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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12만 원에도 일한다는 사람 없어…"외국인 없으면 농사 포기"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서 묘목농사를 짓는 이 모(60)씨는 지난 2월 중국인 근로자 3명을 채용했습니다.

5명의 상근 직원이 있지만, 식목철 밀려드는 주문에 맞춰 묘목을 출하하는 데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요즘 밭에서 뽑은 묘목을 손질해 판매장에 옮기거나 화물차에 실어 내보내는 작업이 한창"이라며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주말에는 도시에 사는 아들과 손자까지 내려와 작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최대 묘목 산지인 이곳에는 100여 곳의 농원이 밀집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식목철에는 힘센 남자 일손이 필요한데, 일당 10만∼12만 원에도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농원이 늘고 있습니다.

요즘 이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줄잡아 100여 명.

대부분 인력소개소를 통해 일당제로 출퇴근하지만, 아예 농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장기 근로자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묘목을 수확하거나 운반하는 일을 하고 하루 7만5천 원을 받습니다.

소개비와 식비 등 소개소에 나가는 돈을 합칠 경우 농장주는 하루 10만 원을 주고 외국인을 쓰는 셈입니다.

A농원의 김 모(67)씨는 "지난달 나무뿌리를 흙과 함께 동그랗게 동여매는 작업을 할 때는 하루 품삯으로 15만 원씩을 줬다"며 "품삯이 해마다 치솟고 일손은 없어 농사짓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표고버섯 주산지인 영동군 상촌면의 농가들도 영농철을 맞았으나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입니다.

표고농사에 쓸 참나무를 산에서 벌채한 뒤 일정한 크기로 토막 내 옮기는 작업이 고된 작업이다 보니 하루 15만∼17만 원에도 선뜻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손 확보가 힘들자 농민들은 품앗이 형태로 작업하고 있으며, 참나무 토막에 버섯의 균사를 접종하는 단순 노동은 주로 60∼70대 할머니들의 몫이 됐습니다.

올해 참나무 토막 1만개로 버섯농사를 준비하는 이 모(62)씨는 "칠순을 넘긴 할머니 품삯도 하루 4만∼5만 원"이라며 "인력난이 심해지자 내국인 대신 외국인 근로자로 눈을 돌리는 농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주시 노은면에서 표고농사를 짓는 유 모(60)씨는 최근 캄보디아 출신의 근로자 5명을 채용했습니다.

유씨는 "내국인을 구할 수 없고, 품삯도 감당하기 힘들어져 하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려쓰고 있다"며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괴산지역에서도 요즘 옥수수와 감자 파종이 한창이지만, 일손이 달려 충주와 음성의 인력시장에서 사람을 데려다가 쓰는 실정입니다.

인건비도 크게 올라 밭 작업에 투입되는 여자 품삯이 하루 6만 원입니다.

농민 박 모(67)씨는 "작년 5만5천 원하던 품삯이 1년 새 10% 올랐다"며 "그나마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영농 인력 수급을 돕기 위해 괴산군은 지난달 19일 일자리 허브센터를 개설해 인근 지자체와 연계해 인력을 알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북도의 김문근 농정국장은 "농촌 주민의 고령화로 해가 갈수록 인력난이 심해지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공무원은 물론 도내 기관·단체가 일손돕기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는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촌을 돕기 위해 3월부터 시·군청에 일손돕기 창구를 개설해 운영 중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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