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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태환 청문회, 무슨 얘기 오고 갔나?

힘겨웠던 청문회, 이제부터 더욱 힘든 싸움

[취재파일] 박태환 청문회, 무슨 얘기 오고 갔나?
● "고의성 없었다" 설득 실패

박태환의 청문회에는 국제수영연맹의 로버트 폭스 위원장(스위스)과 레이먼드 핵 위원(남아공), 파리드 벤 벨카셈 위원(알제리) 등 3명의 FINA 도핑 방지 위원이 패널로 참석했습니다.이들 중 의사 출신인 레이먼드 핵 위원은 "네비도 주사를 맞고 설사를 했는지?"(네비도 주사를 맞으면 부작용으로 설사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합니다.), "주사를 어디에 맞았는지?", "맞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 등 주사 투약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까지 했고, 박태환은 이에 대해 "설사는 안 했고..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고.. 맞을 때만 따끔했다" 등 상세하게 답변했습니다.

박태환은 문제의 병원을 간 이유에 대해서는 "수영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피부 트러블이 생겨서 다녔다"고 밝혔고, "남성 호르몬 수치가 떨어져서 병원의 권유로 주사를 맞았다"며 "주사를 맞을 때 도핑 물질 포함 여부를 분명히 물어봤고, 아무 이상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의 상세한 답변과 설명이 청문회 위원들의 공감을 사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청문회에 함께 참석했던 이기흥 대한수영연맹 회장은 귀국 인터뷰에서 "제가 볼 때는 그것(고의성 여부)이 완전히 납득이 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밝혀 청문회 위원들을 상대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취재파일] 박태환
△ 이기흥 수영연맹회장

 
● 그래도 기회를 얻었다

박태환 뿐 아니라 어느 선수든 도핑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청문회에 참석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위원들은 이들의 말을 믿어주기보다는 의심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핑의 실제 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도핑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대부분의 선수가 2년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은 관례보다 가벼운 18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10년 이상 도핑과는 무관했던 깨끗한 전력과 세계 수영의 변방에 머물던 한국 수영을 세계 무대로 끌어 올린 점, 수영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점, 또 리우 올림픽 흥행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기흥 회장은 청문회 마지막에 발언권을 얻어 "박태환이 국내에서 수영 꿈나무 행사에 참여하며 희망을 주고, 그동안 포상금도 어린 선수들을 위한 발전 기금으로 냈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징계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번의 실수로 완전히 사라질 뻔한 한국 수영의 스타는 다시 한 번 명예 회복의 기회를 살렸습니다.
[취재파일] 박태환

●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년 3월이면 징계가 풀리게 돼 리우 올림픽 출전을 위한 가장 큰 장벽은 넘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습니다. 대한체육회가 새로 만든 지 1년도 안 되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와 함께 훈련 장소와 코치, 훈련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도핑으로 징계를 받는 동안에는 각국 수영 연맹에 속한 클럽이나 단체에서 훈련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호주나 미국 등 도핑에 엄격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훈련장과 코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개인적으로 큰돈을 들여서라도 전담 코치와 전담 파트너를 구하고 훈련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를 해결한다 해도 떨어진 실전 감각을 단기간에 어떻게 끌어올리느냐도 또 하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명예 회복을 위해 팬들의 돌아선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도핑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박태환이 10년에 걸쳐 쌓아온 이미지는 모두 무너졌습니다. 이제 박태환의 기사에는 악플이 더 많이 달리고, 힘겹게 쌓았던 과거의 업적이 약물의 힘이라고 폄하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약물 복용 사실과 함께 박태환 측의 어설픈 사후 조치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태환 측은 FINA의 비밀 유지 조항을 깨고 먼저 보도 자료를 돌리고 검찰 수사까지 의뢰했지만, 문제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의 말이나 반성의 목소리는 없었습니다. 일체의 소통도 없다 보니 도핑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수사 결과가 나와도 오히려 궁금한 점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불신이 쌓이기 시작한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청문회 위원들을 설득하는 것보다도 몇 배는 어려울 것입니다.
[취재파일] 박태환
박태환이 내년 리우 올림픽까지 앞으로 17개월 동안 가야 할 길은 자신의 수영 인생 17년간 걸어온 길보다 훨씬 힘들고 외로울 것입니다. 어쩌면 길이 막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길로 가게 된 책임은 박태환 본인에게 있고 이제 이 길의 끝에서 비난을 받을지, 아니면 다시 환호를 받을지도 전적으로 박태환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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