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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짜 백수오' 논란 내츄럴엔도텍의 진짜 죄는?

비슷한 답은 '괘씸죄'(?)

[취재파일] '가짜 백수오' 논란 내츄럴엔도텍의 진짜 죄는?
여기 * 아라비카 원두커피를 마시고 싶은 소비자가 있습니다. 100% 아라비카 품종이라기에 믿고 돈을 지불했습니다. 한동안 그 커피에 빠져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거기에 * 로브스터 품종이 섞여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신력 있는 곳’에서 발표한 내용이라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잘 마시던 커피였는데 기분이 찜찜하고, 속도 좀 안 좋은 거 같습니다. 환불을 요구하고 싶은데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우선 ‘가짜 아라비카 커피’를 팔았다고 거명된 업체가 펄쩍 뜁니다. *‘공신력 있는 곳’이 조사하기 전, 전문 식품검사기관에서 먼저 검사했을 땐 100% 아라비카였다는 겁니다. ‘공신력 있는 곳’을 믿을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해명 보도 자료를 돌리고, ‘공신력 있는 곳’이 비전문적으로 샘플 채취를 했다는 비방글과 함께 ‘믿고 드셔도 된다’는 광고까지 내면서 자신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공신력 있는 곳’의 손을 꽉 깨물었습니다.

처음에 ‘공신력 있는 곳’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전문 식품검사기관의 재검사에서 ‘가짜’라는 결과가 나오자 본격적으로 칼을 벼리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격하게 반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짜 아라비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딱 13일 뒤 *해당 업체의 '죄'를 조목조목 따지는 보도 자료를 추가로 배포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당사자로서 법적 대응까지 나섰습니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공신력 있는 곳’의 대응이 좀 그렇습니다. 보도 자료 내용을 볼까요?

- 해당 업체는 언론 발표 시 회사 이름을 빼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하였다.
⇒ 업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회사 이름을 빼달라는 건 어찌 보면 인지상정인데 말이죠.

- 해당 업체 사장은 1~2차 간담회 이후 우리 조사 책임자에게 ‘회사에 모셔 품질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싶다’는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회유하였으나, 3차 간담회(2015. 4. 9, 19:30)에서도 회사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를 거부당하자 돌연 조사 책임자의 신상 비하(박사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등) 및 협박성 문자(민ㆍ형사상 소송 제기) 메시지를 보냈고 심지어 우리 대표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되어 있다는 유언비어를 남발한 사실이 있다.
⇒ 해당 업체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요약한 건데, 대표의 결백함까지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표에 대한 비방을 참지 못하는 건 '대표=최고 존엄'인 민간 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공신력 있는 곳’에서도 이렇게 대표에 대한 철벽 방어에 나서야 했나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급기야 ‘공신력 있는 곳’은 초강수 조치를 들고 나옵니다. 지난해 해당 업체가 940억 원의 매출을 거둬들인 6개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건 없는 환불’을 권고하기에 이른 겁니다. ‘조건 없는 환불’ 조치는 말 그대로 언제 샀는지, 제품을 뜯었는지 여부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영수증을 첨부한 제품을 가져오면 돈을 내주라는 그야말로 살벌한 통첩입니다. 당장은 홈쇼핑 업체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겠지만, 결국은 해당 업체가 물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해당 업체는 ‘먼지가 되어’ 증발해버릴 수 있는 풍전등화의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백수오 캡쳐_640
그런데, ‘공신력 있는 곳’은 홈쇼핑 관계자들을 부른 자리에서도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샘플 채취하기 전의 제품에는 결함이 입증되지 않아서 ‘조건 없는 환불’ 권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계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유통되는 아라비카 원두 커피 가운데 90% 정도에 로브스터가 섞여 있기 때문에 검사 이전에 유통된 것들에서도 로브스터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성 설명을 내놓은 겁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곳’이 추측 만으로 ‘조건 없는 환불’이라는 초강수 조치까지 발동했어야 했느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공신력 있는 곳’과 해당 업체와의 감정 싸움에 울화통 터지는 건 ‘가짜 원두 커피’를 구매한 소비자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로선 아라비카든 로브스터든 둘 다 음용해도 괜찮다고 하는데 로브스터를 마시거나 아니면 아라비카와 섞어 마시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부터 빨리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다 마신 사람도 있고, 마시다가 조금 남은 사람도 있는데 환불도 환불이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건 이게 나한테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가 우선이라는 겁니다. 소비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부터 내놓아야 적절한 대처를 할 게 아니냐는 뜻입니다.

해당 업체는 ‘가짜 원두 커피’를 산 소비자에 대해 그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꼼수를 부리고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상황을 모면하려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여기에 ‘공신력 있는 곳’도 그 공신력에 걸맞게 하루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진짜 소비자를 위한 게 무엇인지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를 위한 용어 설명>
*아라비카 원두 커피: 백수오
*로브스터 원두 커피: 이엽우피소
*‘공신력 있는 곳’: 소비자원
*해당 업체: 내츄럴엔도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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