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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가족 몰래 흘리는 눈물…임금체불 업장 가보니

[취재파일] 가족 몰래 흘리는 눈물…임금체불 업장 가보니
지난해 임금체불 피해를 겪은 근로자는 29만 3천 명, 그 액수만 1조 3천억 원입니다. 마냥 남의 일같지만, 주변 누군가의 아버지나, 남편이 말 못할 고통에 괴로워 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임금체불 업장 취재를 갔던것도 그때문입니다. 얼마나 힘들지, 괴로울지 직접 취재를 가보기 전엔 느끼지 못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경북 구미의 한 금형 제조업체였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실질대표인 지 모 씨는 구속됐고, 근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돈은 못받은 채로 말이죠. 체불된 임금은 5억 5천만 원, 24명의 근로자가 돈을 못받았습니다. 앞에서 '실질 대표'라고 칭한 이유는 진짜 업주는 지 씨의 아내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현재 인도에 다른 업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똑같은 모양의 금형 업체라는게 노동부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남편 지 씨가 구속됐냐고요. 구미의 한 금형 제조업체 대표이자, 인도의 한 금형업체 대표이기도 한 지 씨의 아내는, 출국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노동부가 확인해봤는데, 인도의 업체를 운영하는 분이 출국 기록이 없다는 거죠. 남편 지 씨를 '실질 대표'라고 칭한 이유기도 하겠죠.

지 씨는 임금 체불로 64건이나 불구속 송치된 바가 있습니다. 대부분이 소액의 벌금만 받고 끝났습니다.

지금은 구속된 상태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못받은 근로자들의 아픔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겠죠. 한 분씩 만나봤습니다.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 6개월치 임금 1천만 원 체불, 박 모 씨
기혼, 체불되고선 아이들도 반기지 않아, 샤워실에서 눈물 흘리기도.

- 언제부터 힘들다고 느꼈는지.
= 맨 처음 한 달은 괜찮았지만은 한달에서 조금씩 넘어가면서 저는 그냥 내가 이거밖에 안됐나 저에 대한 삶을 갖다가 회의 느끼는 적도 있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웃는 얼굴로 들어가야 되는데 웃는 얼굴이 아니고…

-가족들도 많이 힘들어 했을 텐데.
= 애들도 저를 반기지를 못하는 거에요 어떤 날은 아이들이 아빠 힘내요 그럴 때는 저 혼자 진짜 샤워실에 가서 샤워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도 많고… 이거밖에 안 되는가.


● 4개월치 임금 9백만 원 체불, 김 모 씨
미혼, 석 달만 고생하자는 사장 말을 믿었다가… 돈이 없어서 담배도 끊음.

- 임금이 체불됐으면 바로 퇴직하면 되는 거 아닌가.
= 자기만 믿고 석 달만 고생하면 회사가 안정권에 접어든다 그래서 믿고 따라만 달라 도와달라 그러면서… 확고한 자신감과 그런 거에 이제 제가 속으면 속은 거고 믿으면 믿은 거죠.

- 체불되는 동안 생활은 어땠는지.
= 친구들이랑 연락도 점점 못하게 되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어요 아까 어떤 분은 월세도 못 내는 동생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저희가 뭐 어느 대기업처럼 500~600받는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월급의 얼마는 적금을 들어야 되고 얼마는 용돈도 드려야 되고.


● 3개월치 임금 6백만 원 체불, 김상수 씨
기혼, 아내가 척추협착증 등으로 입원 중 체불로 퇴원 수술도 연기.

- 아내분 수술을 미뤘다고 하던데요.
= 아내가 척추가 척추협착증하고 여러가지 병명이 있습니다. 지금은 병원 입원비가 감당을 할 수가 없잖아요. 수술하려고 들어갔다가 돈이 준비 안 돼서 퇴원, 우리가 원해서 퇴원해서 나왔습니다.

- 큰 돈이 필요한 수술인가요.
= 그렇습니다. 일단 한 200-300만 원이라도 있으면 나머지 돈은 내가 뭐 이체를 하던가 이렇게 해서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 저는 원하는건 다른 거 아무것도 없어요. 빨리 해결해가지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해나가면 그것밖에 없습니다. 누구 뭐 처벌해달라던가 이게 뉴스가 돼서 보도되고 이슈화되는 이것도 내가 바란 것도 아니고요.


현금 관련

매년 임금체불로 구속되는 업주는 10명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체불된 임금의 10~20% 되는 벌금만 내고 끝나는 경우죠. 만났던 피해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돈만 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장은 재취업부터 알아보고 있는데 그것부터가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임금 체불도 문제인데, 근로자들이 중소업체라고, 영세업체라고 서면 계약이 아니라 구두로만, 말로만 계약을 한 경우가 많아서 막상 고소, 고발이 들어와도 혐의 입증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요.

정부는 정부 나름대로의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지만, 이 글을 읽는 근로자분들께는 이런 당부를 하고 싶습니다. 그냥 사장이 부탁해서, 주변 사람들도 묵묵히 일을 하니까 참고 견디면 그 몫은 고스란히 여러분과 가족들의 고통으로 돌아갑니다. 조금 냉정해보이더라도 까칠하다고 하더라도 '서면 계약'을 통해 정당한 근로 시간을 보장받고, 용인되는 수준이 아니라면 정당하게 노동부에 신고해서 권리를 되찾기바랍니다. 현재 고용부에선 임금을 못 받고 퇴직한 근로자의 생계 보호를 위해 일정금액을 정부가 대신 갚고, 근로자를 대신해 고용주에게 돈을 받아내는 정책도 함께 시행 중입니다. 힘내시고, 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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