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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선수 비하가 중국 언론의 취미인가?

[취재파일] 한국 선수 비하가 중국 언론의 취미인가?
웬만하면 이 취재파일은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과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행태가 일반인의 상식과 워낙 거리가 멀어 기사를 작성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벌써 열흘도 지난 일입니다. 3월 15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15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남자 1,000m 결승에는 한국의 '에이스' 신다운과 박세영, 캐나다의 간판스타 샤를 아믈랭(영어 발음 찰스 해믈린), 그리고 중국의 우다징과 스징난 등 모두 5명이 출전했습니다.

1,000m는 트랙을 모두 9바퀴 도는 경기입니다. 2바퀴를 남기고 샤를 아믈랭이 선두, 중국의 우다징이 그 뒤를 이어 달리고 있었습니다. 1바퀴 반을 남기고 신다운이 스퍼트하면서 코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순간, 우다징과 약간의 접촉이 있었습니다. 신다운의 반칙으로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는 다소 애매한 장면이었습니다. 어찌됐든 이후 우다징은 속도가 떨어지며 맨 뒤로 밀렸습니다.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맨 앞이 아믈랭, 청색 유니폼이 신다운, 붉은 색 유니폼이 우다징입니다.
세계쇼트트랙선수권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놓고 샤를 아믈랭이 선두, 신다운이 2위, 박세영이 3위, 중국의 스징난이 4위였습니다. 신다운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오른손으로 아믈랭의 왼쪽 어깨를 밀어냈습니다. 신다운과 아믈랭이 충돌하며 스피드가 떨어지는 틈을 타 박세영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아믈랭과 중국의 스징난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신다운이 손으로 아믈랭을 민 것은 반칙이 맞습니다. 그래서 신다운은 실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선수들이 마지막 코너를 도는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보면 왼쪽부터 아믈랭, 신다운, 박세영이고, 중국의 스징난은 박세영 바로 뒤에 있습니다.
세계쇼트트랙선수권

쇼트트랙에서는 경기 특성상 이 정도의 반칙이 나오는 것은 비일비재합니다. 문제는 남자 1,000m 결승을 보도한 중국 언론의 태도였습니다.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신다운의 반칙으로 박세영이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냈다"는 제목을 달고 비판 기사를 실었습니다. 동계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 쇼트트랙의 영웅' 양양A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다운이 악의적이고도 명백한 반칙을 해 우다징이 금메달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양양A의 양식을 의심케할만한 발언이었습니다. 신다운과 우다징의 접촉은 아무리 봐도 악의적이라 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나닷컴>이 대회가 끝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지금까지도 남자 1,000m 동영상을 '인기 동영상'으로 분류해 눈에 잘 띄는 곳에 계속 배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동영상 제목이 더 가관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전술인가? 한국 쇼트트랙 간판스타가 상대 선수에게 반칙을 해 팀 동료가 우승하도록 해줬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간판스타는 물론 신다운이고 팀 동료는 박세영입니다. 동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다운이 마지막 코너에서 샤를 아믈랭을 제칠 경우 본인이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 <시나닷컴>의 표현대로라면 신다운이 팀 동료 박세영의 금메달을 위해 자신은 실격을 감수하고라도 반칙을 했다는 것인데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황당한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 기사와 동영상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반응은 거의 대부분 한국과 한국 선수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일색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백두산은 없다'(백두산이 중국 영토라는 뜻), '2002년 한일월드컵 빚을 아직 갚지 않았다'(한국의 월드컵 4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 '빵쯔는 역시 별 수 없다'(빵쯔는 한국인을 비하하는 저속한 말) 같은 것들입니다.

어떤 내용은 차마 글로 옮기기 힘들만큼 노골적인 욕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중국은 한국과 비교할 때 인구나 국토 면적으로나 경제 규모로나 훨씬 큰 나라입니다. 그런데 유독 스포츠 분야에서만은 일종의 ‘한국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선수가 빼어난 활약을 보일 때는 시샘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조금 불미스런 일이 있을 때는 엄청나게 침소봉대하며 ‘혐한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 한국 선수와 주요 인사에 대한 이름 표기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엉터리입니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인 심석희를 '심석계'(沈石溪)로, 박세영은 '박세용'(朴世勇)으로, 신다운은 '신달오'(申達吾, 중국 발음 선따우)로 표기합니다. 또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회장을 '이기향'(李基香)으로 쓰는 등 한마디로 제멋대로입니다.

역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중국 쇼트트랙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반칙을 잘 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제 눈의 들보를 보기보다는 남의 티끌을 찾아 사실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는 중국의 금도(襟度)가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도 악의적인 한국 비난을 중지하고 관련 기사와 동영상 제목은 수정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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