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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누가 부추기는 걸까

[취재파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누가 부추기는 걸까
● 7년 전 계산에서부터 '2060년 소진'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출범 당시엔 소득의 3%였다. 1993년 6%로 올랐고, 1998년 9%로 다시 상향조정됐다. 이후로 17년 동안 9%로 동결됐다. 2003년 첫 재정 계산을 시작으로, 5년마다 연금의 향후 전망을 계산해서 내는데 최근 계산은 2013년이었다.

 2007년 제도 개혁 이후 2008년과 2013년 계산에서는 모두 현재의 보험료율 9%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 2060년이면 연금기금이 소진된다고 나왔다. 2060년 소진 전망은 새로운 게 아니라 오래된 얘기로, 2018년 새로운 계산이 나오기 전까지는 연금의 미래를 예측한 가장 정확한 수치다.

● 2007년, 반쪽짜리 개혁

국민연금 제도 개혁은 그동안 두 차례 있었다. 출범 10년만인 1998년, 소득대체율 70%에서 60%로 낮추고 수급연령도 65세로 올렸다(수급연령 조정은 2013년부터 5년에 1세씩 낮추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는 61세부터 수령이다.) 2007년에 두번째 개혁이 있었는데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했다. 흔히 얘기하는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개혁을 추진했다.

 2003년 계산에서 이대로 두면 2047년이면 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온 뒤였다. 정부 안은 보험료율 15.9%로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단계적 하락, 유시민 안은 보험료율 12.9% 인상, 소득대체율 40% 하락이었다. 다만 여기에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세금으로 노인들의 노후를 어느 정도 보장해주자는 보완책이 덧붙었다. 용돈 수준인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과 합치면 그럭저럭 노후 보장이 된다는 계산이었다.

 국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 법은 통과시키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부결시켰다. 한 달 뒤 통과된 법은,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내용... 즉, 보험료율은 9%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은 40%로 단계적으로 내린다는 것이었다. 유시민 장관은 이에 반발해 장관직을 사퇴하고 국회로 돌아가게 된다. 연금 개혁은 그렇게 '반쪽 짜리'에 그쳤다. 소득대체율을 내리면서 연금 소진 시기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 늦춰졌다. 2008년과 2013년 계산이 그렇게 나왔다.

● 보험료 인상은 2018년 이후에

2007년 반쪽짜리 개혁에 그친 이유는, 역시 선거를 의식해서라고 봐야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기금이 소진되면 지금 실컷 보험료를 내놓고 나중에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것부터,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 등)이 이미 있는데 보험료를 올리자고 나서지 못한 것이다.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시기는 계속 늦춰왔다. 

 2013년 제도발전위의 개혁안도 그냥 묻혔다. 2013년 10월 정부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의결했는데 2018년 계산 때까지 사회적 합의기구를 운영해 국민연금 재정목표 등을 설정한 뒤 차후에 논의하고 당장은 놔두자는 내용이었다. 2018년까지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되긴 해야겠으나 장기과제로 결정한 것이다. 

● 소득대체율 50% 올리면 당장 보험료 2배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에서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을 50%로 하자고 합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 같았는데 대타협기구 내부에서는 계속 논의해왔던 부분이라고 한다. 어찌됐든 50%로 하겠다며 9월까지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그렇게 되면 당장 보험료를 2배로 올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문형표 장관이 처음에 그렇게 얘기했다 하고(문 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28%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는 보도참고자료로 구체적인 내용까지 전달했다. 

● 갑자기 바뀐 전제…왜?
그래픽_국민연금
복지부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다만 전제가 달라졌을 뿐이다.

이제까지의 전제는, 현행 보험료와 소득대체율대로면 국민연금기금이 2060년에 소진될 것이다, 였다. 이는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여전히 그러할 것이다. 재정목표를 다르게 잡으면 달라진다. 기금 소진이 아니라, 기금을 계속 유지해가는 걸 목표로 한다면 전제가 달라진다. 복지부는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을 보유한다고 전제할 때, 올해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보험료율을 당장 올해부터 최대 18.85%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험료율 9%에 비하면 2배가 조금 넘는다. 

같은 전제에서, 소득대체율이 오르지 않고 40%를 유지한다면 어떨까. 그래도 보험료율을 당장 올해부터 15.85%까지 올려야 한다. 2100년 이후에도 기금을 보유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말이다. 27년 역사의 국민연금이, 무려 85년 뒤의 일까지 먼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걱정은 해야겠으나, 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일까.

 2013년 계획처럼 2018년까지 차차 해도 된다. 기금 소진되기 전에 제도를 바꿔나갈 기회는 많다. 이를 위해 5년만다 재정 계산을 새로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2100년 이후 기금 보유'라는 전제로 바꿔 보험료 인상을 거론 한 것, 그것도 보험료 2배로 맞춘 건.... ' 세금 폭탄', '건보료 폭탄'처럼 선명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당장 보험료 2배"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건 아닐까.

● 전제 안 바꾸면 보험료율 1%p만 올리면 가능

기금이 언젠가 소진된다는 전제 아래서는, 현행 보험료율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려도 소진시기는 4년 앞당겨질 뿐이다. 2056년이다. 보험료율을 1.01%p만 올리면 2060년까지 유지할 수 있다. 7년째 유지하고 있는 전제 그대로를 맞추는 데 필요한 보험료 인상은 단 1%p 정도라는 거다.(이것도 복지부 계산이다.)

또 2060년 기금이 소진된다는 게 국민연금이 그대로 없어지는 건 아니다. 5년마다 하는 재정 계산에서는 현행 제도대로면 이런 상황이니 앞으로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계산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미 문 장관이 위원장을 맡았던 2013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에서 보험료율 인상안을 제시하기도 했고 2013년 10월 국민연금 운영계획에서는 2018년 계산이 나오면 보험료 인상 문제를 논의하자고 결정까지 해놨다. 문 장관이나 복지부에서 이런 걸 몰랐을리도 없고 "당장 보험료 2배"를 거론한 저의는 뭘까.

● 불신 해소에 힘쓰는 게 정부 역할

국민연금은 어떤 사적 연금보다도 수익비가 높다. 낸 돈보다는 확실하게 더 돌려받는다. 보험료를 내는 시점과 돌려받게 되는 시점의 차이가 너무 크고, 또 제도가 출범한지 오래되지 않다보니 아직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덩치가 점점 커지는 연금기금을, 정부가 여러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불신도 있다. 연금 사각지대도 광범위하다. 불신을 위한 요소들은 곳곳에 숨어있기에 조금만 부추겨주면 국민연금에 대한 잠재된 저항을 다시 불러오기란 어려운 게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고 "소득대체율 인상의 부담을 자식세대에게 완전히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불신을 해소하도록 노력해야지, 부추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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