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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뇌섹남', '핵꿀잼' 등 신조어 선정…'김치녀'는 채택 안 해요"

대담 : 국립국어원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이 신조어를 발표했는데요, 300개가 넘는 낱말들이 나왔습니다. '모루밍족ㆍ오포세대ㆍ뇌섹남ㆍ핵꿀잼…' 글쎄요. 알 듯도 하고, 또 전혀 감이 안 잡히는 단어들도 있습니다. 이번 신조어들 어떻게 선정됐는지, 국립국어원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먼저 이번 신조어 조사는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네. 언어는 살아 움직인다고 하죠. 그래서 우리말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말이 단어 차원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저희가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는데요. 이번에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일간지 등 139개 온라인ㆍ오프라인 대중매체, 언론기사나 뉴스 보도문 등인데요. 여기에 등장한 신어를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334개가 채집이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렇게 선정한다는 것은 신조어가 표준어로 인정받는 거와는 좀 다른 건가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아 예. 약간 좀 차이가 있는데요. 잘 아시듯 표준어라는 것은 수도권에서 흔히 쓰이는, 고빈도로 쓰이는 문어나 구어들. 이런 것들이 표준어인데, 신어는 이제 막 출현한 단어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빈도일 수밖에 없고, 사용 지역도 아직은 불명확하고 그래서 표준어랑은 차이가 꽤 있고요. 나중에 많이 쓰이고, 그 다음에 이제 어떤 품격이 있는 말로 인정이 되고 하면 표준어가 될 수는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방금 전에 제가 또 몇 개 신조어들을 말씀을 드렸는데 사실 좀 모르는 것도 있거든요. 근데 저뿐만이 아닐 것 같아요.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하나하나씩 여쭤보겠습니다. 보니까 좀 특정한 무리를 뜻하는 단어들이 많던데요. '모루밍족'은 무슨 뜻인가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이건 '모바일 쇼루밍(mobile showrooming) 족(族)'의 줄임말인데요. 어떤 물건을 살적에 오프라인 매장, 그러니까 실제 물건을 좀 보고 나서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분들을 뜻합니다. 이게 좀 싸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아. 알뜰족이군요. 신 알뜰족들.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 실속 있게 쇼핑을 즐기는 분들을 뜻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니까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보고 모바일로 쇼핑하는 사람들. 실속파들. 매장 사장님이나 종업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분들이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포세대'는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 '오포 세대'는 예전에, 2011년도에 나온 '삼포 세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생활고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게 '삼포 세대'였는데요. 거기에다가 인관 관계랑 주택 구입까지 포기한, 다섯 가지를 포기한 '오포 세대'라는 말이 이번에 또 출현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나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반영된 그런 어휘가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삼포 세대가 또 두 개가 늘어났다는 거예요? 이게 자꾸만 늘어나면 안 되는데 말이죠. 자꾸만 새로운, 이렇게 늘어나는, '오포 세대'까지 지금 나왔어요. 그리고 또 다른 비슷한 단어들 뭐가 있을까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 또 뭐 특징적인 걸로 '앵그리 맘'이라고 하는 단어가 있는데, 자녀 교육과 관련된 사회 문제가 있어서 거기에 어느 정도 분노를 느끼고 참여를 하려고 하는 그런 학부모, 어머니들을 뜻하는 단어가 있고요. 그 다음에 '디플레이션 공포'를 줄인 '디 공포'라는 말이 있고.
 
'눔프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거는 영어 단어인데, '낫 아웃 오브 마이 포켓(Not out of my pocket)'을 줄여서 '눔프족'이라고 하는데,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 복지비용을 위해서는 세금이 좀 어느 정도 더 걷혀야 돼서 그런 측면은 사실은 또 반대를 하고자 하는 사람, 이런 분들을 '눔프족'이라고 그렇게 일컫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복지 확장이 필요하긴 하지만 내 돈으로,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건 싫다는 그런 분들이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이율배반적인 그런 속성이 있는 분들. 그리고 '꼬시고 싶은 돌아온 싱글 남자'라는 긴 표현을 줄인 '꼬돌남'이라는 신조어도 있었고요. 그 다음에 일상생활에 너무 바쁘게 치이다 보니까 쇼핑을, 아까 '모루밍 족'하고 비슷한데, 쇼핑을 다니면서 하지 못하고 출퇴근할 때 모바일 기기, 휴대전화 이런 걸로 쇼핑하는 '출퇴근 쇼핑족'이라는 용어도 나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런 분들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절벽'을 붙인 단어들도 있던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네. '절벽'이라고 하는 부분을 이용해서 '일자리 절벽', '임금 절벽' '주거 절벽', '창업 절벽' 이런 용어들이 또 많이 등장을 했는데요. 이건 특정한 어떤 서적에서 쓴 용어들이 좀 번져가지고 등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일자리 절벽', 임금이 안 오른다. '임금 절벽'. 주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주거 절벽' 창업해도 성공하기가 쉽지가 않다. '창업 절벽' 이런 뜻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 삶에 이렇게 절벽들이 많이 있군요. 지금 보면 사회 현상을 반영한 신조어들이 많다고 봐야 되겠네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그렇습니다. 예.
 
▷ 한수진/사회자:

어떤가요, 지금 신조어들을 국어원에서 계속 발표하고 계신데, 추세를 어떻게 보고 계세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과거 신조어들이랑 비교를 해 보면, 역시 새로 나타난 사회 현상이나 지속되는 사회 문제, 이런 것들이 낱말로 표현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있고요. 그리고 제가 딱 10년 전 신어 자료집하고 좀 비교를 해보니까, 10년 전보다 외래어 활용률이 높아져서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2005년도에는 한 33% 정도가 외래어 요소가 끼어들어간 신조어였다면, 이번에 저희가 채집한 신조어들은 80%가 외래어 요소를 좀 품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좀 아쉽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외래어가 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리고 혹시 뭐 좀 비속어들도 섞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를 들어서 '김치녀' 이런 말들이 떠오르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이것은 한 2012년에 언론에서 처음 등장을 했는데 이런 것은 지속성이 좀 있고 특정집단 비하, 불필요하게 비하함으로써 사회적인 대립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은 저희가 신조어로 채집을 하진 않고 제외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선정에서는 또 제외가 되는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예.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런 단어 같은 건 직접적인 욕설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어떤 대상을 혐오하는, 아주 좋지 않은 단어죠. 그래서 사실 뭐 이런 말 아예 쓰지 말자는 운동도 하고 있으니까 선정하지 않았다하는 말씀이시군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이게 신조어가 나중에 많이 활용되고 굳어져서 국어사전에 오를 수도 있는데, '김치녀' 같은 말은 많이 퍼지기는 좀 힘들 것 같고, 퍼지더라도 국어사전에 올리기는 여전히 어려운 말이라고 봐서 저희가 신조어로 포함시키진 않았습니다. 이런 부류의 말들을.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지금 뭐 흔히들 인터넷 용어들, 또 신조어들이 아무래도 인터넷상에서 많이 이야기가 되고 해서 혹시나 우리 아름다운 국어를 파괴하는 건 아닌가. 부정적으로 치부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예. 그래서 '국어 파괴'나 '언어 파괴'라는 표현이 쓰이는데, 이것은 구체적으로 보면 외래어를 남용을 해서 활용한다거나, 조각조각. 또는 이런 여러 가지 말들을 붙여가지고 만들 때 조어법에서 많이 벗어난 그런 것들이 대표적인 '국어 파괴'라고들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역시 외래어보다는 고유어보다는 한자어, 우리말을 충분히 활용한 단어가 더 많이 나오면 그게 이제 진정한 국어 발전으로 다가가는 한 걸음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우리 국민들이 합심하여서 이런 쪽으로 좀 노력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외래어보다는 우리말들을 좀 많이 살린 그런 신조어들이 나왔으면 좋겠다.하는 말씀이시군요. 어쨌든 몇 년 뒤에 과장님과 또 인터뷰할 때 '칠포 세대', '구포 세대' 이런 것까진 안 갔으면 확실히 좋겠네요.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선철 언어정보 과장/국립국어원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국립국어원 김선철 과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 금사빠녀…꼬돌남…'신어' 얼마나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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