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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 달에 1억 벌 수 있다"…도 넘은 통신사 다단계 영업

[취재파일] "한 달에 1억 벌 수 있다"…도 넘은 통신사 다단계 영업
지난 11일 저녁 8시쯤 휴대전화 다단계 업체를 가봤습니다. 처음엔 규모에 놀랐습니다. 서울 강남의 10층 빌딩 전체를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층에서는 휴대전화를 개통해주고 나머지 층에서는 강의와 상담이 이뤄졌습니다.

● "국회의원도 한다…한 달에 1억 원을 벌 수 있다"

상담을 받으려고 자리에 앉으니 먼저 명함을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지점장들의 명함이었는데 이들도 사업을 하고 있다고 홍보했지요. 시의원은 물론 국회의원까지도 다단계 영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수입을 설명할 때였습니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남성을 가리키며 “한 달에 1억 2천만 원을 받는다”고 말했지요. 주급 형식으로 돈을 받는데 한 주에만 수 천만 원을 벌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 선진국만 가능한 네트워크 마케팅?

지난 토요일에는 아예 서울의 한 대학교 건물을 빌려 큰 행사도 열었습니다. 대학교라는 공간에서 다단계 업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3천 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행사장에서는 “네트워크 마케팅은 선진국형 산업”이라며 ‘모든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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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대리점주가 될 수 있다!

다단계 영업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이 업체를 통해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이른바 ‘대리점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었지요. 1인 대리점주가 될 수 있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들을 개통하게 하면 개통수당과 요율 수수료 등 기존 대리점들이 받는 돈을 개인이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여느 다단계 업체처럼 많은 사람을 끌어 모을수록 직급도 높아져 이에 따른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특히, 휴대전화 다단계 영업의 미래가 밝은 것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즉 단통법 때문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어느 대리점을 가든 공시지원금의 차이 없이 동일한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게 된 점을 노린 것이지요.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이 다단계 대리점을 통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대리점권도 받아 돈도 벌라는 것이지요. 이런 홍보 때문에 지난 달 이 대리점에서만 2만 대가 넘는 휴대전화가 신규 개통됐습니다. 전국의 통신 3사 대리점 중 실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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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유플러스만 가능하다?

계속 궁금증이 남았던 것은 이 대리점에서는 오직 LG 유플러스만 개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통신사가 이 다단계 업체를 직접 관리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요. 먼저 강남에 있는 10층 건물의 등기부 등본을 떼 봤습니다. 전세권자는 LG 유플러스였지요. 다단계 업체의 내부자료도 어렵게 입수했습니다. LG 유플러스 안에 전담 팀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요. 신유통영업담당 산하에 인판영업팀이 있는데 팀장 등 7명 정도의 직원들이 다단계 영업망을 전담 관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 대리점에 비해 이 다단계 판매 대리점에는 더 많은 수수료를 준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LG 유플러스는 고객이 사용한 요금의 7%를 일반 대리점에 요율 수수료 명목으로 주는데 이 다단계 판매 대리점의 경우엔 사용한 요금에 따라 4~11%의 수수료를 더 주고 있던 것이지요. 통신사가 일부 손해를 감수해 다단계 업체에 전달하고 그 중 일부를 가입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인 셈이지요.

LG 유플러스 측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가입자 피해가 확인되지 않는 만큼 다단계 영업을 계속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통신사에서도 다단계 영업이 이뤄진다고도 강조했지요. 실제 KT의 경우 지난 달 2천대 정도의 휴대전화를 이 다단계 영업망을 통해 개통했습니다.

또 통신망을 다단계 영업을 하는 알뜰폰 업체에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SKT의 경우는 다른 통신사들의 다단계 판매 실적을 주시하면서 다단계 영업 참여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사 차원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실제 통신 다단계 업체 중에서는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통신 3사의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는 곳도 있지요.   

● 휴대전화 다단계 판매, 지속가능할까?

다단계 영업으로 인한 피해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다단계 업체에서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을 사면 직급 승진에 필요한 포인트 점수가 낮다며 LG의 휴대전화만 권했습니다. 단통법 때문에 최신 휴대전화와 구형 전화기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구형 휴대전화를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금제 역시도 월 8만 원 이상의 요금제를 권했는데 실제 이 대리점을 통해 개통하신 분들 중 상당수가 연세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비싼 요금을 내는 것입니다. 게다가 업체가 홍보하는 것처럼 고수익을 얻기도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이 다단계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10명 중 7명은 일 년에 10만 원도 벌지 못했지요.

어제 8시 뉴스 보도 이후 이 다단계 업체의 가입자로 보이는 분들이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실제 일주일에 얼마나 받는지 통장 내역을 찍어 보내주신 분도 있었고 이른바 '미래형 유통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질타하시는 분도 계셨지요. 지난 2002년 당시 정보통신부가 통신업계의 다단계 관행에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답변을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정통부는 이런 다단계 영업 방식은 통신 서비스 이용자 전체에 돌아가야 할 이익이 다단계 판매 조직에게만 흘러들어가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대리점 유통 체계가 무너져 휴대전화 유통망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점도 지적했지요. 특히 요금이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반 상품의 다단계 판매보다 지나친 불로소득을 발생시켜 사행성을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제가 예상되는 지점이지요. 통신 3사가 모두 다단계 영업에 뛰어들었을 때의 혼란을 정부가 내버려두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휴대전화 다단계 영업은 결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 다단계 영업까지…도 넘은 통신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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