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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CGV·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 ①

[취재파일] CGV·롯데는 자사 영화를 어떻게 밀어줬나? ①
국내 극장가에서 대기업 극장들이 같은 계열사 영화들에게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하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들 대기업 영화들이 관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경쟁 배급사의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떨어지는데도 무조건 이들 영화에 스크린을 많이 배정해주는 겁니다. 그만큼 경쟁사 영화나 중소 영화들은 차별을 받는 셈이고, 우수한 예술 영화들도 대기업 영화들에 밀려 스크린을  잡기 어려워집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이유로 국내 극장체인 1위인 CGV에 과징금 31억770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또, 임원진은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지난 3월엔 롯데쇼핑이 같은 이유로 과징금 23억6700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역시 검찰 고발을 당했군요. CJ그룹은 극장체인 CGV와 영화 투자배급회사 CJ E&M을 갖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은 아예 사내에 극장업을 하는 롯데시네마 부서와 영화 투자배급업을 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부서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홈페이지에 두 회사의 부당 행위를 적나라하게 담은 의결서를 공개했습니다. 과연 대기업 극장들은 어떻게 자기네 영화들을 챙겨주고, 다른 영화들을 차별했을까요? 우선 CGV의 의결서에 나온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1. 식구 아이가? 우리 아이 더 넣어도!

'R2B:리턴투베이스'는 CJ E&M이 2012년 투자배급한 영화입니다. 언론시사회 때부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던 작품인데요. 아래는 당시 CGV의 내부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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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측인 CGV는 R2B의 예상 관객을 300만명으로 보고(이것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기존 300만 관객 영화와 같은 수준인 스크린 200개(3안)를 제안합니다. 하지만, R2B에 제작비 95억원을 쏟아부은 CJ E&M은 최소 좌석 30만석, 즉 270개 스크린(2안)을 요구합니다. CJ E&M의 요구를 반영한 안은 250개(1안)였는데, 실제 배정된 스크린 수는 그보다 많은 265개였습니다. CJ E&M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준 셈입니다. 두 회사가 얼마나 긴밀하게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문건입니다.

2. 우리 아이는 대형관, 남의 아이는 소형관
 
스크린 한 개라고 다 같은 스크린 한 개가 아닙니다. CGV는 30석 짜리 소형관부터 373석 짜리 대형관까지 다양한 상영관을 갖고 있습니다. 2013년 8월 CGV는 CJ E&M의 영화 '감기'를 '대(중)중형관'에 배정합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숨바꼭질'(배급사 NEW)은 중형관에만 배정하죠. 개봉 당일 배정된 스크린 수는 '감기' 708개, '숨바꼭질' 704개이지만, 좌석수로 살펴보면 큰 차이가 났습니다. 이번엔 2014년 3월 CGV 문서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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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별로 상영관 규모를 정해 놓았습니다. '노아'는 CJ E&M, '우아한 거짓말'은 CGV아트하우스, '300:제국의 부활'은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논스톱'은 NEW가 배급사입니다. 대형관을 지원받은 노아는 첫 주말 76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노아의 최종 성적은 203만 명입니다. 즉, CGV가 대형관을 몰아준 첫 주에만 많은 관객을 모으고, 그 이후엔 흥행이 잘 되지 않은 겁니다. 다른 영화들의 최종 성적을 살펴보면 우아한 거짓말은 162만명, 300:제국의 부활은 159만 명, 논스톱은 208만 명입니다. 여기에 끼지 못한 '기타 영화'들은 모두 수십 석 수준의 소형관만 배정받았습니다. 

3. 경쟁작 전단지는 치워버려!
 
2013년 8월1일 설국열차 개봉 당시 CGV가 각 극장에 보낸 '선전재료물 노출 관련 업무협조 요청' 내용입니다.

<설국열차>(CJE) 초반 흥행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재 관련 업무에 협조를 요청코자 메일드립니다. 극성수기로 많이 바쁘실 와중에 업무요청을 드려 송구스럽습니다만, 내/외부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지라 전 사이트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드립니다.

관련해서, <설국열차> 전단은 선재함 맨 윗칸에 모두 비치해주시기를 바라옵고, 매표 근처(매표 벽면, 매표 하단 등)에서 진행 중인 <에픽> 선재물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폐첨(예외없음), 기타 메인스팟에서는 가급적 진행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설국열차보다 한 주 늦게 8월 7일 개봉한 '에픽'은 20세기폭스의 배급 작품입니다. 당시 20세기폭스도 나름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는데요. CGV는 관객들이 영화를 고르는 매표소 근처에는 아예 '에픽' 전단지를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스스로도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인정하고 있군요.

공정위는 "피심인 CGV의 계열회사 차별(우대)행위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사기간인 2011년 9월부터 2014년 4월까지의 영화매출액 추정치의 1.5%, 31억 7700만 원을 과징금으로 결정합니다. 검찰에 고발도 했습니다. CGV는 "CJ E&M과의 거래 관계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다른 배급사들과도 상영관 규모와 크기에 대해 늘 협의를 하고 있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행정소송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다음 편엔 롯데쇼핑(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자사 영화 밀어주기 방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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