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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경찰은 왜 10살 동훈이를 내사했나?

대담 : SBS 김종원 기자

▷ 한수진/사회자:
 
경찰이 초등학교 3학년이 10살짜리 아이를 내사를 했다고 합니다. 아직 아이인데 무슨 큰일을 저질렀기에 경찰이 아이를 조사했을까요? 복잡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한 SBS 보도국 사회부 김종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십시오.
 
▶ 김종원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무슨 일이에요?
 
▶ 김종원 SBS 기자:
 
동훈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가명을 써야 할 것 같아서요. 초등학교 3학년 지난해에 있었던 일인데 동훈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10살 아직 어린 아이인데. 설레는 여름방학 날 집으로 전화 한통 걸려 왔다고 해요. 받아봤더니 경찰이었는데 동훈이에 대해서 문제가 접수가 돼서 아이를 살펴봤는데 큰일은 아닌 것 같아서 우리가 조사를 종결할 테니까 어머니가 아이를 지도를 해주십시오,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그랬더니 체육시간에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고 경찰에 접수가 됐다, 그래서 알아봤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아이 가진 집에서 그것도 10살짜리 아이인데.
 
▷ 한수진/사회자:
 
경찰에서 전화 오면 깜짝 놀라죠.
 
▶ 김종원 SBS 기자:
 
평소에 이런 일이 많았다면 모르겠는데 갑자기 전화가 오니까 방학식날 집이 완전히 폭탄을 맞은 것처럼 난리가 났겠죠. 부모님은 여기저기에 알아보고요. 무슨 일이 있었나. 경찰이 체육시간에 다툼이 있었다, 이렇게만 얘기해줬지 자세한 이야기를 안 해줬다고 하거든요. 한마디로 그렇게 사건이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전화 한 통으로.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동훈이랑 싸운 아이가 경찰에 신고한 건가? 이런 질문이 생기네요.
 
▶ 김종원 SBS 기자:
 
그렇죠. 그랬을 것 같았어요. 저도 처음에 얘기 들었을 때 그랬을 것 같았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경찰한테 만약에 체육시간에 동훈이한테 맞은 아이가 있으면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하니까 언제, 누구한테 신고가 들어간 건지 알려주십시오, 물어봤는데 경찰이 그건 알려드릴 수 없다, 이랬다고 해요. 나름 담임선생님도 찾아가보고, 친구들도 찾아가보고 도대체 체육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냐, 수소문을 했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체육시간에 싸움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담임선생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요?
 
▶ 김종원 SBS 기자:
 
네. 이 부분은 저희도 취재를 해봤는데 지난해 동훈이 담임선생님도 통화를 해보고 했는데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친구들도 동훈이가 평소 싸움을 좀 하긴 했지만 체육시간에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 미궁에 빠지는 거죠. 부모님이 당연히 경찰에 계속 문의를 했어요. 무슨 일이냐, 자세히 좀 알려 달라, 그랬더니 경찰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실 첩보가 들어와서 내사를 진행한 거다. 내사가 뭐냐 하면 경찰도 기자들이 제보를 받는 것처럼 경찰도 첩보라는 걸 받는데 그러면 이걸 수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까리한 상황에서 먼저 내사를 합니다. 공식적인 절차인데 내사 번호를 따서 내사를 하는데 해봤더니 문제가 있다면 바로 수사전환이 되는 거죠. 그러면 피의자가 생기는 거고 이렇게 진행이 되는 건데요. 10살짜리 애를 내사를 했다는 거예요.

첩보를 했다는 누군가 동훈이를 인지하고 이 아이에 대해서 첩보를 보고했기 때문에 내사가 진행된 이런 상황인 거죠. 생각보다 문제가 컸던 거예요. 부모님이 첩보를 넣은 게 누군지 알려 달라. 역시 경찰은 안 된다. 이러면서 지루한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이게 최근에 뉴스에 나올 수 있던 것도 경찰이 정보공개청구, 누가 첩보를 넣었는지 정보공개청구를 부모님이 한 거를 두 차례 거절을 했고요. 이게 국민권익위까지 가서 행정 심판까지 간 끝에 공개해라 해서 경찰이 두 달 전에 마지못해 누가 첩보를 넣었는지 드디어 공개를 하면서 세상에 일이 알려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첩보를 넣은 경찰관이 누구던가요?
 
▶ 김종원 SBS 기자:
 
처음엔 황당했다고 해요, 부모님이. 누군지 봤는데 경찰관이 첩보를 넣었는데 누군지 전혀 몰겠다는 거예요. 동훈이가 다니는 학교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초등학교인데 여기서 25km 떨어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었던 거예요. 평소에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일면식도 없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동훈이에 대해서 첩보를 넣었더라는 거죠. 이 사람 누구인데 우리 아이를 어떻게 알고 거기다가 더 구체적으로 체육시간에 피구를 하다가 공을 잘못 맞혀서 다툼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첩보를 넣었을까? 이거 어떻게 알았을까? 이 사람 대체 누구지? 계속해서 수소문을 해봤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알고 첩보 넣은 거예요?
 
▶ 김종원 SBS 기자:
 
그래서 알아봤더니 이 분이 근무는 떨어진 곳에서 근무는 했지만 동훈이가 다니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동급생 A군이라고 하겠습니다. A군의 아버지, 같은 학부모였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문제는 A군이 동훈이와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서로 동훈이도 그렇고 A군도 그렇고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서로 그런 아이가 우리학교에 있는지 모르는 사이,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는 거죠. 아무리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이 아이들끼리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A군의 아버지는 도대체 동훈이를 어떻게 알고 첩보를 넣었을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면서 부모님도 집요하게 달라붙으셨는데 계속 알아봤더니 엉뚱한 데에서 사건이 발단이 된 것 같다, 라고 부모님이 결단을 내리셨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엉뚱한 사건이요?
 
▶ 김종원 SBS 기자:
 
의혹제기를 하시는 건데, 요약을 해봤더니 이렇더라는 것입니다. 동훈이와 A군이 아무 연결고리가 없는데 연결고리를 찾아보니 학기 초에 있었던 동훈이와 같은 반에 다니는 B군과 동훈이가 싸웠던 일이 떠올랐다는 거예요. 동훈이가 학기 초에 B군을 같은 반 친구가 되면서 다툼이 있었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학기 초에는 그런 일이 많죠.
 
▶ 김종원 SBS 기자:
 
네. 서너 번 정도 이 아이와 다툼이 있었는데 이때 이 B군의 어머니가 동훈이 어머니한테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항의를 하셨더라고요. 아이가 또 우리 아이랑 싸웠다, 주의를 시켜 달라. 이러면서 약간 트러블이 있는 아이가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 B군의 아버지도 알아봤더니 경찰관이더라는 거죠. 평소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까 자주 눈에 띄는데 B군의 가족과 A군의 가족이 같이 캠핑도 다니고 문화공연도 보러 다니고 평소 상당히 친하게 지내서 전혀 존재하지 않던 연결고리를 유추해보면 아무래도 동훈이와 싸웠던 B군이 같은 경찰관 가족이고 평소 친하게 지내니까 당연히 동훈이 얘기를 했을 것이고 이 얘기를 들은 동훈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A군의 아버지 경찰관까지도 이 얘기를 듣고 첩보가 작성된 게 아니냐. 이렇다면 이게 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동훈이 집에서는.
 
▷ 한수진/사회자:
 
지금은 어쨌든 의혹으로 제기한 상태고요?
 
▶ 김종원 SBS 기자:
 
저희가 고리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의혹이 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 않는 것은 일단 첩보를 작성한 A군의 아버지 이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아요. 내가 당시 첩보를 동네 아줌마한테 들었는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거든요. 경찰 측에서도 저희가 문의했더니 그랬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얘기하더라고요. 누구에게 들었는지 우리가 그것까지 알아낼 수는 없지만 그랬을 가능성도 있겠죠, 이 정도로 얘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서 문제가 되는데 공권력 사용하는데 사적 감정이 개입됐다는 거죠?
 
▶ 김종원 SBS 기자:
 
그랬다면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죠. 만약에 동훈이와의 싸움이 발단이 돼서 첩보까지 들어간 거라면 이건 아이들끼리의 싸움에 학부모의 사적 감정이 이입이 됐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데.
 
▷ 한수진/사회자:
 
그냥 학부모도 아니고 경찰이잖아요?
 
▶ 김종원 SBS 기자: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이래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 드는데 말이죠.
 
▶ 김종원 SBS 기자:
 
저도 사실 이 지점 때문에 뉴스 보도를 하게 된 건데 경찰 입장은 그래도 된다는 겁니다. 경찰 임무 중에 당연히 되는 임무가 첩보를 작성해서 넣는 그게 이 사회의 범죄활동을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첩보를 작성해서 넣는 게 당연한 경찰의 임무다. 심지어 한 달에 두 건씩 강제적으로 첩보를 넣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것도 첩보로 많이 들어온다.
 
▷ 한수진/사회자:
 
피의자 신고 없이 조사하는 것도 괜찮다?
 
▶ 김종원 SBS 기자:
 
그렇죠. 일종의 인지 조사죠. 경찰이 먼저 알고 신고가 없어도. 그러면서 설사 이 경찰관이 경찰관으로서 첩보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에서 첩보를 작성했어도 이게 동훈이라는 아이가 학교폭력의 길로 빠질 수 있는 걸 막을 수 있는. 큰 뜻에서 봤을 때 정의를 위한 일이라면 설사 학부모의 입장에서 훈육을 위해서라도 했어도 가능한 일이다.
 
▷ 한수진/사회자:
 
선도를 위해서?
 
▶ 김종원 SBS 기자:
 
그렇죠.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이게 문제가 있는 게 뭐냐 하면 솔직히 아이들 학교 다니면서 학부모 입장에서 속상한 일 생기는 경우 많습니다. 경찰관 부모 아닌 사람은 어디 아이 훈육 하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더군다나 아이가 충격을 받을 수 있잖아요.
 
▶ 김종원 SBS 기자: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동훈이 괜찮아요?
 
▶ 김종원 SBS 기자:
 
동훈이 실제로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아무래도 경찰관이 상당히 조용히 조사를 한다고는 했는데 선생님들을 만나서 동훈이에 대해서 물어보고 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선생님은 이걸 학교에 보고해야 하고 이러다 보니까 소문이 시골이다 보니까 동네가 작지 않습니까. 소문이 나서 한동안 굉장히 크게 마음고생을 했다고 해요. 아무래도 아이인데 경찰 내사 이런 거 모르지 않습니까. 경찰 조사 받았다, 이런 말이 나오니까 되게 마음고생 많이 했다고 하고 부모님도 경찰과 싸우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굉장히 컸던 것 같더라고요. 좀 신중했어야 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SBS 보도국 사회부 김종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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