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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년에 230억개 쓰면서 1%만 재활용하는 종이컵

[취재파일] 1년에 230억개 쓰면서 1%만 재활용하는 종이컵
● 종이컵 얼마나 쓰십니까?

하루에 종이컵 얼마나 쓰는지 세면서 쓰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하루 일상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종이컵을 알게 모르게 많이 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비치된 커피 한 잔을 무심결에 종이컵에 따라 마시고요,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김밥 몇 개 집어 담는 용기도 종이컵입니다. 점심 식사 후 커피 매장에서 산 따뜻한 커피 한 잔도 종이컵에 담겨 있습니다. 가끔 간식으로 먹는 떡볶이, 순대 등도 종이컵에 덜어서 나눠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종이컵은 부지 불식 간에 많은 사람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종이컵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 걸까요?
 
● 일 년 종이컵 사용량 : 230억 개

종이컵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얘깁니다. 그래서 나름의 방법으로 계산한 추정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 시민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정기적으로 일 년 치 종이컵 사용량을 계산하는데요, 환경부도 이 단체에서 지난해 11월에 제출한 사용량을 공식 자료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종이컵 사용량을 계산하는 방식은 이랬습니다. 일단 종이컵의 재료인 펄프(원지) 수입량으로 종이컵 생산량을 산출합니다. 여기에서 종이컵 수출량을 빼고, 반대로 종이컵 수입량을 더해서 최종 종이컵 사용량을 계산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연간 종이컵 사용량은 22,999,083,333개(2012년 기준)였습니다.

●  늘어나는 커피 전문점…사라진 종이컵 사용 규제

최근 종이컵 사용량은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추산한 사용량 추이를 봐도, 2010년 169억 개, 2011년 192억 개, 2012년 230억 개로 매년 증가 일로입니다. 특히 소형 종이컵(사무실에서 흔히 쓰는 작은 컵)보다 대형 종이컵(커피 전문점에서 사용되는 큰 컵)의 증가량의 폭이 큰 걸로 봐서 최근 늘어가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 종이컵 사용량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실제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의 특별한 요구가 없다면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줍니다. 여기에 각종 컵에 담아 파는 음식들의 인기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한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제도가 없어진 탓일 겁니다. 7~8년 전만 해도 음식점이나 학교, 병원 등에서는 종이컵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규제가 있었습니다. 또 커피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종이컵을 반환하면 50원, 100원씩 돌려주는 제도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이런 규제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이런 제도들이 지난 2008년 이후 규제 개혁 바람을 타고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 종이컵 재활용 '백 개중 한 개'
 
종이컵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게 좋겠지요? 하지만 억지로 줄이기엔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재활용은 어떨까요? 종이컵 재활용의 문제라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일입니다. 사실 종이컵 만드는 데 이용되는 펄프는 전부 수입하고 있습니다. 수입 펄프로 만든 원지로 종이컵 만들고 내부는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해서 만드는 게 종이컵입니다. 우유 팩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종이컵, 우유 팩 등의 원지로 사용되는 펄프는 품질이 좋은 종이 재료라고 합니다. 재활용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품질의 다른 종이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종이 수입량이나 사용량을 줄일 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종이컵 재활용률이 턱없이 말 그대로 턱없이 낮다는 데 있습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조사에 따르면, 전체 230억 개의 종이컵 중에 재활용되는 종이컵은 불과 3억2천만 개 수준이라고 합니다. 불과 1.39%. 백 개 중 한 개 남짓 꼴입니다. 말 그대로 충격적인 수치입니다. 질 좋은 재활용 재료인 종이컵이 대부분 한번 쓰면 버려진다는 얘깁니다.

● 종이컵 재활용 막는 EPR 제도

왜 이렇게 재활용이 안되는 걸까요? 물론 수거된 종이컵 상태가 엉망이면 그만큼 재활용도 애로 사항이 있긴 하지만, 버려진 종이컵이 제대로 모이기만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종이컵이 아예 모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종이컵 1차 분리수거가 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종이컵은 우유 팩과 같은 묶음으로 배출되어야 하는데, 종이컵은 대부분 일반 매립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종이컵은 또 다시 종이컵만 따로 분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런 이중작업을 감당할 만큼 종이컵 재활용 사업의 채산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 쓰레기와 섞여진 종이컵은 그냥 일반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겁니다.
 
현행 제도도 종이컵 재활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EPR(Exten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 말로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로 불리는데, 물품 생산자가 그 물품의 폐기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는 것을 말합니다. 책임이라는 게 결국 비용을 분담한다는 얘기겠지요. 우유 팩같은 경우엔 EPR 대상 품목에 포함됩니다. 

그래서 우유팩 회사에서는 우유 팩 재활용을 위한 책임(비용)을 져야 합니다. 따라서 그 비용으로 우유 팩 재활용을 위한 수거를 담당하는 일도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종이컵은 EPR 대상 품목에서 빠져 있습니다. 종이컵 재활용을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얘깁니다. (물론 종이컵 제조업체가 대부분 영세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종이컵을 재활용하려 해도 재활용할 종이컵을 찾을 수가 없다는 업계의 하소연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종이컵 재활용 문제를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일듯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종이컵 사용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일 겁니다. 하지만 엄청나게 늘어나는 종이컵 사용에 따르는 위험 분담은 커피 전문점 등에 지우는 방법은 고려해볼 만 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PR 대상에 종이컵을 포함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는 버려지는 종이컵 수거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필요한 시점입니다.  

▶ 1년에 230억 개 사용 '종이컵', 재활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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