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른쪽 주머니, 왼쪽 주머니
CJ의 경우 Cj E&M와 CGV가 나눠져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적게 들어오는 CJ E&M 영화를 CGV가 더 많은 상영하면, CJ E&M엔 이득이지만 CGV에는 손해입니다. 물론 CJ그룹 오너 일가에겐 그게 그것이겠지만요. 롯데는 극장업으로 돈을 벌든, 투자배급업으로 돈을 벌든 모두 롯데쇼핑 한 회사의 수익으로 잡힙니다. 그래서 그런지 롯데시네마는 사실상 '무조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를 밀어줬습니다. 흥행예측도나 실제 흥행 상황은 거의 무시했죠. 공정위의 조사 내용을 볼까요?
2. 좌석수 많은 상영관 밀어주기
CGV처럼 자사 영화에 좌석수가 많은 스크린을 우선 배정하는 수법도 썼습니다. 2012년 5월24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맨인블랙3'가 개봉합니다. 롯데는 맨인블랙의 흥행예상등급을 S로 보고, 각 극장에 '제일 큰 상영관을 배정하라'고 지시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큰 상영관은 자사 영화인 '돈의 맛'에 배정하도록 지시합니다. 돈의 맛은 맨인블랙 개봉 일주일 전부터 이미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앉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지시가 내려갑니다.
3. 광고전단지 위치까지 꼼꼼히 챙겨
보시는 것은 2013년 8월14일 롯데시네마 극장들에게 내려간 영화 전단지(선재/선전재료물) 배치 지시입니다. 가장 손이 쉽게 가는 맨 윗줄의 영화는 나우유씨미, 새도우헌터스, 더테러라이브까지 모두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배급 영화입니다. 물론 첫줄과 둘째 줄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놀란 것은 지시의 구체성입니다. 광고전단지 꽂이에서 영화 하나하나 이름을 정확히 정해서 배치를 지시하는구나...롯데의 그룹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롯데쇼핑은 공정위 조사기간인 2011년 1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영화매출액 추정치의 1.5%를 1차 과징금으로 부과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어 과징금 고시에 따라 과거 3년간 4회 이상 법 위반으로 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40%가 가중되는데, 따라서 최종 과징금은 23억 6700만원으로 확정됩니다.
롯데 측은 일단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 측은 1)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하나의 회사이므로 어느 쪽이 손해를 보는 차별이나 우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2)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는 하나의 법인으로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1) 롯데시네마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극장업과 배급업 시장에서 각기 독립적인 주체로 활동하고 있어 양측은 서로에게 거래상대방이 된다. 따라서 차별 관계가 가능하다. 2) 또, 롯데시네마가 더 재미있는 경쟁 배급사 영화를 상영했더라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때 자사 영화 밀어주기를 이윤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행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과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이 극장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극장이나 배급사가 아닌 영화 제작사 입장은 어떨까요? 특히 이미 대기업 측과 손을 잡은 영화제작사라면 자기 영화를 밀어주는 이런 관행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3편엔 자사 영화 밀어주기를 바라보는 영화제작사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취재파일] CGV·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