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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리기사들은 왜 열 받았나?

[취재파일] 대리기사들은 왜 열 받았나?
"7만 5천원씩 냈는데 앞으로 12만 5천원을 내라고 한다"

대리기사들이 단단히 뿔났다. 이 달부터 대리기사 보험료가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대리기사들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보험에 든다. 그런데 대리기사 개인이 보험에 드는 게 아니다. 보통은 대리기사가 속한 대리운전업체(일명 콜업체)가 단체로 보험에 든다. 콜업체는 소속된 대리기사들로부터 매달 보험료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아 단체보험료를 마련한다.

실제 한 손해보험회사는 소속 대리기사 수가 1만여 명인 한 대리업체의 보험료를 이 달부터 최고 57.5% 인상했다(콜업체마다 보험료가 다르고, 대리기사의 연령별로도 보험료 수준이 조금씩 다르다).

이 보험회사의 설명은 이렇다. “대리운전업체 등 단체를 피보험자로 하는 경우, 해당업체의 연간 손해율 실적에 따른 할인-할증요율이 소속된 모든 운전자에게 일괄 적용된다. 동일한 단체에 소속된 운전자는 동일한 속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해 동일한 보험요율을 적용한다. 이는 단체보험의 기본원리다. 한 대리운전업체의 지난해 손해율은 104.1%였다(보험료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만 104원 넘게 나간다는 뜻).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보험회사의 연간 손실액이 이 업체에 대해서만 18억 원에 달했다”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보험료 인상 폭탄에 그치는 게 아니다. 콜업체가 일부 대리기사들로부터 보험료 명목으로 받아내는 돈은 최고 57.5%가 아니라 70%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대리기사협회 관계자는 “대리운전 보험은 대리운전업체의 오래된 부당이득 채널”이라고 주장한다. 보험료 인상에 편승해서 더 많은 돈을 대리기사들로부터 뜯어가는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콜업체는 한 발 더 나아가 보험료 갱신 시점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대리기사들에게 인상된 보험료를 받아내고 있다. 대리기사들이 콜업체로부터 받은 문자에는 이런 문구도 있다. “사무실에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오니 퇴직을 원하시는 분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업무가 바쁜 관계로 사무실 문의 전화는 사절합니다” 한마디로 싫으면 나가라는 배짱이다.

대리기사들은 개인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다. 콜업체의 단체보험을 거부하고 개인적으로 보험에 들겠다고 하면? “콜 배정을 안 주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차량 배정을 안 하는 방식으로 쫓아낸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소 규모의 콜업체가 연합해서 하나의 단체로 보험에 들기도 한다. 이런 이합집산 과정에서 보험대리점과 콜업체 사이에 리베이트 등 여러 부정한 거래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리기사들은 통상 한 건마다 대리운전비의 20%를 수수료 명목으로 콜업체에 떼어 줘야 한다. 또 보통 3~4개의 대리운전 콜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깔고 다니는데, 프로그램 1개 당 한 달에 1만 5천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4개 프로그램을 쓰면 한 달에 6만 원이다. 목적지가 맞지 않거나 운전거리에 비해 대리요금이 너무 싸서 배차를 취소하면 취소 건수마다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불투명하기만 한 보험료 부담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전국의 대리기사는 15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정확한 통계는 없다. 콜업체 수는? “회사 설립했다가 폐업하고, 또 설립하고를 반복한다. (대리업체) 숫자가 의미가 없다”는 게 대리기사들의 얘기다. 대리운전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대리기사들을 뜯어먹는(?) 먹이사슬도 더 공고해지고 있다. 대리기사들은 자신들을 ‘乙 중의 乙’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대리기사, 콜업체, 단체보험을 알선하는 보험대리점은 여전히 규율의 사각지대에 있다. 

▶[8뉴스] 보험료 무조건 더 내라? 설움 겨운 대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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