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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대표는 왜 장갑차에 올랐을까?

[취재파일] 문재인 대표는 왜 장갑차에 올랐을까?
천안함 피격 사건 5주기 바로 전날인 지난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찾은 곳은 바로 해병대 2사단 상륙돌격장갑차대대였습니다. 도착하자마자 해병대 군복으로 갈아입은 문재인 대표는 소총과 낙하산 등 각종 장비를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성능과 무게 등을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습니다. 묻는 것만으로는 아쉬웠는지 허리를 숙이고 한 쪽 눈을 찡그리며 직접 소총을 겨눠보기도 했습니다. 잠시 후 문재인 대표는 실제 장병들처럼 얼굴에 검정색 위장 크림까지 바르고 곧 장갑차에 올랐습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자세를 잡아 보기도 했습니다. 사진 기자들은 이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습니다. 야당 당 대표가 군부대에 와서, 장병처럼 위장을 하고 장갑차까지 올라탄 모습은 놓치기 아까운 장면일 겁니다.

문재인 대표는 장갑차 시승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장갑차에 올라타 훈련을 하는 동안, 김영록 수석 대변인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발언을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대표가 부대 현황을 비공개로 보고받는 자리에서 "북한의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서 천안함을 타격한 후에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우리가 탐지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처음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문재인 대표는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적은 있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대선 당시,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어뢰 폭발로 인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현상을 보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게 되겠다"고 말했고, 2012년 12월 대선 토론회에서도 "천안함 폭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피격 사건의 주체를 명확히 가리켰단 점에서 이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북한을 겨냥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같은 날 오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한 발언을 옮겨보겠습니다.

"5년 전 우리 영해를 지키다 순직한 영웅들이 있습니다. 고귀한 목숨 바친 46명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한주호 준위, 그리고 구조작업에 나섰던 침몰한 금양호 선원 9분의 숭고한 희생에도 옷깃을 여밉니다.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과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합니다. 북한이 하루 빨리 평화와 질서를 존중하는 정상적인 국제사회 일원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안보 능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각을 세웠습니다. 아래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한 말입니다.

"천안함 폭침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 무능의 산물입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안보를 바로 세우는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종북몰이의 빌미로 삼아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궁리 뿐입니다. 새누리당은 천안함 장병들의 영령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알아야 합니다. 천안함 5주기는 종북몰이가 아니라 그 이후에 더 해이된 군 기강과 안보태세를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재인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사건 5주기 전날, 해병대까지 찾아 장갑차를 오르고, 이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낸 이유가 뭘까요. 문재인 대표 측은 이른바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경제는 물론 안보에서도 유능한 정당으로 새정치연합을 거듭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며 그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문재인 대표의 실제 안보관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인 행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전사령부 예하 1공수 특전여단 출신으로 실제 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를 포용하기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죠. 

이를 견제하려는 듯,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7일 "5년 간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제 입장이 변화됐다면 지난 5년 간 잘못 주장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반대로 시민사회 진영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참여연대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고 단정하게 된 근거가 무엇이냐"며, 근거가 없다면 문재인 대표의 발언은 안보논리에 편승한 정략적 처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의 안보 정당 기조에 여당과 시민사회 진영 양쪽에서 공격을 받은 것이죠.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이는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닌, 야당이 수권 정당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29일 문재인 대표 50일 취임 기념 오찬 간담회에서, 대표는 이같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야당으로만 머물지 않고 정권을 잡으려면 국민들께 여당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실제로 정권 맡았을 때 경제 안보에 있어서도 유능하다라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유능한 안보, 경제 정당은 우클릭 한다거나 중도나 보수 지향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문제 아니라 국민에 수권능력 보여드리는 길이다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표는 기존 새누리당의 가치로 여겨졌던 경제에 이어 안보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점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새누리당의 안보 능력에 실망했거나, 새정치연합의 안보관에 대해 불안해했던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정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는 식의 레토릭만으로 안보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간 지대를 잡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와, 북핵 문제 등 각종 안보 현안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을 갖추는 작업이 이뤄져야할 것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정권을 창출했을 때 스스로 기조의 모순에 빠지지 않기 위해 깊이있는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갑차에 올라타는 것만으로 안보 정당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5주기…문재인 "북한 소행" 첫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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