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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지진 "죽을 고비 넘겼다" 첫 귀국자들 '안도'



"지금이야 초반이니 말이지, 며칠 더 있으면 얼마나 상황이 악화할지 몰라요. 물도 전기도 없고, 심지어 비관적으로 얘기하자면 상점을 약탈한다든가 그런 일까지 예상된다고 합디다. 어쨌든 빠져나왔으니…."

네팔에서 오늘(28일) 새벽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희상(64)씨는 네팔을 떠나기 전 겪은 긴박한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혀를 찼습니다.

이 씨가 타고 온 대한항공 KE696편은 지진 발생 후 네팔에 처음 입국한 항공편입니다.

이 씨는 3월 말 히말라야에서 트레킹하려고 네팔에 도착했습니다.

안나푸르나와 마나슬루 등을 돌고 나서 지진 당일인 25일(현지시간)에는 불블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었습니다.

"점심때쯤 땅이 갑자기 흔들리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 2층 내 방에 있었는데 갑자기 '우르르' 소리가 나면서 건물 전체가 흔들렸어요. 지진이라고 직감하고 아래로 뛰어내려 왔는데 그래도 땅이 계속 흔들리더라고요. 한 30초 이상? 굉장히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역시 네팔로 트레킹을 떠났다가 급히 하산하고 귀국한 송 모(55)씨는 "눈앞에 돌이 날아다니는 상황이어서 거의 죽을 고비를 넘겼다"며 "산에서 돌이 내려와 때리면 바로 낭떠러지이고 시신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현지인들 말로는 랑탕 지역에서는 산이 무너지는 바람에 아예 마을 하나가 통째로 없어졌다고 하더라"며 "내가 지진 당시 있던 마나슬루 코스에서는 지진으로 미국인 15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타고 온 KE696편은 애초 전날 오후 11시20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카트만두 공항 상황이 좋지 않아 2시간 가까이 늦은 28일 오전 1시10분 도착했습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 항공편에는 승무원을 빼고 236명이 탑승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인 승객은 104명이었습니다.

이 씨는 애초 5월4일 출국 예정이었다가 공항에서 웨이팅(좌석 대기)을 걸어 운 좋게 표를 구했지만 10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이 씨는 "나는 다행히 표를 구했지만, 공항에서는 표를 못 구해서 계속 기다리거나 돌아가는 사람도 많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카트만두의 경우 지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전화도 안 돼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카트만두는 그나마 성한 집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서 실려 나오고 구호대원이 들어가고 장비를 이용해 잔해를 긁어내는 광경이 곳곳에서 눈에 띌 만큼 처참했다"고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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