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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일본 '젊은이'가 부러운 이유?…대학에 안 갈 자유

[월드리포트] 일본 '젊은이'가 부러운 이유?…대학에 안 갈 자유
일본의 청년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졸예정자의 취직 예정률이 2~3년 전 70%대에서 올해는 80%를 넘어섰다. 고교 졸업 예정자도 마찬가지다. 고졸 예정자의 취직 내정률이 84%까지 올랐다. 모든 일자리가 대기업이나 공무원 같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은 아니겠지만, 취업 내정률이 80%를 넘는다는 것은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사람은 모두 구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한국 청년의 취업 시장은 암울하다. 지난 4월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내각부의 2013년 자료에 6.2-6.3% 정도인데, 올해는 5%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취업률보다 더 부럽고 중요한 게 있다. 일본 청년들은 대학에 가지 않을 자유가 있고, 굳이 직장을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만 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점이다.

● 대학진학률 일본 48% - 한국 70%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하면 누구가 대학에 갈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현재 대학'은 '예전의 그 대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현재 대학 실정을 좀 과격하게 말하면, 대학을 간다고 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지혜를 제대로 습득하는 것 같지도 않고, 좋은 직장을 잡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모두 대학을 간다. 70%가 대학에 가는 데 안 갈 용기가 없는 것이다. 즉 대학에 가지 않을 자유를 박탈당한 게 한국 학생들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어릴 때부터 각종 사교육에 목을 맨다. 내 아이만 뒤처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들은 공부에 골병이 들고, 부모들은 사교육비에 등골이 휜다.

모두 대학 진학률 70%에서 생긴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반면, 일본의 대학 진학률은 48%다. 절반은 대학에 안 간다는 얘기다.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 능력이 있으면 대학에 가는 것이고, 대학에 안 가더라도 별문제가 없다. 친구 절반 이상이 대학에 안 가기 때문이다. 일본의 학생들은 신이 나게 운동도 하고, 필요하면 직업 교육도 받는다. 학원 버스를 타고 다니며 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다.

인구와 비교하면 일본 대학과 한국 대학 숫자의 적정비율은 3대 1이 정상인데, 실제는 2대 1이다. 인구에 비해 한국의 대학이 많다는 얘기다. 대학을 세워 이사장이 되고 싶어 하는 지방 유지들과 기업가 (교육 사업에 분명한 뜻을 가진 분들도 있긴 하다)와 지역 국회의원이 힘을 합치고, 여기에다 교육 마피아까지 가세하면서 곳곳에 필요 이상의 대학이 들어섰다. 대학에 가기가 너무 쉬어지면서 오히려 대학이 존재가치를 상실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 명성을 날렸던 실업계 고등학교는 점점 줄어들었다. 명칭도 상고, 공고, 농고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일본의 명문 실업계 고교들은 지금도 '떳떳하게' 상고, 농고, 공고 등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대학생 500

● 아르바이트 시급이 '1,000엔', 하고 싶은 일 하며 산다

선진국은 어떤 나라일까? '인건비'가 비싼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람의 가치가 높고, 육체노동의 가치를 높게 쳐주는 여건이 갖춰진 나라이다. 핀란드 사람이 미국 아이비리그 박사과정에 다니는 학생에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하느냐고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트럭 운전만 해도 박사 학위 소지자와 같은 월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인건비는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물가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일본 도쿄 편의점의 알바 시급은 1,000엔 정도이다. 식당 같은 곳에서는 1,200엔에서 1,300엔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9시간, 한 달 20일만 일하면 2백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는 청년을 '프리터'라고 부른다. 이들은 사회 적응 실패자들이 아니다. 출세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줄에서 스스로 내린 것일 뿐이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 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프리터'를 선택한 것이다.

남녀 프리터가 결혼해서 살아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 자녀가 생기면, 병원비와 약값이 중학교 졸업 때까지 전액 무료이고, 아동수당도 꼬박꼬박 준다. 사교육비도 들지 않는다. 조금 성실하기만 하다면, 3-4인 가족의 생계에 전혀 문제가 없다. 택배비가 우리 2배가 넘고, 바지 밑단을 줄여도 1천 엔은 줘야 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한국 소비자로서는 비싸다. 하지만, 육체노동의 대가를 인정해 주는 것이고, 그러니 대학에 가지 않고 좋은 직장을 갖지 않아도 살만한 것이다.

● 대학 진학률 줄여야 청년도 부모도 산다

월급쟁이보다는 사장님이 낫다. 하지만, 한국은 직장을 명예퇴직하거나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며 사장님이 되려고 한다. 가진 것은 퇴직금뿐이고, '업의 실태'에 대한 체감적 지식은 전혀 없다.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고졸'이 자영업에 뛰어든다. 이미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간의 실전경험을 체득하고, 자기가 가게를 낼 타이밍까지 제대로 포착한다. 어느 길목이 손님이 많은지, 경쟁가게가 있는지 없는지 모두 알고 있다. 단골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당연히 성공률이 높다.

모두가 대학을 가지 않고 청년 세대 때부터 길을 나눠준다는 것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은 모두가 대학에 가면서 모두가 불행해 지고 있다.  대학을 갔기 때문에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배워야 할 기술을 배울 때는 놓치고 만다. 번듯한 직장에 가지 못하는 90%의 청년은 패배자로 전락한다.  대학 숫자를 과감하게 줄이는 게 청년도 살고, 부모도 살고, 우리 경제도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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