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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미인을 차지하는 이런 방법…사랑? 이기심?

[월드리포트] 미인을 차지하는 이런 방법…사랑? 이기심?
태국 관광을 가서 한 마을에 들렀을 때입니다. 가이드가 갑자기 퀴즈를 냈습니다. "이곳 여성분들은 기혼인지, 미혼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구별할까요?" 인도 여성들처럼 이마 가운데 점을 찍어 표시하나? 옷을 입는 방식이 다르나? 결혼의 증표를 몸 어디에 달고 다니나?

가이드의 설명입니다. "몸매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날씬하고 호리호리 하면 미혼 여성이고, 살이 쪄서 뚱뚱하면 기혼 여성입니다."

체질이나 식습관 탓이 아니었습니다. 기혼 여성의 배우자, 즉 남편이 고의로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신혼 때 집에서 못 나가게 하고 음식을 시도 때도 없이 먹도록 강요한다고 합니다. 누가 봐도 몸이 퍼져 비만하다 여길 만하게 되면 외출이 허락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지역에는 과거 이웃 부족이 쳐들어 와서 여성을 납치해가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부부가 생이별하는 고통을 오랫동안 겪다 보니 이런 문화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려 아내를 강탈당하는 일을 막으려는 의도죠. 이제 와서 보면 황당한 문화지만 그런 아픈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좀 지긋한 여성들은 열외 없이 뚱뚱했습니다.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 아내의 매력을 훼손하는 남편, 외모의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아내, 그것도 또 다른 차원의 사랑일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의 이런 사랑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최근 중국 언론에 공개된 사진 몇 장을 놓고 중국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낭만적 사랑이다, 말도 안 되는 사고방식이다, 논쟁이 한창입니다.

광둥의 한 남성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50킬로그램이 안 되는 날씬한 체구에 갸름한 얼굴을 가졌습니다. 남성에게 여자 친구는 '여신'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근심도 커졌습니다. 저렇게 예쁜 여자 친구를 다른 남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 자꾸 쫓아다니고 유혹하면 혹시 나를 버리고 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 남성은 결국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여자 친구를 데리고 그 도시의 맛집이란 맛집은 모두 돌아다녔습니다. 하루에 세 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루 다섯 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연애 기간 내내 먹이고 또 먹였습니다.

여자 친구는 당연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불었습니다. 갸름하던 턱은 살 속에 묻히고 허리는 잔뜩 늘어났습니다. 결국 여성의 몸무게는 90 킬로그램을 넘었습니다.

남성은 스스로의 노력이 불러온 성과를 보며 만족했습니다. 드디어 여자 친구가 딴 남성에게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근심에서 해방됐습니다.

마침내 그는 여자 친구에게 청혼했습니다. 둘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미식 거리에서 단골 식당 주인들의 환호와 축하를 받으며 초콜릿으로 만든 꽃다발을 건넸습니다. 여자 친구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진 속에 두 사람의 얼굴은 분명히 행복으로 빛났습니다.
중국의 이런 사랑
그런데 중국 네티즌들의 의견을 둘로 갈라졌습니다. 한편에서는 나름 감동적인 사랑이라고 평가합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다. 당신과 함께 뚱뚱해지면서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가꾸는 것." 한 네티즌의 댓글입니다.

응원도 많습니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참된 사랑입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상대방의 미모, 체격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겠죠." "영화 '내게 너무 가벼운 당신'이 생각나네요. 내 눈에만 예뻐 보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아름다움 아니겠어요."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 소유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을 망치는 것이 바람직한 사랑이냐는 반론입니다.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더욱 발전하고 좋아지도록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그렇게 살이 찌면 외모 뿐 아니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텐데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됩니다." 변심에 대한 걱정도 많습니다. "애초에 뚱뚱한 여성을 좋아한 것이 아니잖아요. 남성도 원래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 친구에 반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체구가 변해버린 여성에게 애정이 식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퇴행적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자 친구에게 계속 사랑을 받고 싶다면 내가 더 멋있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어떻게 함께 매력을 잃어서 안심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나요. 파괴적이고 퇴행적입니다."
중국의 이런 사랑
저는 이 글에서 날씬한 체격이 아름답고 바람직하며 뚱뚱한 몸은 추하고 나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미적인 판단 기준과 기호는 각자 다릅니다. 다만 남성의 행동 양태와 스스로 밝힌 의도로 봤을 때 여자 친구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매력을 훼손시키려 했다는 심증은 분명히 갑니다.

그렇다면 남성의 행동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부부는 서로의 배우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회에서 각자 활동하는 개별 주체입니다. 서로에게 최적화 되려고 상대방에게 사회적 손해를 강요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냄새를 지울 수 없습니다.

아울러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매력은 외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외모가 주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밖의 다양한 요소가 지배합니다. 외모를 포함한 전인격체로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궁합이 맞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외모를 바꿔서 경쟁자를 배제하겠다는 생각은 또 다른 외모 지상주의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습니다.

미인을 차지하는 이런 방법, 여러분은 찬성인가요? 반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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