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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방송 출연했다가 들통난 15년 전 살인

30년 미제 사건…방송 다큐멘터리가 단서 제공

[월드리포트] 방송 출연했다가 들통난 15년 전 살인
현지 시간 14일 (토요일) 밤 11시, 미국 뉴 올리언스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잠복 중이던 FBI와 경찰은 호텔로 들어서는 로버트 더스트 (71세)를 체포했습니다. 이 남성은 뉴욕에 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분과 ‘뱅크 오브 어메리카’ 건물 등 15개의 고층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더스트 가문의 아들이자 상속인입니다. 그는 15년 전 한 여성 작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또 33년 전 부인의 실종 사건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FBI와 경찰이 15년과 33년이나 지나도록 풀리지 않던 미제 사건의 용의자로 그를 지목하게 된 데는 한 방송 다큐멘터리의 역할이 컸습니다. 그 전말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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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더스트의 부인이자 의대생이었던 ‘캐서린’이 실종됐습니다. 당시 38살이던 더스트는 자신이 부인을 집 근처 기차역에 태워다 줬는데 그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캐서린의 행방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캐서린이 더스트에게 이혼을 계속 요구했었지만 더스트가 받아들이지 않아 싸움이 잦았었다는 점을 들어 더스트를 핵심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증거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겨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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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00년, 경찰이 이 사건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FBI와 공조하면서 새로운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그러던 중, 더스트의 오랜 여자 친구이자 작가인 수전 버먼이 포착됐습니다. 수전은 LA에 살고 있던 작가로 아버지가 라스베거스를 주름잡던 갱단 보스였습니다. 수전은 분명 더스트 부인의 실종에 대해 알고 있다고 경찰은 믿었고 여러 정황상 실제로 그랬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경찰이 수전을 조사하려는 순간 경찰서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습니다. 2000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에 쓰여진 편지에는 수전이 자기 집에 숨져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경찰이 수전 집에 찾아갔을 때, 수전은 머리에 한 발의 총을 맞고 숨져 있었습니다. 다투거나 저항한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 처형하듯 그녀를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또 더스트를 의심했지만 그를 체포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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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실종 사건과 여친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증거 부족으로 체포되지 않았던 더스트가 15년만에 체포된 데는 앞서 얘기했던 한 방송 프로그램 때문이었습니다. 미 케이블 방송 HBO의 ‘The Jinx’라는 시리즈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 두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방송했는데, 수전의 양아들이 수전의 유품을 뒤지다가 발견한 편지 한 통이 단서가 됐습니다. 더스트가 수전에게 보낸 편지였습니다.
 
수전이 숨진 날, 경찰서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고 전해드렸는데, 그 편지에는 ‘비버리 힐스’라는 지명을 쓰면서 ‘Beverly’를 ‘Beverley’로 철자가 잘못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전이 숨지기 1년 전인 1999년 더스트가 수전에게 보낸 편지에도 Beverly를 Beverley로 잘못 써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필체도 같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게다가, 이 방송에서 더스트는 두 사건에 대해 캐묻는 방송팀들과 인터뷰도 했습니다. 물론 자기는 관련 없다는 것이겠죠. 그런데, 인터뷰 후 마이크가 여전히 켜져 있다는 것을 몰랐던 그는 중얼거리듯 "도대체 내가 뭔짓을 했던 거지? 그들을 다 죽이다니 말이야."라고 혼잣말을 한 것이 고스란히 녹음됐고 방송됐습니다. 자기에게 씌워졌던 세간의 의혹, 그리고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나겠다며 무죄를 항변하기 위해 출연한 방송에서 살인 혐의를 고백하듯 내뱉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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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는 이미 법정 재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살인 혐의로 말입니다. 더스트는 1982년 부인이 실종된 뒤 텍사스로 이주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웃 남성인 ‘모리스 블랙’을 토막 살해한 뒤 바다에 버린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당시에는 증거가 확실했지만 더스트는 재력을 바탕으로 소위 잘 나가는 변호사 3명을 고용해 ‘정당 방위’로 무죄 방면될 수 있었습니다.
 
아내의 실종, 그리고 여자 친구 살해 혐의로 체포된 더스트는 이번에도 유능한 변호사들을 고용했습니다. 변호사들은 더스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앞으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됩니다. 과연 더스트는 부인과 여자 친구를 살해했을까요? 아니면 그저 우연하게 두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피해자일까요? 대부분 미국 언론은 확정적으로 쓰고 있지는 않지만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더스트를 체포하게 만든 HBO의 다큐멘터리 ‘The Jinx’의 마지막 편은 현지시간 15일, 미국 전역에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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