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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병원비 안내면 못 나가"…중국에 갇힌 산모

[월드리포트] "병원비 안내면 못 나가"…중국에 갇힌 산모
임신 일곱 달째 접어든 웬디 모로우는 중국에 있는 오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홍콩까지 간 다음 거기서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먼 여정이었지만 오랜만에 오빠를 만난다는 기쁨에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지난 7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불행이 시작됐습니다. 양수가 터진 겁니다.
 
웬디는 급히 구급차에 실려 홍콩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일곱 달 만에 태어난 아기의 건강 상태는 썩 좋지 못했습니다.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아기는 치료를 받으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산모도 건강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또 다른 불행이 웬디와 아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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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는 미국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외국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인큐베이터 집중 치료를 받는 바람에 거액의 병원비가 매일같이 쌓여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청구된 병원비만 2만 달러 (2천2백만 원)였고 이와 별개로 매일 1천 6백 달러 (1백 70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사채 이자처럼 매일같이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고향 아이오와 주의 의원에게 청원 메일을 보내봤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병원비는 미국 건강보험으로 책임질 수 없다고 회신해왔습니다. 웬디는 홍콩에 향하기 전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지만 새로 태어난 아기는 보험에 이름이 명기돼 있지 않다 보니 적용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래저래 꼬이고 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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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홍콩 병원 측은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의 출생증명서가 없으면 여권을 받을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귀국할 수 없습니다. 홍콩 주재 미국 대사관에 사정을 얘기했지만 출생증명서 없이는 여권발급은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습니다.
 
웬디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미국으로 돌아오면 건강보험의 도움으로 더욱 값싸고 질 좋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홍콩 병원이 아기의 출생증명서를 내주지 않음으로써 귀국길은 막히고 하루하루 병원비가 쌓여가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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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웬디의 이 같은 딱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희망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홍콩 병원에서 일단 웬디의 아기에게 출생증명서를 내주기로 한 겁니다. 그리고 홍콩 병원에 낼 병원비에 보태달라며 모금 운동도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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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는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아이오와까지 오려면 무엇보다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인큐베이터 장비가 필요하며 간호사도 동승해야 합니다. 오빠를 만나러 갔다가 양수가 터지면서 겪게 된 이번 경험을 통해 웬디는 아무리 어려운 일이 겹쳐서 일어난다 해도 헤쳐나갈 방법은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들게 얻은 아기를 건강하게 잘 키워야겠다는 굳은 다짐도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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