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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시루' 된 9호선…어쩌다 이 지경까지?

<앵커>

서울의 강서와 강남을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은 그동안 개화역에서 신논현역까지만 운행을 했었는데, 지난 토요일부터는 강남 쪽으로 5개 역을 연장 개통했습니다. 당연히 승객 수도 많이 늘었겠죠. 평소 출근시간대엔 승객 수가 정원의 2.4배나 초과해서 '지옥철'이라 불리던 9호선이었는데, 연장 개통 후 첫 출근일인 오늘(30일)은 과연 어땠을까요?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출근길 열차는 오늘도 초만원입니다.

틈새 하나 없는 곳을 묘기 하듯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야지만 겨우 탑승할 수 있습니다.

등에 가방이라도 메고 있으면 그나마도 튕겨져 나오기 일쑤입니다.

[김해동/9호선 승객 : (탔다 내리신 거예요?) 사람이 많아서 탔다가 내린 거예요. 가방이 걸려서.]  

문에 끼인 승객들이 너무 많아서 스크린 도어가 닫힌 이후에 열차 문이 다시 열리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집니다.

지금 제가 염창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염창역 같은 경우는 타는 게 관건일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까 이 손잡이 쪽은 갈 엄두도 나지 않아서 손잡이는 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괜찮은 게 보시다시피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밀착이 돼있다 보니까 지하철이 이렇게 흔들려도 넘어질 염려는 없다는 겁니다.

승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보니 이렇게 민망한 상황도 연출되고, 인파에 휩쓸려 내려야 하는 역을 놓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조남원/9호선 승객 : 혼잡 문제를 빨리 완화해야 할 거로 생각해요. 안 그러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거든요.]  

연장개통 이후 첫 출근날인 오늘, 첫차부터 오전 9시까지의 승객 수는 개통 전보다 3.6% 늘었습니다.

그나마 혼잡을 예상한 승객들이 평소보다 출근길을 30분정도 서둘러 시간대가 분산되면서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사고 우려까지 나오면서 서울시가 승객 분산을 위해 내놨던 무료버스 비상대책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8663번 급행버스 이용객은 701명으로 서울시가 기대했던 수준의 3분의 1에 그쳤고,  30대가 투입된 출근 전용 직행버스 역시 이용객 수가 184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유는 속도.

급행이 아닌 일반 9호선 열차를 타도 11분밖에 안 걸리는 염창에서 여의도역 사이를 버스는 출근길 정체 탓에 26분, 두 배나 더 걸렸습니다.

[류주희/출근전용버스 이용객 : (지금도) 차가 많이 밀리는 상황이거든요. 이런 상태에서 이거(출근 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 과연.]  

관광버스를 빌려서 마련한 출근전용 직행버스 운용 비용만 하루에 600만 원에 이릅니다.

서울시가 여기에 더해서 이 일대를 다니는 8663번 급행 버스도 오늘부터 무료로 전환을 했는데, 일각에선 시 예산으로 일부 시민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인철/서울시 대변인 : (무료 버스가) 형평성이 맞느냐 여부는 지금 이 상황이 비상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른 걸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열차 수요 예측을 터무니없이 적게 했다는 점입니다.

연장 개통 이전 9호선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44만 명, 연장 이후에는 하루 평균 15만 명이 더 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9호선을 계획할 당시 서울시는 수요를 54만 명으로 책정했다가 기재부와 협의 과정에서 절반 수준인 24만 명으로 크게 줄였습니다.

[윤종장/서울시 교통기획관 : 2000년대 중반 과다수요예측에 대한 (비판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보수적으로 수요책정을 했고요.]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열차를 너무 적게 들여온 건데, 서울시는 이달 초에야 열차의 추가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제작에만 1년 반이 걸려서 내년 9월에나 현장 배치가 가능합니다.

이미 연장개통은 이뤄졌고 승객 증가는 현실이 됐습니다.

당분간 9호선 이용객들은 불편을 넘어서 안전사고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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