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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사드' 전방위 마케팅…정부 거절

[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사드' 전방위 마케팅…정부 거절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를 우리나라에 팔기 위해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 고위 임원들이 방한 중입니다. 록히드 마틴 측은 청와대와 국방부, 방위사업청에 사드를 구매하라는 제안을 했지만 정부는 명확히 거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아예 만나주지도 않아서 '구매 불가'의 뜻을 드러낸 부처도 있었고, 만나서는 안 살 것이라고 못을 박은 부처도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여당 유력 정치인들도 접촉해 왔습니다. 전방위 마케팅입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3월 사드 논란을 촉발시키면서 사드를 구매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 정부가 꼭 우리 예산으로 사드를 사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록히드 마틴의 제안을 수락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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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되살아나는 사드 논란

록히드 마틴이 이번에 우리 정부에 사드 마케팅을 했을 때 우리 정부의 '구매 불가' 논리는 분명했습니다. 사드와 방어 권역이 겹치는 국산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L-SAM을 우리 군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도무기 기술이 상대적으로 뛰어난데다 중복 투자이기 때문에 사드를 사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러잖아도 미군은 자체 예산으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고 물밑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엔 미군의 사드 전문가들이 입국해서 오늘부터 사전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 강원도 원주, 대구 등 사드 포대 배치 후보지를 다시 한번 살펴본 뒤 최적지의 순위를 정하고, 한반도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려면 몇 개 포대가 필요한지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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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히드 마틴의 희망, 우리의 희망, 북한의 희망

록히드 마틴의 희망대로 우리 정부가 사드를 구매하면 L-SAM과 우리 돈으로 사는 사드, 그리고 미군이 도입하는 사드로 한반도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이 구축됩니다. 이중(二重)이 아니라 삼중(三重) 중복 투자가 됩니다. 록히드 마틴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방사포,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중저고도 탄도 미사일, 특수전 전력 등 다양한 북한의 위협을 막는데 쓰여야 할 돈이 한 곳에만 쏠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록히드 마틴의 제안을 거부한 것을 환영합니다. 미군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미군이 스스로 사드를 들여오니 우리 군은 대신 다른 쪽 방어망을 강화하길 바랄 겁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록히드 마틴의 입장은 다릅니다. 사드를 많이 팔면 그만입니다.

북한은 어떨까요? 포대 한개에 1조 5천억원을 넘나드는 사드를 우리 군이 무턱대고 몇개 포대 사들이면 그만큼 허술해지는 우리 군의 수중, 해상, 지상, 중저고도 전력을 북한은 반길 것이 분명합니다. 사드를 도입했을 때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를 다시 수립해야 하는 우리 군의 혼란을 북한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우리 돈으로 사드를 구입하든 미군이 미국 돈으로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든 사드가 한반도를 지키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빠듯한 살림에 구태여 자진해서 큰 돈 쓰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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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고위 군사당국자 "한반도 사드 배치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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