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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에 전 재산 넣고 기도해야"…조선족 상대 신종 사기

국내 체류 중국동포들만 노린 중국 본토의 전문 범죄조직이 '원정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돼 동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중국동포 사회와 법원에 따르면 중국 남부 지역 출신인 리 모(52·여), 눙 모(46·여), 쑤 모(47·여), 친 모(45) 씨 4명은 작년 10월 홍콩을 거쳐 단기 비자로 입국했습니다.

이들은 안산과 인천 등지의 거리에서 범행 대상이 될 중국동포들을 물색했습니다.

'바람잡이' 역할인 쑤 씨는 피해자에게 다가가 "남편이 차 사고로 다쳐 신내림을 받은 황 씨 성을 가진 의사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영문을 모른 피해자가 당황할 때 '유인책'인 리 씨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대화를 들은 시늉을 하고 끼어들었습니다.

"나도 그 할아버지한테서 우리 아버지를 고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가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면서 피해자들까지 꼬여 공범이 있는 모처로 데려갔습니다.

그곳에서 '황 의사'의 딸을 자처하는 눙 씨가 나타나 피해자들에게 가족이 조만간 죽게 될 운명이라고 겁을 줬습니다.

그런 다음 전 재산을 갖고 와 검은 비닐봉지에 넣고 기도를 올려야 액운을 피해갈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기도만 하는 것일 뿐이지 패물과 돈은 도로 갖고 갈 수 있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습니다.

피해자들이 집에 돌아가 패물과 현금 등을 있는 대로 가져오면 리 씨 일당은 이를 검은 봉지에 넣고 기도를 올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들은 다른 물건이 든 검은 비닐봉지와 바꿔치기하고는 범행 현장을 유유히 떠났습니다.

사기극의 '총감독' 격인 친 씨는 범행 주변에서 망을 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피해자 A씨가 금반지 1개와 금귀고리 4개, 현금 2천800만 원을 빼앗긴 것을 비롯해 작년 11월 9일과 11일 사이에만 3명의 중국동포가 이들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리 씨 일당은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고 인천지법 심동영 판사는 최근 이들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 수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액도 크지만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했고 피고인들이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동포들만을 노린 중국 본토의 전문 사기단이 국내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 조선족 동포 규모가 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고향에 송금하거나 귀국할 때 휴대하기 좋도록 적지 않은 자산의 대부분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요구불 예금 형태로 은행에 넣어두거나 현금 또는 패물로 갖고 있는 중국동포들의 습관도 사기단의 표적이 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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