했다.

이 시신을 발견한 집주인 장-루이 쿠르조씨의 구강세포 시료는 확보했지만, 그의 부인 베로니크 쿠르조씨는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어 직접 유전자를 채취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국과수는 집에 있던 칫솔과 빗, 귀이개 등 생활용품에 주목했다.

사용한 지 오래된 칫솔이고 시료 자체가 극미량이라 구강세포 채취가 쉽지 않았지만 국과수 유전자분석실은 집요했다.

결국 칫솔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분석한 국과수는 베로니크씨의 유전자를 얻는 데 성공했고, 사망한 아이들의 부모가 이들 부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건 발생 2주 만에 이런 결과를 경찰이 발표하자 프랑스는 "베로니크씨 유전자 감정이 너무 빨리 이뤄져 신뢰할 수 없다"고 버텼다.

국과수는 일반적으로 보름 이내에 분석을 완료해 수사기관에 통보하지만, 프랑스는 유전자 분석 한 건에 3개월 이상 걸리는 상황이라 믿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수사기관이 현지에서 베로니크씨의 시료를 직접 채취해 감정해보니 국과수의 결과는 틀림없었고, 결국 그녀는 자신이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가 너무 오만했다'며 자기반성을 촉구했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국과수에 직접 취재를 오기도 했다.

◇ 캐나다 법의학자 상대 KO승…만삭 의사 부인 살해 사건

2011년 1월 발생한 '만삭 아내 살해 사건'은 국과수가 캐나다 법의학자와 정면 대결에서 이긴 사례로 기록됐다.

만삭인 아내 박모(당시 29세)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백모(34)씨는 재판에서 해외의 권위 있는 법의학자들을 증인으로 불러세워 국과수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쟁점은 사망 원인이었다.

국과수는 박씨가 목이 졸려 사망했다는 소견을 제시했지만 백씨 측은 박씨가 의식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로 질식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백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캐나다의 법의학자 마이클 스벤 폴라넨 박사였다.

'이상자세에 의한 질식사'에 대한 논문을 쓴 적이 있는 폴라넨 박사는 박씨의 시신에 있는 시반(屍斑) 등이 미약해 사고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부검 결과뿐 아니라 박씨 눈가에 흐른 미세한 혈흔과 사건 현장인 욕실 물건들의 위치 등을 토대로 폴라넨 박사를 몰아세웠다.

결국 해외의 유명 법의학자와 맞붙은 한 판 대결은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법적다툼 끝에 국과수의 승리로 끝났다.

2013년 대법원은 "폴라넨 교수의 진술이 국과수 부검의의 부검결과와 증언을 배척할 만한 합리적 의심을 품기 어렵다"며 백씨에 대해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

◇ 뉴질랜드 총리 "국과수 와주세요"…세계가 인정한 국과수

대형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가장 시급한 것은 사망자의 신원 파악이다.

국과수가 재해에서 신원을 파악하는 능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4년 서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하자 세계 각국은 자국민 희생자를 확인하고 생존자를 찾아내 송환하기 위해 과학수사 인력을 급파했다.

국과수는 유전자 분석 기법을 통해 어느 나라 팀보다 빨리 희생자 신원을 파악해 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대형 재난이 발생한 나라에서 국과수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경우가 속속 생기고 있다.

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지진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뉴질랜드 총리는 뉴스 인터뷰를 통해 한국 법과학자들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현장에 파견된 국과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현장에 파견된 법치의학 전문가는 희생자 중에서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을 바로 구분해 냈다.

국가별로 치아를 치료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시신의 국적을 구분해 낸 것이다.

이렇게 높아진 국과수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작년 4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1회 중동 법과학회였다.

UAE는 이 행사에 국과수를 단순히 초청한 것을 넘어서 공동 주관을 요청해 서중석 국과수 원장이 공동 학회장을 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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