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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메이웨더-파퀴아오 모두 승자?

[취재파일] 메이웨더-파퀴아오 모두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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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대결’로 세계적 관심을 모은 플로이드 메이웨더-매니 파퀴아오의 프로복싱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메이웨더가 승자이고 파퀴아오가 패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두 선수 모두 승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정작 패자는 5년 넘게 그들의 경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세계 복싱팬이라는 것입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두 복서의 경기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쌓은 명성에 흠이 갈만큼 졸전이었습니다. 메이웨더는 댄싱만 했지 복싱을 하지 않았고 파퀴아오는 반드시 이겨야 하겠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워낙 실망스럽게 나오자 “이럴 바에 왜 뒤늦게 대결을 했느냐?

지난 1월27일 마이애미 농구장에서 두 선수가 우연히 만나 대결해 합의한 것도 미리 짜여진 정교한 시나리오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두 복서 모두 천문학적인 대전료만 챙기기 위해 이번 대결을 기획하고 성사시킨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 [하이라이트 영상] 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경기 영상

1. 메이웨더는 아웃복서가 아니다?

 메이웨더는 치고 빠지는데 능한 아웃복서로 유명합니다. 어깨로 상대 펀치를 피하는 ‘숄더 롤’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까지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역대 최고 수비력을 갖춘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파퀴아오전에서는 비겁할 정도로 도망을 다녔습니다.

아무리 승리가 급해도 복서는 절대 상대 벨트 라인 아래로 고개를 숙이면 안 됩니다. 규칙 위반일 뿐만 아니라 복싱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메이웨더는 파퀴아오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머리를 벨트 라인 밑으로 숙였습니다. 케니 베일리스 주심이 경고를 줘야 하는데도 수수방관했습니다. 이런 플레이를 하는 메이웨더를 아웃복서라고 인정한다면 진정한 아웃복서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2. 파퀴아오는 인파이터가 아니다?

파퀴아오는 속사포 같이 내뿜는 연타로 유명한 인파이터입니다. 점수에서 많이 앞서고 있어도 수비 대신 화끈한 공격을 계속 퍼부어 복싱팬을 열광시켰습니다. 그런데 메이웨더전에서는 특유의 ‘전투력’이 상실됐습니다. 특히 4라운드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머뭇거린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 [영상] 메이웨더 vs 파퀴아오…'세기의 대결' 4라운드

9라운드 이후에는 이대로 가면 판정으로 질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파퀴아오는 적극적인 반격을 펴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체력이 남아 있었고 얼굴도 말끔해 ‘프리티 보이’라는 별명이 메이웨더 뿐만 아니라 파퀴아오에게 써도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메이웨더전에서 그는 인파이터도 아니고 아웃복서도 아니었습니다.
메이웨더 파퀴아오_
3. 두 복서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그럼 메이웨더-파퀴아오 두 슈퍼스타는 무엇이 두려워 졸전을 펼쳤을까요? 먼저 메이웨더는 패배를 가장 두려워했습니다. 전승 기록이 깨질까봐 어떤 비굴한 방법으로든 이길 생각만 했던 것입니다. 메이웨더는 이제 한번만 더 이기면 전설적 복서 로키 마르시아노가 세웠던 49전 전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파퀴아오는 KO패를 두려워했습니다.

발이 빠르고 아웃복싱에 능한 메이웨더를 꺾으려면 초반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말 멕시코의 마누엘 마르케스에게 KO패를 당한 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파퀴아오는 전진 공격을 시도하다 마르케스의 오른손 카운터 펀치를 맞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미 부와 명성을 거머쥔 파퀴아오는 이런 모험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근소하게 판정으로 편하게(?) 지는 길을 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4. 재대결이 의미가 있을까?

파퀴아오가 판정으로 지자 필리핀 국민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재대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대결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두 선수의 나이가 복서로는 칠순이 지난 상황이고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다시 붙어봤자 경기 내용이 복사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선수가 전성기 때인 지난 2009년이나 2010년에 대결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세기의 대결’이 허무하게 끝나자 전설적인 챔피언들도 아쉬움과 함께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두 선수와 모두 대결해 패배했던 미국의 오스카 델라 호야(6체급 석권)는 “복싱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고작 이것을 보려고 5년을 기다렸다는 말이냐?”며 흥분했습니다.

‘4전5기’의 신화의 주인공이자 현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인 홍수환씨는 “대전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번 대결은 침체된 복싱 인기를 재점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함량미달 경기로 오히려 복싱에 대한 냉소만 부채질하게 됐습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두 복서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챙겼다는 점에서는 승자일지 모르지만 세계 복싱팬에게 큰 실망감을 안기고 100년이 넘는 복싱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점에서는 거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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