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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화진흥위, "어벤져스2 영화 본 뒤 제작비 환급 결정"

[취재파일] 영화진흥위, "어벤져스2 영화 본 뒤 제작비 환급 결정"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촬영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개봉 4일만인 지난 일요일까지 누적관객 344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극장가에서는 개봉 전 사전예매 관객수의 5,6배를 최저 관객으로 봅니다. 어벤져스2의 사전 예매관객은 94만 명이었으니 470-567만 명이 최저 관객으로 예측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첫 주말까지만 344만명입니다. 보통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국내에서 6-10주까지 상영됩니다. 이런 추세라면, 배급사인 디즈니의 목표대로 1000만 관객을 넘길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너무 스토리가 어수선해 중장년층 관객들에겐 재미가 떨어지고, 일부 스토리는 전작을 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1000만 관객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우선 다른 경쟁작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영화배급사들이 어벤져스2를 의식해 같은 시기 배급을 피한 겁니다. 어벤져스2 개봉 전주인 4월16일부터 5월16일까지 한 달만 봐도 제작비 30억 이상의 한국 영화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5월14일 개봉하는 '악의 연대기'가 40억대 제작비의 좀 큰 영화이지만, 어벤져스2를 막기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요즘 세계 박스오피스 2,3위권을 달리는 미국 애니메이션 '홈'이 다소 늦은 5월21일 국내 개봉하는데요, 그 이전까지 4주 정도는 사실상 '어벤져스2' 천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벤져스2 한국 촬

 스토리고 캐릭터고 이런 걸 떠나 어벤져스2의 최대 강점은 역시 우리나라가 주요 장면의 무대로 나온다는 겁니다. 한국 분량은 전체 상영시간 2시간20분 가운데 10-15분 정도입니다. 어벤져스2 제작진이 한국을 촬영지로 택한 이유는 세계 6,7위 시장으로 커진 한국 시장을 노린 점도 있겠지만, 제작비의 30%를 돌려주는 '외국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Location Incentives) 지원제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해 국내 촬영 당시부터 제작비 환급을 둘러싸고 여러 기사들이 쏟아졌죠.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의 자격 조건은 1) 외국자본이 제작비의 80% 이상을 투자하고, 2) 한국에서 최소 3일 이상 촬영하며 3) 국내에서 쓰는 제작비용이 1억원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국내 제작 규모에 따라 아래와 같이 환급을 해줍니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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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보통 세금 환급에 그칩니다. 이례적으로 현금 환급을 해주더라도 제작비의 20% 미만이 대부분입니다. '현금으로 30% 환급'은 대단히 파격적인 셈이죠. 어벤져스2 제작사는 한국 촬영팀 및 엑스트라, 특수효과팀 등을 고용하며 130억원 정도를 쓰겠다고 신청했고, 촬영 내용 및 일부 시나리오를 영화진흥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환급액은 30%인 39억원 안팎이 되겠군요.

 어벤져스2 제작진이 제작비를 환급받으려면 영진위에 1) 제작비 영수증과 2) 촬영 영상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작사는 아직 이 모두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영상 보안을 이유로 촬영 영상을 국내 개봉 이후로 미뤘습니다. 영진위 측은 "제작비 환급은 관련 위원회에서 심사평가를 하는데, 7명의 심사평가위원들이 영화를 보고, 또 영수증까지 모두 제출받아 검토한 뒤에야 제작비 환급을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제작비 환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이 좀 더 아름답게 비춰졌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벤져스2 제작사가 사전에 대부분 액션 장면의 배경으로 쓰인다는 점을 전달했고, 악의적인 국가 이미지 왜곡도 없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어벤져스2의 제작비가 2억 6천만 달러(우리돈 2700억원 규모)이고, 전세계 예상 흥행수입만 최대 20억 달러(2조1600여억원)인데, 한국 환급액 39억원을 신경쓰겠냐고도 하더군요.

 그래도, 우리 세금인만큼 따져볼 것은 따져봐야 합니다. 영진위는 어벤져스2의 국내 촬영으로 876억원의 경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죠. 반론도 적지 않은데요, 사실 이런저런 효과를 기대하며 비슷한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국내외 영화 콘텐츠 마켓에서 수많은 나라들이 각자 부스를 만들어 해외 영화제작팀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체코'에서 촬영된 이유도 체코의 인센티브 제도가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만 유별난 것은 아니고, 세계적인 트랜드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기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한 국가에 관련 관광상품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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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쪽은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였던 아일랜드에 생긴 관광 상품인데, 주요 촬영지 두 곳을 돌아보는 하루 투어에 40-55파운드(우리 돈 6만5000원-9만원) 정도 받는군요. 할리우드 영화 '행오버' 촬영지를 돌아보는 태국 방콕의 투어 상품도 있는데요, 하룻밤 2199바트(7만3천원) 정도입니다. 꼭 이들 관광 상품 이용자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그 나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 겁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가 문제죠. 미국 미시간주는 이런 논란 끝에 올해 연간 인센티브 예산을 5000만 달러에서 3800만 달러로 축소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선 "같은 돈으로 국내 서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나라들은 10년 이상 이런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해왔습니다. 우리는 2011년부터 시작했으니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국가 이미지가 약한 만큼 경쟁국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세계 영화 및 드라마 팬들에게 정확히 한국을 각인시킬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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