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작은 사람이 난간 옆 낭떠러지를 내려다 봤다가는 갑자기 몰려온 고소공포증에 두 다리가 제자리에 굳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자칫 발이라도 삐끗해 휘청거리기라도 했다가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 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하드코어 트래킹이라면 미끄럼방지에 발목보호 기능까지 갖춘 아웃도어 등산화는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이런 아찔한 고난도 트래킹 코스에 미녀들이 나타났습니다. 모두 아찔한 빨간색 비키니 차림에 아슬아슬한 블랙 킬힐을 신고 말입니다. 국제 비키니 미인 선발대회 중국 화중지역 결선대회였습니다. 결선에 오른 10명의 미녀들은 긴장감, 아니 공포감을 이겨내려는 듯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것만 참고 넘기자! 포기란 없어!"
앞 모습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심사위원단은 매정하게도 겁에 질린 미녀들에게 뒷 태를 보여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번엔 단독 워킹까지! "아, 이를 어쩌나!" 후들거리며 간신히 넘어 온 절벽 길을 다시금 손에 땀을 쥐어가며 조심스레 되짚어가던 한 미녀가 순간 삐끗 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족히 20센티미터는 됨 직한 킬힐이 벗겨졌습니다. 서둘러 신을 고쳐 신고 워킹은 마무리했지만 런웨이 적응력 부족으로 대량 감점은 불 보듯 뻔했습니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쯤되면 이게 무슨 미녀 선발 대회인지 서커스단 입단 테스트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심사위원단은 미녀가 되려면 이 정도의 담력과 균형감은 필요하다고 여겼던 모양입니다.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회 주최 측은 당당하게 반박했습니다. "수많은 미인대회가 얼굴과 몸매만 심사하는 것과 달리 두려움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진정한 미녀를 뽑고자 절벽 워킹을 테스트 했다. 이건 세상 그 어느 미인대회에도 없는 독특하고 어느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선발 기준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미인대회가 황당한 선발 기준으로 물의를 빚은 건 이번만이 아닙니다. 2012년에는 후베이성의 한 대학이 캠퍼스 미인선발대회 심사기준 50가지를 발표했습니다. 미인의 기준이라며 구체적인 신체 수치를 표시해서 여성 비하, 성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 중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이렇습니다. '참가자의 가슴은 탄탄해야 하며 유두 사이의 수평 거리는 20센티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여성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주최측이 논란이 된 심사 기준을 내렸지만 저급한 여성관이 두고두고 문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선례가 만들어지자 뒤이어 하이난에서 열린 미인대회도 수상자이 일반인만도 못하다느니, 심사위원들의 감각이 엉망이니 어쩌니 하며 '추녀대회' 논란이 재연됐습니다. 대회 주최측은 미의 기준은 주관적이라며 유언비어 유포 등 흠집내기에 대해선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타락한 자본주의의 고름덩어리라며 금지해왔던 미인대회가 중국에서 다시 시작된 지 20년 가까이 됐습니다. 이제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미인대회가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곳 중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지대물박(地大物博)! 땅 넓고 없는 게 없고 14억이나 되는 사람 대국이니 중국에 미인대회가 많은 걸 두고 시비를 걸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납득은 갈 만하게 운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해당 영상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