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혜신 "세월호 희생자 대부분 사망신고도 안 해"

* 대담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 시행령 논란에 유족들 심리상태 1년 전으로... 심각한 상황

- 세월호 유족, 아이 냄새 사라질까 아이 옷 세탁도 안 해

- 유족 마음껏 울 공간이 절실.. 철저한 방음벽 마련

- 진상규명 없는 심리적 치유는 반쪽짜리...



▷ 한수진/사회자:

세월호 1주기 특집 인터뷰, 이번에 만날 분은 정신과의사 정혜신 박사입니다. 정혜신 박사는 세월호가 침몰하자 아예 안산으로 거처를 옮겨서 치유공간 <이웃>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세월호 이야기를 담은 책,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지난 1년 동안 세월호의 아픔, 얼마나 치유가 됐을까요? 그 아픔을 제대로 치유하는 법, 나눠보겠습니다.

정혜신 박사님, 나와 계십니까?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네.

▷ 한수진/사회자:

안산으로 거처를 옮기셨군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그랬어요. 작년 5월부터 이곳에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사 직후네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네. 그러네요.

▷ 한수진/사회자:

아무래도 그러실 수밖에 없었나 봐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그때 4월 말에 팽목항에 있었는데요, 그때 어떻게 하다가 제가 아이들 시신이 올라오는 신원 확인소에 한 이틀을 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래서 아이들을 거기서 많이 만났네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자꾸 말을 거는 것 같고, 그걸 좀 잊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은 제가 살기 위해서, 여기 와야, 제가 살 수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왔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거의 실종자 가족 분들, 또 피해자 가족 분들과 함께 계셨을 텐데요, 가족들의 시계는 1년 전 오늘에 멈춘, 그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근데 어떤가요, 지금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 그리고 생존자 분들, 다들 잘 견디시는 건가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생존자, 우리 생존 학생들은 학교에 잘 보호를 받고 또 부모님들, 사회의 많은 보살핌을 받았고요. 그래서 이제 조금씩, 처음보다는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는 상황으로 느껴지고요.

근데 지금 유가족들, 실종자 가족들은 뭐 거의 초반 상황으로 돌아갔어요, 얼마 전 이제 시행령 문제 때문에, 지금 가족들은 시행령 폐기를 원하고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런 시행령 이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거의 뭐 작년 초반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에요, 심리적인 상태들이. 아주 지금은 극단적으로 심각한 상황까지 다시 갔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 얘기도 좀 나중에 계속해서 나눠도록 하고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 한수진/사회자:

박사님, 지금 유족들 대부분이 아이 휴대전화 살려두신 것 같고, 아이 방을 그대로 둔 분들도 많이 계신 것 같아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 한수진/사회자:

이게 상처를 치유하는데 도움이 좀 되나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예. 도움이 되고요. 도움이 돼서 가지고 있고, 안 되면 어떻게 해야 되고 그런 거랑 상관없이요, 만약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러면 엄마들이 치울 수 있냐, 지금 뭐 그런 상태가 아닌 거죠.

지금 뭐 엄마들, 지금 세월호 이 희생 학생들은 사망신고 안 한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고요.

그리고 휴대폰으로 친구들이 가끔씩 친구한테 보내는 문자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고, 그리고 엄마들도 아이한테 매일 카톡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방도 그대로 있고, 여러 가지로 아이 옷에서 아이 냄새가 나는 것 때문에 세탁도 안 하는 엄마들이 많고요.

▷ 한수진/사회자:

음..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래서 아이랑 옆에 그냥 같이 있듯이, 지금도, 지금도 똑같이 그러고 살고 계시죠.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집을 나설 때는 ‘엄마 어디 갔다 올게’ 그러면서 나가고, 또 들어오면 ‘오늘 엄마가 어디 갔었는데..’ 이런 얘기를 아이 책상에 앉아서 같이 하기도 하고. 지금 엄마들의 일상입니다. 그게.

▷ 한수진/사회자:

이혼을 하거나 식구끼리 대화가 사라진 그런 집들도 있다는, 좀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더라고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건 이제 이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다 보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뭐 이혼이나 별거나 이렇게 법적인 어떤, 그런 일들이 있지 않더라도 이런 경우가 되면 엄마도 아빠가 따로따로 너무나 힘겹고 심리적인 여유가 없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러니까 사실 부부 사이의 갈등이나 이런 것들이 더 증폭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애도하는 방식이 엄마하고 아빠하고 또 좀 다르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한테 서운해 하거나, 또 상처를 주고받게 되거나 그런 일들이 일상에서 너무 많아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부부관계 같은 것들이 안 좋아지거나 아니면 지금 남아있는 형제 아이들이 있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러니까 부모하고 그 아이들하고의 관계도 나빠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오빠를 잃은 아이, 동생이 지금 있는데, 얘는 이제 엄마아빠가 너무 힘들 것 같으니까 ‘우리보다 엄마아빠가 더 힘들 거다’ 생각해서 아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 말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근데 엄마가 보기에는 ‘얘는 오빠를 잃고도 오빠를 위해서 한 번도 제대로 울어준 적이 없다’ 이런 마음이 또 드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아.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러다 보면 (엄마는) 얘한테 서운하고 ‘너는 왜 오빠를 위해서 제대로 한 번도 안 우느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이러면서 조금 약간 비난하는 얘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

▷ 한수진/사회자:

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럼 이 아이는 말도 못하게 상처를 받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예.
세월호 1주기 팽목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아프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닌데, 엄마아빠가 더 힘들까봐 배려하느라 그러는 건데, 엄마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또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그것 때문에 부모자식간의 관계도 또 더 나빠지는 경우도 많고, 그런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가족들에게 또 그런 어려움도 있군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예. 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살아남은 자의 고통도 보듬어야 된다’ 이런 말도 참 많이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지금 정작 생존자들은 자기들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많이들 시달리고 있다고 하는데, 이 죄책감 여전한가 봐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렇죠. 저희 치유공간 <이웃>에서는 희생 학생 생일이 다가오면, 엄마아빠들이 그것 때문에 너무 앓아요.

▷ 한수진/사회자:

음..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러니까 굉장히 많이 아파하시거든요. 벌써 한 달 전부터 앓아눕는 분들도 있고 그래요. 그래서 생일을 기점으로 아이의 가족들, 그러니까 부모, 형제, 또 아이의 친구들, 같이 이렇게 치유를 하는 그런 거대한 집단상담 형태의 치유를 하는 그런 모임을 해요.

▷ 한수진/사회자:

네.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래서 흔히 ‘치유 모임’이라고 하는데 그때 보면 그 아이들의 친구들이 많이 오거든요. 희생 학생의 친구들이,그 중에는 이제 생존 학생들도 있죠.

근데 오면 그 아이들이 너무너무 힘들어 하고, 그 친구 잃은 것에 대해서 여러 가지 죄의식, 미안함, 이런 것들을 얘기를 많이 하게 하죠.

그것이 또 치유 과정이고, 그런 것들이 필요하고요. 근데 여전히, 여전히 친구들한테,

▷ 한수진/사회자:

아직도 미안하고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먼저 간 친구들한테 미안하고, 내가 잘못했고, 내가 그때 이랬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아직도 여전히 많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서인가요, 치유공간 <이웃>에 마음껏 울게 아주 철저한 방음벽을 만드셨다고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여기가 엄마아빠들이 제대로 울 수 있는 환경이 안돼요. 치유공간 <이웃> 만들기 전에는 희생학생 집에 가서 엄마아빠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게 되고 그런 경우가 많았는데, 가서 보면 집들이 이렇게 크지 않고 옆집 소음이 그대로 많이 들리는 경우가 많고 그러니까, 보통 엄마아빠들이 자다가도 새벽에 일어나서 막 통곡을 하고 초반에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이웃들이 같이 못 자고, 같이 울게 되고, 이런 것들이 생기니까 못 울죠.

▷ 한수진/사회자:

예예.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그리고 아빠 같은 경우에는 아이 엄마가 너무 우니까 나는 견뎌야지 하고 같이 울 수가 없고, 아이는 또 부모를 배려하느라고 울지 못하고, 서로서로 그런 것들이 많아서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 때는 상담실에서 아무리 울어도 신경이 쓰이지 않고 밖에서 들리지 않는 안전한,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방음에 신경을 무척 많이 썼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직도 세월호 유가족들, 거리에 있습니다. 지금 1년째 진상규명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것도 치유에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요?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아이들이 지금 말하자면 의문사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왜 아이들이 갑자기 이런 사고를 겪고, 이렇게 구조가,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이렇게 이별을 하게 됐는지, 이게 의문사죠.

그러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규명이 돼야만 그 다음부터 심리적으로 이 아이를 떠나보내는 심리적인 애도 과정,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심리적인 과정을 그 다음부터 이렇게 진행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라는 것은, 이 유가족들 심리 치료를 위해서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되는 선결 조건인 거죠. 그러니까 진상규명이 없이는 심리적인 치유라는 것은, 이것은 뭐 반쪽짜리밖에는 안되고 대단히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진상규명이 돼야 됩니다. 이분들이 온전하게 치유가 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함께 울었지만 어느 순간에는 외면했던, 그런 순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박사님께서는 여전히 또 유족들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계시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혜신 박사/ 치유공간 <이웃>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치유공간 <이웃>의 정혜신 박사였습니다.


▶ 세월호 가족들, 1주년 당일 분향소 폐쇄 후 전원 팽목항 떠나
▶ 이 총리,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방문…총리직 계속 수행 의지 보인 듯
▶ 일본 언론, 세월호 1주기 조명…"안전사회 갈 길 멀어"
▶ [한수진의 SBS 전망대] "세월호에 갇혀있는 내 딸, 얼마나 무섭고 힘들까"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