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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증도 없어’…'스마트폰 성매매' 나선 10대 소녀들

[SBS 뉴스토리 - 위기의 소녀들, 스마트폰 성매매에 빠지다]

지난 3월 26일 서울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한 모텔에서 만 14살 소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소녀는 지난해 11월 가출한 뒤 성매매를 하며 생활해 왔습니다. 이날도 30대 성매수자와 함께 있다가 이 남자에게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0대 소녀와 30대 성매수남을 연결해 준 것은 스마트폰 어플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채팅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하는 이른바 '랜덤 채팅' 어플이었습니다.

이들은 새벽에 이 어플을 통해 '흥정'을 했고, 소녀는 자신이 역 근처에 있다는 인증사진을 보내줬습니다. 남성은 역에서 나오자마자 다정한 연인인 척하며 소녀와 함께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당장 어플 마켓에서 검색하면 100개가 넘는 랜덤채팅 어플들이 떠오릅니다. 대부분 무료 다운로드가 가능합니다.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상대방과의 거리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특별한 인증절차가 없기 때문에 유심칩이 없어도 다운로드 받아서 쓰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화창을 열거나 쪽지를 보내려면 1건당 30원씩 내는 시스템입니다. 남성에게만 돈을 받고 여성 프로필 가입자는 무료라고 하는 어플도 있습니다.

취재팀이 어플을 다운 받아보니 대화창 제목이 99.9% '성매매' 내지는 '조건 만남' 내용이었습니다. 18세 여성이라며 대화방을 만들어 봤습니다.

바로 40대 남성이라며 말을 걸어오더니 다짜고짜 25만 원에 성매매를 제의하더군요. 경기도 광명에 산다며 당장 만나자는 그는, '10'대'라고 밝혀도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면서 성매매 이야기만 계속했습니다.

또 다른 랜덤채팅 어플은 다운받자마자 자동으로 '낯선 사람'이란 사람에게 연결되더니, 바로 조건만남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10대라고 말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특정한 옷차림을 요구받기도 했습니다.

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대표의 말입니다. "그 사람들(성매수자)이 성을 착취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에게 접근하면 곧바로 '돈이 얼마가 필요하냐? 그 돈을 내가 주겠다' 이런 식으로 제안을 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한번 해볼까'란 생각을 들게 하도록 계속 설득하는 겁니다"

취재팀은 이번에는 어플에서 '지금 바로 만나고 싶다'며 자신을 19살이라고 밝힌 여성과 채팅을 해봤습니다. 스스럼없이 자신이 있는 지역을 밝히고는 원하는 금액을 말하더군요. 유사 성행위를 하는 대가로 6만 원에서 9만 원을 요구하더니 바로 만나자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여성들이 이런 위험한 거래에 나서는지, 직접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2시간 뒤 약속장소엔 앳된 여성 3명이 나타났습니다. 가출 청소년은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 명은 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었습니다. 전혀 두려움 없이 옆에 있는 오피스텔 화장실로 가자고 하면서 그곳에서 유사 성행위를 많이 해봤다고 했습니다.

취재팀이라고 신분을 밝힌 뒤 몇 살이냐고 묻자, 현재 고3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녀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계속 3명이 함께 다니며 조건 채팅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두려운 건 없다고 했습니다. 그 날이 공교롭게 4월 1일이었는데 취재팀을 향해 '만우절이라서 기자라고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습니다.

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대표는 '청소년 성매매'는 이미 가출 청소년을 넘어 학교 안에서도 공공연할 정도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마트폰과 어플이 지역과 공간, 나이의 벽을 없애버렸다는 겁니다.

"학교 안에서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는데, 성 매수남은 '학교가 몇 시에 끝나느냐, 내가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가겠다' 이런 글을 써요.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도 성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 그런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랜덤채팅 어플들의 실태는 어떨까요. 일단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검색되고 있는 랜덤채팅 어플은 100개가 훨씬 넘습니다. 접속자가 많은 만큼 유명 광고가 넘쳐납니다.

거기에 채팅 한 건 하는데 30원씩 결제됩니다. 1초에 수십 건씩 채팅이 이뤄집니다. 수입이 짭짤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어플들이 계속해서 생겨납니다.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스마트론 어플 개발업자의 설명입니다.

"어플을 제작하는데 관련 법규는 없습니다. 신고제나 허가제도 없습니다. 그냥 만들어서 앱스토어에 올리면 구글이나 애플 본사에서 심사를 해서 통과가 되면 바로 등록이 되는 겁니다. 그 뒤에 어떻게 쓰이는가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모텔 10대 살해사건에 사용된 랜덤채팅 어플에는 회사 연락처가 없습니다. 이메일 주소만 있습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 며칠 만에 업체 연락처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전화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어플 업체 직원은 자신은 요금 관련 민원만 처리해 줄 수 있다며 어플 개발자나 회사 운영자는 자신도 만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분류한 '성매매 조장 스마트폰 어플'은 182개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10개를 제외한 172개가 '조건만남'을 유도하는 어플이었습니다. 거기까지입니다. 단속이나 제재는 없었습니다. 취재팀은 이 정도로 '관리 공백' 상태가 있을 수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래부, 문화부, 여가부, 방통위…. 모두 이런 랜덤채팅 어플의 폐해는커녕 관리 주체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겨우겨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해 어플에 대해 단속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런데 심의위의 답변은 실망 수준이었습니다. 심의위원회 유해정보팀과의 통화 내용입니다. "랜덤채팅이기 때문에 청소년 불가처분이나 그런 것을 받은 경우는 없고요, 청소년 불가 결정이 된 것은 성인 여자의 가슴을 보인다든가 이런 식으로 결정된 것들입니다. 랜덤채팅이기 때문에, 서비스 유형이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불가 결정하거나 하는 사례는 아닙니다."

겉으로 봤을 때 유해한 것은 처벌이나 단속을 해 왔지만 채팅 어플은 서비스 유형상 단속이나 처벌을 할 생각도 못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채팅 방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어쩔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관련 기관에서 이런 어플들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번이라도 들어가 봤다면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는 건, 제가 오버하는 걸까…하는 생각입니다. 대화창 제목만 봐도 뻔한데 말입니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런 관리 공백이 10대 성매매를 크게 확산시켰다고 지적합니다. 모텔에서 목숨을 잃은 10대 성매매 여성 사건도 어쩌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비극이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어플에서, 그것도 누가 쓰는 폰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성매매에 나서는 10대들, 그리고 그녀들의 성을 사려는 남성들….

기술 발달로 성매매 수법은 날로 진화하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애들 문제', '은밀한 문제', '남의 프라이버시 문제'…등등의 이유를 붙여가며 애써 외면해 온 것 아닐까요. 우리의 딸, 우리의 조카, 우리의 10대들이 수렁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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