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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고그림이란?

그가 말하는 헌법적인 원칙이란?

[취재파일]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고그림이란?
●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심영구 취파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아니하여야 한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 같다. 5월 1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5월 6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통 끝에 여야 합의로 복지위를 거쳐 법사위로 왔더니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소위로 회부한 지 두 달 만이다. 두 달 사이 추가된 건, 저 문구다. 

재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의원이나, 저 문구를 추가하자고 주장했던 의원 모두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이다. 김 의원은 3월엔 "담배 피울 때마다 흉측한 그림을 봐야 하는 건 흡연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라며 재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 2소위에서는,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를 합쳐 50% 이상, 경고그림은 앞면과 뒷면의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에도 문제 제기하면서 경고그림의 비율을 20% 이상으로 낮추자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비율은 그대로 두되, 저 문구를 추가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 '담배 규제 강화'는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담배에 대한 규제 강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였고,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금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격정책(담뱃값 인상)과 비가격정책(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켰다며 국회 복지위에서 반발해 논의가 늦어졌다. 2월 국회에서도 갖은 논란 끝에 담당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여야 위원들이 합의한 결과였다. 이런 법안을 3월 3일 법사위에서 제동을 걸자, 여야 복지위원들은 함께 반발했다. 김 의원과 같은 당인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그리고 새정치연합 김용익, 최동익 의원이 공동 성명을 냈다. 아래는 성명의 주요 내용이다.

...법사위가 해당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가 끝난 사항에 대해 법리적인 검토에 대한 대체토론조차 없이 법안소위로 회부시키며 무산시킨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다.

... 법안에 대한 체계 자구 등의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해당 상임위의 의견 존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더 이상 법사위가 정책심사를 자처하거나 혹은 단순한 의견 개진으로 주요 법안들의 통과를 무산시키며 사실상의 상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추후 국회 법사위의 법안심사에 대한 월권 문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5월 1일 법사위 법안2소위에서 저 문구를 넣어 통과시켰을 때는 김용익 의원이 다시 자료를 내 비판했다.

"...법사위는 상임위원회에서 올라온 법률안의 체계, 형식, 자구 심사만 가능하게 국회법에 명시되어 있다, 체계, 형식, 자구가 아닌 법안의 내용을 수정한 것은 국회 상임위 중심주의를 파괴하는 행위...
...담배 겉포장에 혐오 그림을 넣어서 금연을 유도하려는 것이 법률 개정의 취지인데, 단서의 내용은 법률 개정 취지와는 정반대.. 단서를 추가한 것은 법사위가 법률 개정의 취지를 무력화한 것...."


● "헌법적인 원칙을 강조한 것"

김진태 의원은 5월 4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행자 
"어쨌든 경고 그림이 금연에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하는 데에는 동의를 하시는 거죠?

김진태 의원 
"저는 그거 사실 동의 못하는데요. 제 말만 옳다고 꼭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걸 다 동의해주고 마지막 남은 단서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걸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 얘기는요, 보건복지위 전문가는 아니에요. 이게 효과가 있다, 없다, 저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거에 대해서 전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저는 국회 법사위에서 헌법적인 원칙을 저는 항상 강조합니다. 어떤 이런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그 수단이 과연 적절하냐, 그리고 적절하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가장 최소화 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이런 거거든요. 그래서 그 수단, 도입하는 것에도 동의를 했어요. 그런데 피해를 가장 최소화해야 하는데 담배 피는 분들이 매일 흉측한, 일그러진 사진 보면서 담배를 피게 하는 건 이건 정말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


김 의원의 논지는, 경고그림 도입이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책 도입으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 법사위에서 헌법적인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정도로 정리된다.

●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고그림이란?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부착하는 이유는, 물론 흡연의 폐해에 대해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해 금연을 유도하거나 담배를 덜 피우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 혐오스럽고 더 적나라할수록 효과가 크다. 혐오감을 주지 않고 점잖게 경고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경고문구를 부착하면 된다. 아래는 국내 담뱃갑에 붙어있는 흡연 경고문구다. 
심영구 취파용

경고: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 당신의 자녀를 병들게 합니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경고: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타르 5.0mg, 니코틴 0.50mg, 타르 흡입량은 흡연자의 흡연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얼마나 점잖은가. 외국 담배는 경고문 자체가 더 화끈하다.  '흡연은 죽음이다' '흡연하면 일찍 죽는다' '흡연은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흡연은 태아에게 위험하다' 등등. 

심영구 취파용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부착할지는 이미 연구가 끝났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용역을 맡겨 서강대 연구팀이 수행한 '한국형 담배 경고그림' 연구보고서가 그 결과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공포 소구+ 과학정보 전달' 혹은 '공포 소구+ 내러티브 전달'을 활용한 경고그림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그 시안으로 제시한 그림들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심영구 취재파일용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고그림이라는 단서조항 때문에 이런 연구까지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 이번에 통과돼도 적용은 2017년 즈음 

이미 복지위를 통과했을 때부터이긴 하나, 유예기간을 무려 18개월이나 둔 점도 문제다. 담배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실정에 맞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연구해 부착하려면 그만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미 연구는 끝나 있고 시안도 나와 있는데 말이다.

혹시 법사위에서 저런 단서 조항을 붙일 것까지 염두에 둔 유예기간이었을까? 어쨌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경고그림을 마련한다면 2016년 말이나 2017년 초부터는 그런 담뱃갑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담뱃값 인상과 담뱃갑 경고그림을 함께 도입하면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복지부의 설명은 애시당초 물건너 갔지만 말이다. 

▶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법안 법사위 소위 통과
▶ 담뱃값 경고그림 18개월 유예기간 논란
▶ "담배는 독극물…경고 그림 꼭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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