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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서울시·시민 모두 '한숨'

[취재파일]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서울시·시민 모두 '한숨'
“예전에는 지하철 개통하면 동네 축제였는데...”

서울시 한 고위공무원의 하소연입니다. 지하철이 집 근처에 있으면 집값도 오르고 교통 여건도 좋아지다보니 지하철 개통당일은 동네 축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개통을 앞두고 서울시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은 최근 ‘지옥철’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특정시간에 승객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38만 명 정도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은 43만 명, 주말에는 26만 명 정도가 이용합니다. 평일 이용객이 주말보다 두 배정도 많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평일 기준으로 시간대별 승객 쏠림 현상도 두드러집니다.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승객이 집중돼 있습니다. 이 시간대는 출퇴근 시간입니다. 전체 승객 10명 중 2명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평일 출퇴근시간에 승객이 몰리다 보니 이 시간에 지하철 9호선은 전쟁터입니다. 특히 염창역에서 당산역 구간, 당산역에서 여의도역 구간이 가장 복잡합니다. 지하철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혼잡도'입니다. 출근시간 당산역에서 여의도역 구간의 혼잡도는 약 240%입니다. 혼잡도는 전동차 1량 기준으로 적정 승객에 비해 얼마나 많은 승객이 탔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9호선 전동차 1량의 적정 인원은 160명 정도입니다. 이 기준으로 혼잡도가 240%라고 하면 출근시간에 당산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전동차 한량에 380명이 넘는 승객이 타고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승객이 많기로 악명이 높았던 2호선 사당역에서 방배역 구간의 혼잡도가 201%인 점을 고려하면 출근시간 지하철 9호선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그런데, 각 호선별 전동차 1량당 승차인원을 분석해 보면 9호선은 평균 수준입니다. 2호선이 433명에 달하지만, 9호선은 절반인 231명입니다. 그러면 출근시간에도 9호선보다 2호선이 더 복잡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런데 9호선이 더 복잡합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원인은 ‘급행열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9호선에는 일반열차와 급행열차가 함께 운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열차는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까지 55분이 걸리지만, 급행열차는 같은 구간은 32분 만에 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출근시간의 특징이 반영됩니다. 직장인들에게 출근시간의 10분은 평소의 1시간 보다 더 소중한 시간입니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행만 선호하고 있습니다. 오전 8시부터 8시 30분 사이에 당산역에서 여의도역을 이용하는 승객의 83%가 급행열차만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서울시는 급행열차 이용비율이 높은 이유를 장거리 이동 승객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지하철 9호선은 주거밀집지역인 강서권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업무 밀집지역인 여의도나 강남권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잠시 첨두율이라는 지표를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첨두율은 하루를 기준으로 특정시간에 특정 방향으로 얼마나 많은 승객이 지하철을 이용하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출근시간에 신논현역 방향으로 9호선의 첨두율은 25.1%입니다. 승객 10명 중 2~3명은 출근시간에 신논현방향으로 9호선을 이용한다는 의미입니다. 2호선을 비롯해 다른 노선의 첨두율은 9호선의 절반인 17%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거단지인 강서권에서 승객들이 많이 타서 신논현역 방향으로 이동하는데, 이 방향으로는 업무 밀집 지역인 여의도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이용승객이 집중되는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여의도역은 9호선 전체의 중간정도, 강남권인 고속버스터미널역은 거의 종착점입니다.

그러다보니 9호선은 승객들이 노선의 출발지점에서 몰려서 타서 중간까지, 또는 종착역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장거리 이동을 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또 '급행열차'만 이용합니다. 오전 8시 전후의 출근시간에 신논현역 방향으로 다른 노선에 비해 많은 승객이 한번에 몰리고, 이 승객들이 거의 대부분 급행열차만 이용하다 보니 출근시간의 9호선 급행열차는 말그대로 '지옥철'이 되는 겁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서울시는 수요예측에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민자사업에 대해 과대수요 예측이 문제가 되다 보니 적정한 수준으로 수요예측을 하는 과정에서 약 34%정도 과소예측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스스로 시인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이렇게 수요예측에 실패한 9호선이 28일 연장 개통합니다. 신논현역에서 종합운동장역까지 4.5km구간이 연장됐습니다. 길이는 짧지만 승객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라 9호선의 혼잡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혼잡다고 300%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서울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2단계 구간이 개통하면 올해만 지난해보다 이용객이 무려 36%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7년 3단계 구간까지 개통하면 2016년보다 또 26%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시는 당장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노량진역이나 동작역도 2단계 구간 개통으로 혼잡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혼잡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은 전동차를 늘리는 겁니다. 2호선은 열차 1대가 10량으로 운행하지만 9호선은 4량으로 운행중입니다. 9호선은 8량까지 이어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니 전동차를 늘리면, 다시 말해서 공급을 늘리면 늘어나는 승객, 수요를 충분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평균 혼잡도 수준인 157%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98량의 전동차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운행 중인 전동차는 144량입니다. 150량이 더 필요합니다. 서울시는 우선 급한대로 내년 9월까지 20량을 우선투입하고, 2017년까지 70량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혼잡도가 심한 급행열차를 우선 6량으로 운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지하철 9호선 2단
여기서도 서울시는 또 한번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서울시는  2010년과 2011년, 교통수요조사연구를 통해 전동차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기본계획까지 변경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9호선이 개통한 이후인 2010년과 2011년에 실제 운영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동차가 부족하다고 인지했습니다. 그런데 3~4년이 지났지만 증차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요예측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예측이니 틀릴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틀린 것을 알면서도, 해결방법을 알면서도 결과적으로 3~4년이라는 시간을 그냥 흘러보냈습니다.

그 시간에 시민들은 지옥철에서 매일 출근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서울시는 왜 증차 문제를 서두르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서울시는 또 예산 타령을 합니다. 정부의 국고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3~4년간 정부와 국고지원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다가 지난해에야 이 문제가 해결돼 증차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시의 혼잡도 해소 방안 중에 막혀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서울시는 9호선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출근시간에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방안이 ‘조조할인’제도를 도입하는 겁니다. 오전 7시 이전에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의 운임을 할인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복안도 수도권통합환승할인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9호선 조조할인을 하려면 경기도와 협의를 해야 하고, 메트로나 철도공사와 같은 다른 지하철 운영사와도 협의를 해야 합니다.

협의 중이라고 하지만 그리 녹녹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형평성 문제 때문입니다. 9호선이 복잡하다고 할인해 주면 다른 지하철 노선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광역버스도 출근시간에 승객이 몰려서 고민인데, 광역버스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 전 대중교통에 대해 조조할인을 도입하면 될 거 같지만, 수천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지하철 공사의 재정상황과 출근시간 이외에는 빈차로 다니느라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아우성치는 버스업계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당분간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만든 서울시는 시민들 볼 면목이 없을 겁니다. 서울시도 내부적으로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은 시인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시민들이 지금 할 수 있는 해결책은 혼잡한 시간을 피하는 방법뿐입니다. 오전 7시 반부터 8시까지가 가장 혼잡한 시간입니다. 10분만 일찍 나오면 그나마 조금 편하게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출근시간 10분 당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조금만 일찍 출근해 주세요”라고 시민들에게 부탁하는 것 말고는 당장 뽀족한 방법이 없는 서울시의 행정능력을 시민들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9호선의 혼잡도가 더 커지면서 안전사고만 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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