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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화학적 거세? 위헌 요소 많아"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 한수진/사회자:

오늘(4일)은 어떤 얘기 나눠볼까요?

▶ 임제혁 변호사:

예, 오늘은 소위 ‘화학적 거세’로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달에 헌법재판소에서 이 화학적 거세에 대한 위헌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예정 되어 있구요

▷ 한수진/사회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해서 입법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누가 문제 삼게 된 거죠?

▶ 임제혁 변호사:

헌법 재판소에서 시행중인 법률의 위헌 여부를 문제 삼는 경우 중에는 법원이 법을 적용하려고 보니, 아무래도 이 법 좀 이상하다, 그래서 법원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2013년 대전지방법원에서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모씨의 재판에서 법원의 명령으로 화학적 거세를 집행하도록 한 법 조항이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다면 법원에서 조차 이 화학적 거세를 하도록 하는 법이 위헌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군요. 상당한 공감을 얻고 제정된 법률에 대해서 왜 법원이 직접 위헌여부를 문제 삼게 되었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먼저 법원은 이 화학적 거세가 피고인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 그리고 자기결정권, 동의절차 없이 강제되는 방법이 지나치게 인권 침해적이다라고 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화학적 거세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를 명하는 법은도대체 어떤 법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먼저 화학적 거세라고 하는데요, 정확하게는 후대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진정한 의미의 거세는 아니구요, 성충동 억제 약물을 범죄자에게 투여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교도소에 가두지도 않고 약물만 투여한다는 건가요?
성폭행범 '화학적
▶ 임제혁 변호사:

아니죠, 처벌은 처벌대로 받습니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죠.

그렇게 처벌을 받고 나와서 추가적으로 약물투여를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처벌은 처벌대로 받고도 추가적인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보안처분이라 합니다. 치료감호, 보호관찰 등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처벌은 처벌대로 하고, 또 이렇게 약물투여도 필요하다고 봐서 법을 만든 건데, 어떤 부분이 위헌일 수 있다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먼저 헌법재판소에서 법률의 위헌여부를 살필 때 따지는 것이 있어요. 바로 입법의 목적이 정당한 것인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적절한 것인지, 수단을 사용함에 있어 피해가 최소한에 그치는지, 그리고 목적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이익 사이에 균형이 맞는지 여부입니다.

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라는 목적 자체는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나머지 부분들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요, 구체적으로.

▶ 임제혁 변호사:

적절한 수단인지 여부는 그 수단이 가지는 효과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약물투여로 범죄자의 성적 충동을 얼만 큼 억제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되겠죠.

그런데 일단 문제는 그 효과가 단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임상실험 결과에 의하면 약물투여 없이 두 달 정도가 지나면 투여 전보다 오히려 성충동이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물 투여의 부작용으로 우울증 등이 나타나고, 억제된 성충동이 다른 방식의 분풀이로 나타날 수 있는 것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 다음으로는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침해되는 이익이 과연 최소한에 그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우선 이 화학적 거세,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에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당초 입법 발의안에는 동의가 명시되어있었는데, 논의과정에서 빠진 채로 입법이 되었습니다.아마도 입법 당시의 여론과 사회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이겠죠.

그런데 약물을 강제적으로 투여하는 것은 상당히 중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범죄자를 포함해서요, 신체의 자유를 보장받고, 어떤 상태에서건 행복추구권과 불가침의 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이 법에서는 성범죄자 중 성도착증환자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면 검사가 전문의 진단 등을 받아서 치료명령을 청구하고 법원이 치료명령을 선고하면 석방되기 2개월 전부터 약물을 투여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를 ‘성충동 약물치료’라고 규정하면서 치료받는 환자의 의사는 어디에도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것은 미래에 대한 추정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일절 오판의 가능성이 없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이 법이 통과되는 데에는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고, 그 공감대라는 것은 나영이 사건, 조두순 사건 같은 파렴치 범죄에서는 범죄자의 인권 보다는 사회의 안전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 아니었나요?

▶ 임제혁 변호사:

맞습니다. 사실 너무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서 ‘범죄자의 인권’을 논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속에서 이 법이 통과되었죠.

▷ 한수진/사회자:

일종의 졸속입법이라는 얘긴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사실 처벌의 필요성을 논할 때 피해자의 응어리진 마음에 대한 보상, 즉 응보라는 것을 고려하거든요. 미국에서는 심지어 사형집행에 피해자가 지켜보러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응보적 감정을 앞세우면 형벌이 잔인해지고 강해질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이런 류의 성범죄에 대하여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살인죄에 통상 내려지는 선고형 이상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 화학적 거세는 형벌이 아니라 내용을 굳이 따지자면 보안처분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사회복귀를 위한 교화, 교육, 재범 방지 등에 초점이 ??춰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 우선 효과에 대한 논의,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더 나쁜 반작용은 없는지, 그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형벌을 마친 ‘사람’에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어야 된다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입법이라는 것이군요.

▶ 임제혁 변호사:

그런데 이런 논의과정은 상당부분 생략되었어요. 그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는 억제책에 불과하지 방지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약물투여는 더 신중하게 검토를 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도 이번 위헌제청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를 당시 공론화 시키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형사문제와 관련되는 입법은 그 어느 경우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론만 등에 없어서는 안 됩니다. 여론은 언제나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만 대변하는 입법이 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오히려 처벌위주의, 강제위주의 불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다면 외국의 사례들은 어떤가요?

화학적 거세를 법으로 정해 형벌로써의 거세를 강제적으로 하는 나라들도 있나요?

▶ 임제혁 변호사:

덴마크는 인지행동치료 효과가 없을 때 본인 동의 아래 “화학적 거세”를 규정하고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가석방 조건으로 화학적 거세 하는데요, 가석방대상자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은 결정하고 치료받는 사람의 의사는 온데간데 없는 형태로 입법이 되어있는 겁니다.그런데 여기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인은, 이제 형의 종료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에요. 더 이상 처벌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악질적인 성폭행, 성폭력과 관련된 보도들이 끊이질 않아서

화학적 거세 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한편으로는 국민적인 불안함은 더 높아지겠어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물론 그럴 것입니다. 성범죄자 중에서 특히나 성적으로 왜곡된 욕구를 가진 사람이라면 재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

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효과조차 보장되지 않는 방법을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 역시 적절한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죠.

어쩌면 입법자들 또는 형벌과 보안처분을 집행하는 국가의 자기만족에 불과할 수 있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끝으로 화학적 거세의 위헌 여부, 그 결과에 대해

임제혁 변호사님은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법적인 잣대로, 21세기의 인권의식에 비추어본다면, 화학적 거세를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그래도 위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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