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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전통'보다 '변화' 선택…부녀혈투 승자는 딸

[월드리포트] 日 '전통'보다 '변화' 선택…부녀혈투 승자는 딸
▲ 日 가구 대기업 오오츠카(大塚) '부녀전쟁'의 승자 쿠미코 사장
 
딸이 아버지를 이겼습니다. 그것도 압승입니다. 지난달 소개해 드렸던 일본 가구 대기업 오오츠카(大塚)의 '부녀 혈투' 얘기입니다. ▶ [월드리포트] '살벌한' 부녀(父女) 혈투…日 고민에 빠뜨린 '경영권 갈등'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딸 쿠미코(久美子) 사장이 제출한 사측 인사안이 주주 61%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오오츠가 일가의 지분을 제외한 일반 주주 가운데 80%가 딸 쿠미코 사장 편에 섰습니다.

딸과 맞섰던 아버지, 창업주 카츠히사(勝久) 회장은 등기임원에서 제외됐습니다. 은퇴를 강요당한 겁니다. 아버지에 동조했던 장남도 회사에서 쫓겼났습니다. 쿠미코 사장은 "괴로운 부분도 있지만, 공과 사는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 부친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승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말입니다.

일본 오오츠카의 주주들은 '전통'보다 '변화'를 선택한 셈입니다. 이케아를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서, 창업주 카츠히사(勝久) 회장의 '고가 회원제 전통'보다는 쿠미코 사장의 '저가 대중화 전략'이 더 설득력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승부는 났지만, 딸 쿠미코 사장에게 사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오츠카 가구는 지난 3월까지 11개월 연속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3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0%가 떨어졌습니다. 물론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일본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면서 거의 모든 기업들의 전년 동기대비 3월 실적은 신통찮은 상황이지만, 세상 인심이 이런저런 사정 다 봐주는 게 아니잖습니까. 쿠미코 사장은 하루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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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오오츠카 '감사 할인행사'에 몰린 사람들. 사진은 신주쿠점 앞

그래서겠죠. 오오츠카 가구는 지난 주말인 18일부터 대대적인 '감사' 할인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일본 전국 16개 점포에서 최대 50%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쿠미코 사장은 도쿄 신주쿠점, 센다이점, 오사카점, 나고야점을 이틀 동안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방송국 취재진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면서 '흥행'에 필사적입니다.

쿠미코 사장이 주장해 온 '부담없는 오픈 매장' 콘셉트에 맞춰서 매장 디스플레이도 바꿨습니다. 아버지 카츠히사 회장 경영방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회원제'를 상징하던 매장 입구 안내 데스크를 없애버렸습니다. 오오츠카의 변화를 상징하는 대목이라며, 일본 언론들도 꼭 거론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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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은 '회원제'를 상징하는 매장 입구 안내데스크, 오른쪽은 지금의 오픈 매장 입구
 
일단 손님들을 끌어 들이는 데는 성공한 듯 합니다. 도쿄 신주쿠점의 경우, 지난 주말 동안 2만 4백 명이 매장을 찾았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배 늘었습니다. 손님이 너무 많아 접객 시간이 지연될 정도였으니까 '흥행'은 성공한 셈입니다.

게다가 쿠미코 사장에게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부녀 혈투'가 일본 전역에 보도되면서, 쿠미코 사장 자신이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가부장적인 일본 문화에 반기를 든 '여성 기업인', 변화의 상징처럼 대중 특히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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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촬영 요청에 응하는 쿠미코 사장…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변화'의 상징 된 듯
 
그래도 CEO에겐 결국은 매출과 순이익이겠죠. 오오츠카 측은 지난 주말  할인행사의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4월 매출을 한꺼번에 발표할 계획인 듯 합니다. 아마도 매출이 바닥이었던 지난해 4월과 대비해, 극적인 반등 효과를 거두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이케아 같은 글로벌 대기업, 일본 저가 가구의 상징인 니토리 등의 공세 속에서 쿠미코 오오츠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또 전통에 반기를 드는 제2, 제3의 쿠미코가 등장할 것인지. 일본 재계와 미디어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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