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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매 쓰나미가 몰려온다

[취재파일] 치매 쓰나미가 몰려온다
세상의 모든 병(질환)을 좋은 병, 나쁜 병,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없겠지만, 더 나쁜 병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부분은 제일 나쁜 병으로 암을 꼽을 겁니다. 암 환자의 10년 생존율이 계속 높아지고는 있지만, 암은 여전히 환자를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세우는, 가장 공포스러운 질환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의사들이 꼽는 제일 나쁜 병은 무엇일까요? 바로 치매입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도 있겠지만, 치매는 인간다움을 잃게 되는 병으로, 심한 경우 가족관계까지 파괴합니다.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혼자서 독립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보호자가 환자를 위해 자신의 생활을 포기해야 합니다. 양성종양이나 뇌수두증으로 인한 치매처럼 치료 가능한 치매(전체의 5~10%)를 제외하곤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완치는 물론이고 치료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치매 환자가 숨을 거둘 때까지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과 사회가 안고 가야 하는 무시무시한 질환입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병원에 입원한 55세 이상 치매 환자는 6만2천 명이었는데, 4년 만에 75% 증가해 1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75세 이상에서 증가세가 더 두드러지는데, 이 연령대에서는 4년 만에 치매 환자가 86% 늘었습니다. 전체 치매 환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61만 명이고, 앞으로 9년 뒤인 2024년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지금도 이미 85세 이상 노인 가운데 3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치매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거죠.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2030년 정도에는 노인 인구 4명 중에 한 명이 치매에 걸린 상황이 찾아오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 네 분 가운데 한 분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치매는 참 마주하기 싫은 병입니다. 치매 환자를 만나거나 치매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머리가 무지근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이제 내 가족의 일, 우리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는 병이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는 시점이 오고 말았습니다. 김희진 교수는 "50대 이상은 이미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며 "치매는 단일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생긴다"고 지적하며, 젊었을 때부터 생활 습관이나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치매는 예방도 치료도 쉽지 않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발병 시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치매 환자 10명 가운데 6명꼴인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고립감이나 우울증, 영양결핍이 있을 때 더 쉽게 발병하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거나 활동을 늘리는 방식으로 환경을 조금만 바꿔줘도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봐도 만75세 이상 독거노인은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아 보건소 검진 우선 대상으로 선정돼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같은 뇌혈관질환으로 뇌가 손상됐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잘 관리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영국에서는 치매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암과 심장질환, 뇌졸중 이 세 가지 질병을 모두 합한 비용을 초과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비용은 치료비나 간병비는 물론이고, 환자가 병을 앓게 됨으로써 직업을 잃어 벌지 못하는 금액, 환자를 돌보느라 가족이 직업을 포기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 등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다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암은 물론이고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개인적 차원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치매를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갑작스럽게 몰려올 치매 쓰나미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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