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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아들이 입시비리 피해자입니다"…애타는 父情

[취재파일] "내 아들이 입시비리 피해자입니다"…애타는 父情
지난 주말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한 [취재파일]과 관련해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취재파일/단독] 커지는 '입시비리' 의혹…후폭풍 예고

"혹시 입시비리 관련한 대학이 C대학입니까? 그렇다면 우리 아들이 피해자입니다. 전화 부탁합니다."라는 짧은 내용이었습니다. 곧바로 첨부된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메일을 보낸 분은 야구선수, 아니 지금은 야구를 포기한 전 고교 야구 선수, J군의 아버지였습니다.

●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랬군요"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J군의 아버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거기가 C대학 맞죠?"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밝히기는 곤란하네요."라며 조심스럽게 답변을 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제가 취재파일에 제기했던 의혹의 내용과 배경을 더 자세히 풀어놨습니다. 익명으로 썼던 관련 학생들 이름도 모두 알고 있었고, 제가 알지 못했던 사실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많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숨기는 건 의미도 없고, 그 분께 두 번 상처를 드리는 것 같아 "C대학 맞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자 J군의 아버지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역시 그랬군요."라며 잠시 말문을 닫았습니다.

● 11명 모집에 13명 지원…당락을 가른 '왕중왕전' 기록

C대학의 지난해 야구특기생 수시 모집 인원은 11명이었는데, 13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J군의 아버지는 "서울권 대학 수시 모집은 경쟁률이 없는 게 일반적이예요. 보통 11명 모집을 하면 정확히 11명만 지원을 하죠. 지원서를 쓰기 전에 대학 감독과 고등학교 감독이 이미 얘기를 끝내는 겁니다. 모종의 거래가 있겠죠. 그런데 작년에는 C대학에 입학 정원보다 2명이 더 지원했어요. 저희 처럼 미리 손을 쓰지 않은 두 명이 더 지원을 한거죠. 그러니까 당연히 11명일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당황했겠죠. 그래서 무리수를 뒀을 겁니다."

J군의 성적은 어땠는지 묻자, "우리 아들도 왕중왕전 기록은 없습니다. 하지만 A, B군보다는 객관적으로는 나은 성적을 냈어요. 전국대회 출전 기록도 있고요. 제대로 된 실적 증명서였다면 우리 아들이 합격하는 게 맞았고, 다른 학부모들도 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합격자 발표 이후 뭔가 잘못 됐다는 뒷말이 많았습니다. A, B군은 서류전형도 통과하기 힘든 기록이예요. 그런데 왕중왕전 기록을 갖다 붙였으니 우리 아들이 밀린 거죠. 설마 했는데 기사를 보니까 이해가 됐습니다."

J군은 지난해 13경기 55타석에 들어서서 47타수 7안타 타율 0.149를 기록했습니다. 인상적인 성적은 아니지만, 경기당 평균 4.2타석에 들어설 정도의 주전 선수였습니다.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는 3경기에서 0.231로 괜찮은 성적을 냈습니다.

반면 이번 '부정 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A군은 지난해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져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했습니다. 왕중왕전을 포함한 두 번의 전국대회에서는 2/3이닝씩 던졌습니다. 모두 경기실적 증명을 받기에는 1/3이닝씩이 부족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버젓이 왕중왕전 기록이 A선수의 실적증명서에 기재됐고, 당락에 중대한 역할을 한 겁니다.

● 야구선수 포기한 아들…"피해자는 더 있을 겁니다"

J군은 C대학에 불합격한 이후 오랫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야구선수의 꿈을 접었다고 합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뒤 지금은 마음을 다잡고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 통화 내내 J군의 아버지는 차분하고 담담했습니다. 억울하고 분했을 텐데도 흥분하거나 격앙되지 않았습니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오히려 탈락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겁게 가슴을 짖누른 아버지의 한 마디는 진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리 아들같은 피해자는 더 있을 겁니다. 저 같이 순진한 부모들은 알고도 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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