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문학 열풍은 답답함 때문"…건명원으로 간 청년들

<앵커>

학위도 없고, 그렇다고 당장 써먹을 실무 교육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한 비정규 교육기관에 젊은이들이 몰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문·과학·예술 분야의 이른바 명문대 교수들이 대학 밖에서 뜻을 모아 만든 건명원. 한국판 '마쓰시다 정경숙'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건명원의 최진석 원장을 만나, 인문학 열풍과 창의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주형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기자>

최진석 교수는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도 두 차례나 노자를 강의했던 인문학 스타 강사입니다.

청바지에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는 최근 대학 밖에서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한 독지가의 지원 아래 한국의 내로라하는 석학들이 모여 새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워보겠다는 건명원.

인문과 과학, 예술을 통섭적으로 가르치는, 학위도 없는 이 1년짜리 과정에 900명의 젊은이가 지원했습니다.

[놀라운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정원은 30명.

대학생도 있고, 졸업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습니다.

[이주형 기자 : 건명원에서 한번 공부를 해보고 싶다. 이 정도 열망의 기저에는 도대체 뭐가 있다고 선생님께서는 생각하십니까?]

[최진석 원장/건명원,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저는 어떤 답답함 혹은 한계 이런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큰 화두들을 보면 모두 다 선진, 선도, 창의, 상상…. 우리는 그런 것들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이죠.]

[이주형 기자 : 어떤 뜻입니까? 건명원이라는 게?]

[최진석 원장/건명원, 서강대 철학과 교수 : 해와 달이 함께 있는 글자잖아요? 해를 해로만 보거나 달을 달로만 보면 이것을 우리가 지라고 그래요. 알 지(知)자. 해가 없으면 달이 의미가 없고 달이 없으면 해가 의미가 없죠. 해와 달은 하나의 사건이에요. 두 대립 면을 하나로 장악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을 명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갈등들이라는 건 다 어딨느냐면 다 한쪽에 서 있어서 다른 쪽을 비난하는 거거든요. 뭐 대부분 것들이 전부 진영논리에 빠져 있고 지금 우리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거는 바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답답함 때문에 그럴 거예요.]

인문학 열풍이 분지도 벌써 수 년.

우리의 시스템은 왜 여전히 답답함을 느끼게 하고, 제도권 교육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들은 잇따르고 있을까요?

[최진석 원장/건명원,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인문학 지식을 쌓는 것을 인문학을 하는 것, 인문적 사유의 레벨에 도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에요. 왜 인문적 지식을 그렇게 많이 관리하는 대학에서 인문학이 오히려 위기인가. 그것은 대학에서 인문적 레벨의 사유를 하는 것보다 인문적 레벨의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남긴 지식을 습득하는데 더 몰두했기 때문에….]

최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이자, 이 땅의 모든 학부모와 취업준비생, 인사담당자들의 화두이기도 한 창의성에 대해서는 인격의 문제라는 말을 했습니다.

[최진석 원장/건명원, 서강대 철학과 교수 : 창의력과 상상력은 발휘하는 게 아니거든요. 만약 발휘하는 거다. 그럼 내일부터라도 발휘해버리면 될 거 아니에요. 그냥 자기 내면의 욕구를 철저한 몰입 속에서 발휘할 뿐이에요. 그러니까 창의력이라는 것은 발휘되는 거거든요. '발휘된다' 하는 것은 뭐냐면 인격적인 문제라는 뜻이에요. 그런 인격들이 준비되지 않았다. 하는 말은 뭐냐면 주체들이 독립적 주체로 되어 있지 않다. 모두 다 종속적 주체들이다. 종속적 주체들이란 뭐예요? 다 이미 있는 신념, 이미 있는 이념, 이미 있는 기준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지. 이념을 생산하려는 배짱, 새로운 신념을 생산하려는 배짱, 새로운 기준을 생산하려는 배짱들은 아직 발휘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기준과 이념을 제시하고 현 상황을 뚫고 나가려는 우리 지식 사회와 젊은이들의 몸부림.

그것이 건명원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김태훈, 영상편집 : 김경연, CG : 안준석) 

▶ [오디오 취재파일] 인문학·창의성 열풍의 허상을 말하다…건명원 최진석 교수 심층 인터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