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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사건 가해자에 '미필적 고의 살인' 인정

윤 일병 사건 가해자에 '미필적 고의 살인' 인정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오늘(9일)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가해자 4명에게 1심과 달리 살인죄를 적용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고등군사법원은 이 모(27) 병장 등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살인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것입니다.

미필적 고의란 범죄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합니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윤 일병이 사망 당일 온몸에 멍이 들었고 위중한 상태라는 것을 가해자들이 충분히 알았고, 사망 직전 윤 일병의 눈동자가 정상적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위중했으나 가해자들이 '꾀병을 부린다'며 거듭 폭행한 점 등을 주목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의 1심은 이 병장 등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확정할 정도로 의심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멍든 부위를 때렸을 때 '속발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기 어려운 점, 가해자들이 쓰러진 윤 일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의료원으로 후송한 점 등을 판결에 반영했습니다.

더욱이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이렇게 때리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도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1심의 이런 판단은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온 사건의 가해자들을 너무 미온적인 잣대로 심판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이 항소심에서 살인죄를 인정한 것도 이런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군 관계자들은 병영 내 폭력과 구타, 가혹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군의 의지가 이번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방부는 병영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협박 행위근절 대책으로 지난달 군형법에 병영 내 폭행·협박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군형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습니다.

군형법의 신설되는 조항은 "군인 등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군형법은 직무수행 중인 군인 등을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직무수행 중인 경우가 아니라면 군형법으로 처벌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병영 내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병사들 간의 폭행이나 협박에 대해서는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가 윤 일병 사망 사건 이후 국민 여론을 반영해 입법 예고한 군형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병사와 병사 간의 폭행이나 협박에 대해서도 무겁게 처벌됩니다.

특히 군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소 제기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고등군사법원이 1심과는 달리 윤 일병 사망사건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데는 군내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한 엄벌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등군사법원도 "피해자(윤 일병)는 피고인들이 보살펴야 하는 후임병이자 전우였다"며 "피고인들이 가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행위였다"고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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