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시설 없는 터널 169곳…불나면 '속수무책'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작성 2015.05.24 20:29 수정 2015.05.24 2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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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터널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유독가스가 잘 빠지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터널 길이가 500m 이상이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갈 수 있는 대피통로를 만들도록 돼 있는데, 이런 시설이 없는 곳이 10곳 중에 3곳 이상이었습니다.

기동취재, 엄민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03년 서울 내부순환도로 홍지문 터널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2004년 터널 내 방재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길이 500m 이상 터널을 만들 때는 대피 통로를 설치해야 하고 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제연 시설도 만들라는 내용입니다.

과연 제대로 설치돼 있을까.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터널입니다.

대피할 만한 통로는 눈에 띄지 않고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빼주는 제연 시설도 없습니다.

이 터널은 2004년 이전에 만들어진 터널입니다.

[터널 관리 직원 : (대피시설은 따로 없나요?) 네, 없어요. (제트팬(제연시설)은 있어요?) 노후돼서 없앴어요.]

지난 2004년 방재 규정을 만들 때 그 이전에 만든 터널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터널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월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용역자료에 따르면, 전국 500m 이상 터널 중 37% 정도에 대피 통로가 없었습니다.

대피 통로를 새로 만들기 힘들다면 제연 설비라도 갖추면 되는데 대피통로가 없는 터널 중 61%엔 제연 설비조차 없었습니다.

[김경협/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무대책인 상황인데요, 하루속히 터널에 개선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

터널 내 화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규정과 시설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윤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