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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폭염 4번 중 3번은 온난화 때문

[취재파일]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폭염 4번 중 3번은 온난화 때문
폭염과 함께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시작됐다. 영남과 전남, 강원 일부지역에는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 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올여름 더위는 전반적으로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하고 있지만 중간 중간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들어 기록적인 폭염이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기록적인 폭염이나 집중호우, 가뭄, 강력한 태풍 등이 나타나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기록적인 기상현상이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발생한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이 또 어디까지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적인 현상일까?
 
하나의 기록적인 폭염이나 집중호우를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했다 아니다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기록적인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날 경우 기록적인 기상현상 전체 가운데 몇 %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얘기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기록적인 기상현상이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을까? 또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기록적인 기상현상은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가?
 
스위스 연구팀은 25개의 서로 다른 기후 모형을 이용해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현재까지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기록적인 현상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증가했고 또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온난화로 인해 기록적인 기상현상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지 산출하는 연구를 했다(Fischer and Knutti, 2015).
 
연구결과 우선 지난 133년(1880~2012) 동안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 평균 기온이 0.85℃ 상승하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4배 정도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록적인 폭염의 75%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때문에 추가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1880년대 중반 같으면 10년에 한번 정도 발생하던 기록적인 폭염이 지금은 10년에 4번이나 발생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번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폭염이라는 뜻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기록적인 폭염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기록적인 폭염의 횟수는 1880년대 중반에 비해 12배 정도나 급증하고 기온이 2℃ 올라가면 기록적인 폭염의 횟수는 25배 정도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1.5℃에서 2℃ 올라가는 것은 단지 0.5℃ 차이에 불과하지만 기록적인 폭염 발생횟수는 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파괴력이 지금까지보다 앞으로 더욱 더 급격하게 커진다는 뜻이다.
 
또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염의 80%정도는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고 기온이 2℃ 상승할 경우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염의 90%가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발생하는 기록적인 폭염의 80~90%는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나타나지 않을 폭염이라는 뜻이다.
 
기록적인 집중호우 역시 지구온난화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이 2℃ 상승할 경우 기록적인 집중호우 횟수는 1800년대 중반에 비해 1.5배 정도 늘어나고 기온이 3℃ 상승할 경우 2배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 기온이 0.85℃ 상승한 현재 전체 기록적인 집중호우 가운데 18%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 전 지구 기온이 2℃ 정도 상승할 경우는 전체 기록적인 집중호우 가운데 39%, 기온이 3℃ 상승할 경우는 절반 정도인 52%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집중호우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기록적인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크게 늘어나고 전체 기록적인 기상 현상가운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하는 기상현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라는 말이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날씨가 단순히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극단적이고 변덕스럽고 기괴하고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섬뜩하기까지 한 현상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말이다. 점점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늘어나면서 단순히'따뜻해진다'라는 뜻의 온난화(warming)라는 단어 대신 '기괴하고 섬뜩해진다'라는 뜻을 가진 위어딩(Weirding)을 쓴 것이다. 온난화로 기록적인 폭염이나 가뭄, 집중호우 같은 극단적인 현상이 크게 늘어날 경우'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이라는 말 대신 실제로 '글로벌 위어딩(Global Weirding)'이라는 말이 더 넓게 쓰일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E.M. Fischer and R. Knutti 2015: Anthropogenic contribution to global occurrence of heavy-precipitation and high-temperature extremes, Nature Climate Change, doi: 10.1038/nclimate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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