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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사려다…미성년자로 오해받아 '욕설 봉변'

<앵커>

술이나 담배를 사려고 미성년자들이 위조 신분증까지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기 속아서 술, 담배를 팔았어도 편의점 주인들이 처벌을 받다 보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지난해 말 한 편의점 매장 안에서 녹음된 음성입니다.

[편의점 주인/실제 녹취 내용 (지난해 11월) : 솔직하게 얘기해. 어려보여서 신분증 좀 확인한다는데! 요즘 고등학생들 얼마나 많이 위조하는지 알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신분증을 위조한 게 아니냐며 누군가를 윽박지르는 건 편의점 주인.

[손님/실제 녹취 내용 (지난해 11월) : 담배 사려고 위조해, 신분증을? 내가 어떻게 위조해?]

본인 신분증이 맞다고 항변하는 건 담배를 사러 온 손님입니다.

편의점 주인은 손님을 고등학생이라고 단정 지으며 욕까지 퍼붓습니다.

[편의점 주인/실제 녹취 내용 (지난해 11월) : XX야, 돌머리냐? 엉? 너는 어떻게 배웠길래 XX 이러고 다니냐? 밤에 와서. 넌 어른도 없냐? 어?]

그러나 이 손님은 당시 21살, 입대를 앞둔 성인이 맞습니다.

[미성년자 오해받은 손님 : 저 올해 22살이요. 군대 신체검사를 받으면 발급을 받을 수 있는 '나라사랑 카드'를 보여 줬죠. 그런데도 계속 신분증을 위조했다고 저를 몰아세우는 거예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우리 부모님 욕을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억울하죠.]

심지어 폭행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밀치고 넘어트리고 폭행을 가하더라고요. 그분을 이제 고소한 상태고요. 어떻게 편의점에 갔다가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대체 이 편의점 주인은 손님에게 왜 이런 상식 밖의 행동을 했을까?

편의점 주인을 찾아갔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긴 뒤였습니다.

[해당 편의점 : 주인이 바뀌었어요. 최근에 바뀌셨어요, 한 달 됐어요.]

취재 중 만난 편의점 주인들은 술·담배를 파는 자영업자들이 신분증 문제에 이렇게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위조 신분증으로 술·담배를 사려는 미성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저희가 (위조 신분증을) 다른 데서 못 쓰게 뺏거든요. 이거 안 뺏기려고 도망가는 애들도 있어요. '다시 돌려주시면 안 돼요?' 막 이래요. 다른 데서 쓰려는 거잖아요.]

96년생이 6자의 끝을 살짝 지워서 한 살 많은 95년생인 것처럼 꾸몄습니다.

일부 숫자를 파낸 것도 있고, 아예 주민번호를 다 지워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남의 신분증을 도용하는 사례도 많아져서 인터넷엔 이렇게 성인 신분증을 산다는 글이 흔하게 돌아다닙니다.

[편의점 업주 : 주민등록증 위조해서 가지고 오면 답이 없죠. 그건 뭐 저희가 (진짜인지) 일일이 찍어볼 수도 없고. (10대 위조 신분증에) 굉장히 민감해요. 신경 많이 써야 하고.]

문제는 이런 위조 신분증에 속아 술·담배를 팔았다고 해도 업주가 영업정지와 벌금의 처분을 받는단 겁니다.

[김진철/변호사 : (가짜 신분증이라도) 신분증의 사진과 실물을 구 체적으로 확인할 보다 높은 주의 의무가 판매자에게 있다고 보고 있고요.]

[편의점 업주 : (술·담배를 산 미성년자) 본인이 신고를 하기도 하고요. 저희한테 이제 불만을 품거나 원한이 있거나 그런 사람들(미성년자)이 객기로.]

이러다 보니 100여만 원씩이나 하는 이런 신분증과 지문 감별기를 설치한 가게가 생길 정도입니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10대들의 탈선에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김학모,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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