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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KT 단독 영업정지를 통해 드러난 통신사의 민낯

[취재파일] SKT 단독 영업정지를 통해 드러난 통신사의 민낯
이동통신 국내 점유율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7일간의 신규모집 금지와 과징금 235억 원 처분을 받았습니다. 어제 오후 SK텔레콤에 대한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시장과 불법 보조금의 구조에 대해 평소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의 의견진술을 통해 통신사들의 민낯이 드러난 겁니다.

먼저 방통위 조사결과에 따른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지난 1월 16일 금요일 저녁. 이통시장에 과도한 리베이트가 지급되는 모습이 포착되자 방통위는 통신3사 임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자제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다음날인 1월 17일 토요일, 이번에는 통신3사 임원들을 방통위로 불러 다시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경고가 두번이나 계속된 셈입니다. 다른 통신사들은 이후 리베이트 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SK텔레콤만은 일요일까지도 과열상황이 계속됐다는게 방통위 조사결과 입니다. 이번에 SK텔레콤만이 단독 제재를 받은 주요 이유입니다.

SKT 단독영업정지
(위 사진은  지난1월 당시 일부 폐쇄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된 휴대전화 판매조건입니다. 제일 마지막에 있는 '39세 표인봉'이라는 말은 일종의 암호입니다. '개통후 나중에 현금으로 돌려주는 보조금, 이른바 페이백을 39만 원 지급한다'는 뜻입니다.)
SKT 단독영업정지
(위 사진은 지난 1월 당시 SK텔레콤 일부 판매점에 내려간 리베이트 표 , 이른바 정책단가표 입니다. MNP라는 항목은 타통신사에서 가입자를 데려오는 이른바 번호이동을 의미합니다. 이럴 경우 단말기 별로 가입자 한명당 50만 원에서 35만 원까지의 판매점 리베이트가 책정됐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리베이트 수준이 높다는 경고를 받고 일요일에 5만 원을 빼라고 지시했다. 그 뒤 월요일에 다시 3만 원을 더 내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텔레콤 각 지사 본부에는 내려갔는데 소매 유통 담당하는 자회사, PSNM에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회사안에서도 각 조직간에 경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방송통신위원장은 "그 인식에 대해 깜짝 놀랐다"며 목소리 톤까지 높아졌습니다.

"저는 그 인식에 대해 깜짝 놀랐다. 지금 리베이트를 48만 원 지급하고 있어서 방통위가 리베이트를 줄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5만 원 빼라. 늘 그런식으로 5만  원 빼라는 지시 내렸나?"

불법 보조금 수준이 높아져 단말기 유통법 위반이 분명한 상황이라 방통위가 이미 두차례나 경고를 했는데도 겨우 5만 원 내리라는 지시를 했다는 해명이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셈입니다.

SK텔레콤의 추가 설명은 이랬습니다.

"통신 3사의 일반적 경쟁이 과거엔 전면전, 즉 전국적으로 보조금이 크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타겟점 위주 20-30% 위주의 매장이 돌아가며 보조금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다. SKT 본사 직영점에서는 (리베이트 수준을 낮추라는) 지시가 분명히 전달됐지만 자회사인 PSNM, 타겟점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방통위의 시장조사도 주로 타겟점에 대해 조사된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 역시 방통위 상임위원들을 설득하기엔 모자랐습니다. 방통위상임위원들로부터 당장 이런 반박이 제기됐습니다.

"타겟점이라고 하시는데 그런데 대한 통제는 앞으로도 계속 안되겠네요? 이런 일 반복된다는 것 아닌가요?"
"말씀 들어보니 정말 통신사간 경쟁을 과연 관리가 가능할까 의문이 더 커진다"

"방통위 시장조사가 타겟점, 자회사인 PSNM 위주로 진행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 조사관들이 나가서  PSNM은 자료를 하나도 못봤다. 조사관들이 자료를 못 보게 서버를 다운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만이 아니고 지난번 아이폰6대란때도 PSNM은 조사를 전혀 못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SK텔레콤의 (단말기유통구조법) 위반율은 더 높아져야 한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불법 보조금 조사에 대비해 자료를 은폐,삭제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조사관들이 보조금 관련 자료를 보려고 하자 아예 서버를 다운시켜 자료를 볼수 없게 했습니다. 또 일부 전산시스템에는 불법 보조금 액수와 관련된 항목을 은폐, 삭제할 수 있는 기능까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SK텔레콤은 의견진술 마지막은 이랬습니다.

"가입자 수 위주 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 위해 경쟁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시키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적극적, 모범적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선도적 지원하겠다"

이 약속이 꼭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일관된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6 대란으로 인한 과징금 부과 때,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 시행 때도 통신사들의 비슷한 약속을 들었던 저는 이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찌보면 단말기유통법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을 가장 잘 함축한 말인데다 이동통신사들의 솔직한 속마음이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속성, 소비자는 싸게 사고 싶고, 회사는 많이 팔고 싶은 속성 때문에 룰이 안지켜지는 경우가 있다"
 
이번 단독제재에 대해 SK텔레콤은 '너무 가혹하고 억울하다'는 심정입니다. 반면 다른 통신사들은 "SK텔레콤이 4월 10일 갤럭시 S6 출시 때 영업정지를 받는 것은 피하게 됐다"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방통위는 7일간의 신규모집 금지 처분의 시행시기를 추후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이통시장 위축으로 일선 판매상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또 4월 10일로 예정된 삼성 갤럭시 S6 출시 시점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갤럭시 S6 출시를 앞두고 통신3사는 미리 다른 단말기의 보조금 축소하며 보조금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통신3사의 상반기 최대 경쟁처로 예상되는 S6 출시 때도 과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철저히 지켜질 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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