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라현의 토다이지(東大寺), 대불로 유명한 곳인데 불단 주변과 대전 기둥 등에 기름 자국으로 보이는 얼룩이 수두룩합니다. 역시 세계문화유산인 교토의 토지(東寺)에서도 사찰 중문을 비롯한 5곳에서 기름 얼룩이 확인됐습니다. 조금 작은 사찰에서는 아예 불상에 기름으로 보이는 액체가 뿌려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접근이 쉽기 때문에 사찰 크기가 작을수록 더 직접적인 피해를 본 듯 합니다.
교토나 나라 같이 사람이 항상 붐비는 유명 유명관광지뿐만 아니라, 시가현 비와코 호수 한가운데 있는 츠쿠부시마 신사 같은 외딴 곳에도 '기름 테러'가 이뤄졌습니다. 제한된 인원이 배를 타고 접근해야 하는 사찰과 신사까지, 누군가가 굳이 찾아가서 기름을 뿌렸다는 얘기가 됩니다. 때문에 문화재 가치나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츠쿠부시마 신사의 본당과 여러 조각상들도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는데, 12곳에 기름 자국이 선명이 남아 있습니다. 신사 관리책임자는 지난해 10월 처음 얼룩을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술이나 음식물 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자국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올 들어 '기름 테러'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것을 보고, 문화재 관리 당국에 문의한 결과 같은 기름 성분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본 경찰은 문화재에 대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나라 현 피해 사찰의 CCTV등에 반복적으로 찍힌 사람이 있어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문화재 당국은 "아로마 오일 같은 냄새, 달짝지근한 향이 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기름 성분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비슷했지만, 모두 일치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최초의 기름 테러 보도를 보고, 누군가 '모방범죄'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기름 테러가 처음 확인된 지난 2월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가 문화재 파괴 행위를 공개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때라는 점에 주목해, 이를 모방한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츠쿠부시마 신사의 경우처럼 기름 테러 발생 시점이 실제로는 지난해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도 있어서, 아직은 모두 추정일 뿐입니다.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본 문화재를 상대로 한 기름 테러가 자칫 일본에서 확산 중인 외국인 특히 한국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적대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