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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습 시위와 '문제성' 발언, 그리고 제안이 있는 곳

새누리당 지도부 현장 방문 따라잡기

[취재파일] 기습 시위와 '문제성' 발언, 그리고 제안이 있는 곳
꼭 한 달 뒤면 4.29 재보궐 선거가 열립니다.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으로 생긴 3곳과 안덕수 전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생긴 1곳을 더해 모두 네 곳에서 치러지는데요. 이 가운데 몇 곳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가 각 당의 최대 관심사가 되다보니 지도부가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지도부가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기자들도 갑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지, 돌발 상황이 생기지는 않는지 지켜보려는 목적도 있지만 저는 바람을 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 나서죠. 답답한 국회를 벗어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 이유로 저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따라 지난 한 주 동안에만 서울 관악, 대전, 광주 이렇게 세 곳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서울 관악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춘무대’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청년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북 카페에 조금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밖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신고 된 집회가 아닙니다.” (경찰)
“청년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위대)


카페에서 나가보니 피켓을 펼쳐든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피켓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청년들이 고시촌서 외롭고 쓸쓸하게 죽어갈 때 박근혜 김무성은 뭐했나?"
"청춘무대=선거 때 만 나타나는 정치 쇼!"
"청년실업 최고치, 취업해도 비정규직"
"가수가 꿈이었던 25살 친구야,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니." 


현장최고위1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도착했지만 청년들의 시위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청춘무대’ 행사가 시작됐지만 청년들이 빙 둘러싼 채로 계속 소리를 질렀습니다. 청년 1인가구의 주거문제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마련된 자리였습니다만,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오고가는 질문과 대답들이 뭐 하나 제대로 와 닿지 못하고 흩어졌습니다. 세대 간 분열 양상도 보였습니다. 계속 자신들의 의견을 시위를 통해 피력하려는 청년 시위대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말을 듣고 싶은 어르신들이 다투기 직전까지 가는 긴장 상태가 생겼거든요.

“반값 등록금 어찌 됩니까 빚이 3천입니다!!" (청년 시위대)
"아이고 시끄럽다" (어르신)



시위를 했던 청년들은 한국청년연대회원들이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행사 진행과정에서 “피켓팅 하는 거는 좋은데, 행사 진행 어려울 정도로 소란 떠는 건 예의가 아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자신의 신분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무리지어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 날 ‘오래된 방해세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죠.

당시 행사에서는 청년들이 미리 질문을 준비했다가 김무성 대표에게 묻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한 청년이 김무성 대표에게 잘 만드는 요리가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밥도 잘하고 라면을 잘 끓입니다. 스프만 넣는 아니라 파를 썰어 넣으면 맛 변하는 거 아시죠? 김치도 넣어먹기도 하고. 냉장고 있는 거 넣으면 맛있고.”

이후에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층간 소음 문제, 계약서 양식, 스프링클러나 CCTV 설치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자취와 하숙을 반복했던 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우리시대 청년들의 주거에 대한 고민이 과연 저런 것들일까?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원룸 하나 구하지 못해 애를 쓰는 청년들이 대부분 아닐까? 어떻게 방을 마련할 지에 대한 문제는 미뤄둔 채 방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을 이야기 하면 누가 공감할 수 있을까? 청년 시위대는 들어 달라 악을 썼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듣겠다고 애를 썼지만 제 눈에는 간극만 보였습니다.

대전은 분위기가 관악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첫 방문지가 대전의 명물 빵집인 ‘성심당’ 이어서일까요, 김무성 대표는 제빵 체험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를 열심히 봤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빵 반죽을 굴리고, 빵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꺼내서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현장최고위
성심당 밖에서는 시위대 대신 김무성 대표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적인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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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을 찾아갔습니다. 천안함 피격 5주기, 46명의 용사가 산화했던 날을 기리는 만큼 회의는 묵념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도 관련 발언이 주를 이뤘습니다.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을 의결할 때 당시 민주당 의원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무성 대표)

어제 대전 명물인 튀김 소보로 맛을 맛있게 봤는데, 야당은 그와 정 반대로 앙꼬 없는 찐빵 같은 그러한 (공무원연금개혁) 안을 내놨습니다. (김무성 대표)

야당 대표께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란 점을 처음 언급했다고 전해집니다.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대전에서의 회의를 마친 후에는 광주로 이동했습니다. 재보궐 선거 지역인 광주 서을에서  필승 결의대회가 있었거든요. 결의대회가 열리는 새누리당 광주시당 건물 앞에 내린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목소리가 터져라 소리를 질러가며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같은 당을 찍어줘서 뭐가 변했느냐며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힘 있는 여당 의원이 광주에서도 나와야 한다는 게 연설의 요지였습니다. 논란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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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들이 이정현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저는 쓰레기입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쓰레기통에서)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가지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시키고 홍보수석을 시키고 이렇게 배려를 했습니다. 누가 인물을 버린 겁니까?”

자신을 폄하하는 방법으로 표를 호소하려는 의도였지만 ‘쓰레기’라는 다소 격한 표현이 사용된 게 문제였죠. 광주시민들의 민심을 쓰레기로 표현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정현 최고위원이 자신은 “워낙 촌놈이라 간절하게 말한다는 것이 과한 표현이 됐다.”면서 사과했지만 아무래도 당분간 ‘문제’가 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이 날 필승 결의대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광주’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듯 새누리당 후보를 직접 소개하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후보 소개 전에 지도부를 단상위로 불러내 큰 절을 함께 올리며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습니다.

“여러분 새누리당 최고위원 자리 중에 지명직 최고위원자리가 하나 비어 있습니다. 일반 의원과 최고위원은 완전히 급수가 다릅니다. 당선되면 몇 년 만이죠? 마 30년이든 35년이든 지지 받아서 국회의원 당선되면 우리 정 승 후보를 새누리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 승 후보자 부부는 벌떡 일어나서 감사의 인사를 했고,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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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도부는 오늘도 재보궐 선거 지역 가운데 한 곳을 찾아 갑니다. 아마 재보궐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지역을 찾고 또 찾으며 지지를 호소할 겁니다. 선거 때만 찾아온다, 현장에 와서 하는 약속은 어차피 지켜지지 않는다, 이런 저런 비판들이 많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도 기자도 가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현장에서만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있고 기사에 다 담을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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