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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일가족 5명의 참극…잡을 '손'이 없었나

거제 일가족 5명의 참극…잡을 '손'이 없었나
"인생…답이 없다"

경남 거제에서 지난 설 연휴 때 아내·자녀 셋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던 가장 A(35)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말입니다.

한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A씨는 세상을 하직하기까지 끝내 '답'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째인 오늘(19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A씨 가족은 빚 수억 원과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에 쫓겨 빠듯한 살림살이를 근근이 이어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왜 큰 빚을 졌는지, 금융권과 지인 등에게서 모두 얼마의 빚을 졌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채무 금액은 처음 알려진 1억 5천만 원보다 많은 2억 2천만 원 정도입니다.

이는 A씨가 최근 몇년 동안 본인은 물론 아내 명의로 은행과 대부업체 5∼6곳에서 빌린 돈입니다.

빚으로 빚을 갚는 '돌려막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빚 독촉 등에 시달린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A씨의 한 달 월급은 300만 원 정도.

아내는 자릿세 명목으로 매달 10만 원을 내는 작은 점포를 운영했지만 수입은 거의 없었습니다.

1억5천만 원 빚과 관련해 법원에 개인회생절차를 신청, 매달 40만 원씩 갚아야 했고 원룸 월세도 내야하는 등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할 돈만 늘어났습니다.

월급의 절반은 이자를 갚는데 썼고 나머지로 아이들 학비, 식비,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수중에는 거의 한 푼도 없는 '제로' 상태였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거제는 식당에서 공기밥 한 그릇을 추가할 때 2천 원을 받는 곳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높습니다.

다섯 식구가 한 달에 150만 원으로 산다는 것은 '생활'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A씨 가족은 최근 수개월 동안 휴대전화 요금도 연체된 상태였고 정수기 임대 비용도 내지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경찰은 A씨 직장 동료들의 말을 빌어 A씨가 평소에 '월급을 집에 가져가봐야 남는 게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중순 A씨 소유였던 매매가 1억 4천만 원 상당의 거제시내 방 3칸짜리 아파트를 팔고 시 외곽 원룸으로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사주신 아파트를 팔았지만 대출 원금과 이자 등을 갚고 나니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었습니다.

새 거처인 원룸으로 이사할 때도 보증금 1천만 원 중 계약금 100만 원을 뺀 잔금 900만 원을 치를 돈도 없어 잔금 날짜를 미뤘습니다.

월세도 50만 원에서 통사정해 42만 원으로 깎았다고 합니다.

A씨는 마이너스 통장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금융권 외에도 친척과 회사 동료들에게서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을 빌렸던 정황이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명확한 동기는 밝혀진 게 없고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을 미뤄 볼 때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이보다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활하는 가정이 많지만 수년째 이어진 어려운 형편 속에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까지 겹쳐 A씨가 심적으로 크게 흔들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남부분원이 1차 부검에선 A씨가 아내와 세 자녀를 살해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

A씨 가족의 시신이 발견된 차에는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고 문이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차 안에서 흉기와 수면유도제 등이 발견됐습니다.

현재까지 A씨가 아내와 세 자녀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인 뒤 흉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제3자의 범행 여부 등도 수사했지만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또 A씨가 왜 대출을 받았고 구체적으로 이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친척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어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A씨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씨 가족에 대한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는 이달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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