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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동거인' 낙인…재혼 가정 냉가슴

<앵커>

한 해 결혼하는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이 재혼 가정입니다. 그런데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주민등록등본에 아들이나 딸이 아닌 동거인으로 표시됩니다. 재혼 가정의 자녀들이라는 이유로 이런 차별 아닌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데 시대의 변화를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12년 전 재혼한 이 모 씨 부부.

이달 초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학교에 제출한 주민등록등본에 아들이, 아들 '자'가 아닌 동거인으로 표기돼 있어서였습니다.

[이 모 씨/재혼 남성 : '등본에 왜 동거인으로 되어 있습니까'(라고 묻더라고요.) 아이 부모가 다른 데 계시는 줄 아는 것이에요. 내 애가, 왜 내 애 취급을 못 받느냐, (왜) 대우를 못 받느냐는 거죠.]

이 씨 가족의 경우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재혼 가정의 경우 이전 혼인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는 친자 관계가 아니란 이유로 동거인으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 씨/재혼 여성 : 유치원도, 단순 지원인데 등본 요구하는 유치원이 되게 많아요. 다닐 것도 아닌데 등본을 내면 아이가 재혼 가정에 (살고) 있다는 것도 다 나오게 되니까.

재혼 가정 가운데 일부는 주민등록 등본의 이 동거인 표기를 없애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함께 살고 있지만, 부부가 주소지를 따로 등록하는 겁니다.

위장 전입이라는 고육지책입니다.

[김 모 씨/재혼 여성 : 무조건 그것만 신경 썼어요. (동거인 표기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소 등록만 따로 했는데. 열 가족 중에 한 일곱 가족 이상은 이런 식의 편법을 쓰고 있을 거예요.]

국민권익위원회도 동거인이라는 표현이 재혼 가정에 상처를 주고 있다며, 표기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친권을 토대로 작성되는 가족관계등록부에 근거해 등본을 작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 : 정확하게 표시하면 처의 자, 배우자의 자 이렇게 쓰는 게 맞겠죠. 정책적 배려로 동거인이란 표기를 쓰고 있습니다. 현재는요.]

[김태윤/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 : (양자처럼 입양하는 방식은) 절차가 복잡하고 하다 보니까, 거의 포기하고요. 제도적으로 좀 보완된다거나 수정이 돼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섯 쌍 가운데 한 쌍이 재혼 가정인 시대, 많은 재혼 부부들이 동거인이라는 표현을 결코 배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부르지 않는 대체 표현을 찾아 달라고 재혼 가정들은 호소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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