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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3월의 광란'에 들썩거린 미국…흥행도 성공

[월드리포트] '3월의 광란'에 들썩거린 미국…흥행도 성공
● 왜 3월의 광란인가?

미국에 처음 와서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 그게 뭘 의미하는지 선뜻 떠오르지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미국 대학농구를 가리키는 이 3월의 광란이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한달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수퍼볼과 프로농구에 열광하는 미국 사람들에게 왜 아마추어 경기인 대학농구가 광란이라는 표현까지 붙을만큼 흥분을 줄까 의아했는데, 미국 언론의 반응과 주변 미국인들의 관심, 그리고 실제 몇 경기를 TV로 보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지역별 대결이라는 대회 성격이 미국인들을 열광시키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입니다. 프로경기는 각 도시별로 팀이 나와서 경기를 치르는 데 비해 대학농구는 미국 전역을 4개 지구로 나눈 뒤 지구별 1위 네 팀이 4강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300여 개 대학 팀이 한 달간 계속되는 이 광란의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선택을 받는 팀은 각 지역별로 16개 팀에 불과합니다. 미국인들은 자신이 나온 대학을 응원하다 만약 탈락해도 그 지역을 대표하는 팀을 계속 응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우식 취재파일 2

한번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인 데다 대학생들이 경기를 하다보니 월등한 기량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경기 흐름에 따라 이변이 속출하기 때문에 그만큼 보는 이들을 열광시킵니다. 특히 대회 결과를 놓고 벌어지는 승리팀 알아맞히기도 광란을 구성하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우승후보 영순위 탈락…이변 속출

올해도 이변은 이어졌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우승후보 영순위로 꼽히던 팀은 켄터키 대학이었습니다.

많은 스포츠팬들과 언론들은 켄터키가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우승할 것으로 꼽았지만 준결승전에서 위스콘신대학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연승 행진도 38경기에서 멈췄습니다. 1976년 인디애나대 이후 39년만에 전승 우승팀이 될 수 있었던 기회도 날아갔습니다.
김우식 취재파일 3

켄터키를 꺾는데 너무 많은 힘을 썼을까요. 74년 만에 패권 탈환을 노리던 위스콘신대학도 결승에서 전통의 강호 듀크대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0년 우승한 듀크대는 5년만이자 통산 5번째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습니다.
김우식 취재파일 4

골프 못지않게 농구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예상도 빗나갔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9년 노스캐롤라이나대 우승을 맞힌 뒤 6년 연속 우승팀 맞추기에 실패했는데 이쯤되면 축구에서 펠레의 저주에 비견될만 하네요.
 
● 12살 소년 적중률 1위…상금은 얼마?

지난해 월가의 큰손 워런 버핏이 64강전 승패를 모두 맞히는 사람에게 10억 달러의 상금을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올해도 승패 맞히기 열풍은 뜨거웠습니다.

경기 대진표가 나오면 가족이나 동료,친구끼리 승패와 우승팀을 놓고 내기를 하는데 여기에 기업이나 단체에서 상금을 걸고 콘테스트를 열기도 합니다. 미국 게임협회는 올해 이런 승패 맞히기에 약 4천만 명이 참여해 90억 달러, 우리돈 약 10조 원 규모의 내기를 벌인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내기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고 인기가 있는 것이 스포츠채널 ESPN이 주관하는 콘테스트인데요, 미 전역에서 1157만 명이 참여한 이 콘테스트에서 시카고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생 샘 홀츠가 높은 적중률로 공동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됐습니다
 
김우식 취재파일 5

홀츠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행운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탐구한 결과"라고 강조했는데요, “팀과 선수들의 기록을 꼼꼼히 모으고 확인해 승패를 예측했다”고 말해 어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홀츠는 전체 경기 가운데 6경기만을 틀렸고 16강 이후 경기는 모두 승패를 맞혔습니다. 참고로 ESPN콘테스트에서 듀크가 우승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115만 명으로 9.3%였습니다.

1등 부상은 2만 달러 상당의 상품권과 하와이 농구경기 관람권인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홀츠가 너무 어리기 때문인데요, 아무래도 사행성이 있다보니 대회 참가 대상을 18살 이상의 미국 시민으로 규정했는데 아버지 허락을 받아 아버지 이메일로 참여한 12살 홀츠는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아마 아버지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홀츠는 상품을 받지 못해도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ESPN측은 이런 홀츠에게 위로 차원에서 다른 상품들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시청률도 광고효과도 껑충

수퍼볼 등 미국의 주요 스포츠 이벤트 하면 경기결과 못지 않게 돈으로 환산되는 이른바 경제효과 또한 관심거린데요, 올해 3월의 광란도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먼저 시청자수를 보면 경기당 평균 1130만 명이 경기를 시청했는데 22년만에 신기록이라고 하네요
김우식 취재파일 6

켄터키가 탈락했음에도 결승전을 본 시청자는 2830만 명으로 18년만에 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 덕분에 AT&T와 뷰익, 우리나라 LG전자 등 공식 제휴업체로 광고를 한 201개 업체가 광고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CBS와 TBS, TNT 등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들도 높은 중계권료를 충분히 뽑을만큼 광고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90년대 대학농구가 프로농구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고 농구선수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각광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과거 프로야구 탄생 전엔 고교야구도 큰 인기를 끌었었죠. 3월의 광란을 보면서 광란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 경기가 과거의 인기를 회복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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