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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野, 안철수! 조국! '칼춤' 출 사람 누구 없소?

오늘 오후 국회 앞에서 삭발식이 열렸습니다. 젊은이들 뿐 아니라 머리 희끗희끗한 분들까지 5명의 새정치연합 울산시당 당원들이 국회까지 올라와서 삭발을 했습니다. 당이 위기인 만큼 친노와 비노가 화합하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제1야당의 혼란은 나아지기는 커녕, 점차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어제는 초, 재선 의원 12명이 제발 친노-비노 분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단합하고 혁신하자고 회견을 했는데,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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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는 왜 혁신위원장을 거부했을까?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원장, 안철수 전 대표는 왜 거부했을까요?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대표를 만나 전권을 주겠다고 한 그제까지만 해도, 희망 섞인 전망들도 상당했습니다. 혁신을 얼마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금 이 위기상황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이 함께 나선다면 이미지 만으로도 당이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조심스럽게 살아났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최고위원들은 계속해서 안철수 전 대표를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안 전 대표는 SBS 기자에게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제가 맡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오늘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한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적합한 분을 찾고 있으니 시간을 달라. 결과에 대해서는 문 대표 뜻에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 ‘칼춤 추었다 어찌 되려고?’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이후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아쉬움을 남긴 사퇴였던 만큼, 당대표 만큼 혁신의 전권을 가진 혁신기구 수장으로 전면에 나서는 게 기회일 법도 한데요, 안철수 전 대표는 혁신위원장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이 안정된 뒤에 말하겠다"고만 했습니다. 당 내분이 극심한 현 시점에선 위험이 더 큰 만큼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속내를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제대로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 혁신위원장은 칼을 빼들고 ‘칼춤’을 추는 자리인데, 여기저기 칼을 휘두르면 누구인들 살아남을 수 있겠나? 지난해 재보선 때 일명 ‘허동준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혁신한다고 칼춤 추다가 수십 명, 수백 명의 허동준이 달려들면 난장판이 될 수 있다... '공천 결과, 혁신 결과에 반발해 내부에서 보복성 총질이 계속 오가다 보면 정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관계에서 보다 자유로운 외부인이 혁신을 제대로 하는 게 당을 살리는 데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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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기득권 내려놓고 얘기해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혁신위원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혁신을 제대로 하려면 할 수는 있겠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대답부터 하라는 입장입니다. 혁신위원장 제안하려면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제대로 혁신을 하려면 당의 공식 기구에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가 기득권 포기를 공식 결의하고 당력을 모아 혁신위원장을 공동 추진하라” 는 것입니다.

당이 진정 혁신을 원한다면 그리 할만도 할 텐데, 혁신위원장 모시기 쉽지가 않습니다. 조국 교수는 혁신위원장 제안이 정식으로 이뤄지기도 전에, 이미 4선 이상 중진 용퇴나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등 파격적인 혁신 구상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권한을 주고 혁신 내용에 동의한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는데, 당내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중진 이상 용퇴, 현역 물갈이는 의원들 본인이 혁신의 대상, 즉 칼을 맞는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혁신위원장 잘못 들였다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신세이기 때문입니다.

● 혁신, 제대로 할 수 있는 겁니까?

‘혁신위원장 뽑으려다 당이 산으로 가게 생겼으니, 제대로 혁신 한번 해보게 외부 위원장 모시자’는 의견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당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그래도 당내 인사를 찾아보자,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외부 인사 들였다가 혼란이 더 가중되지 않았느냐 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하네요. 어쨌든 현재 상황으로는 당내에 혁신할 만한 인물 제대로 찾지 못해서, 논란 속에서 조국 교수를 비롯해 외부 인사들 두루 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누구에게 제의를 해도 ‘이 자리, 제대로 혁신할 수 있습니까?’하는 질문이 돌아올 만도 하겠죠. 인터넷상에서는 ‘조국 카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이종걸 원내대표가 상당한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종걸 원내대표는 "내가 반대를 하는 게 아니라, 조국 교수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하면서 본인이 하는 게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지역 출신을 고려해서 호남 출신 인사로 해야 한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도부는 개혁 인사 중에 호남 출신도 열심히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칼춤 출 전사’ 찾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당의 목표는 이번주까지 결론 내고 혁신기구 출범시키겠다고 했는데, 아직은 길이 안 보입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벌써 20일이 넘게 흘렀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이른바 '공갈' 발언 파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른 것도 지난 8일이니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계파를 초월한 혁신기구 구성이 당의 쇄신을 위한 첫 번째 대책인데, 어렵사리 혁신의 얼굴을 구한다고 해도, 제대로 혁신할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당을 살릴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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