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곱창 가격 왜 비싼가 봤더니…

곱창가격 전격 해부

[취재파일] 곱창 가격 왜 비싼가 봤더니…
‘왝 더 독(Wag the do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입니다.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지 꼬리가 개를 흔들다니요. 그래서 이건 보통 앞뒤가 바뀐 비상식적 상황을 얘기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국내산 소 곱창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소를 개라고 치면 곱창은 꼬리 정도겠지요. 하지만 음식점에서 소 부산물에 속하는 곱창이 쇠고기 가격과 맞먹습니다. 두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음식점이 폭리를 취하든가, 유통 단계에서 쓸데없는 마진이 많이 붙든가 말이죠. 그래서 따져봤습니다.

일반 곱창집에서 곱창 가격은 1인분(200g 기준)에 1만 7천 원 정도 합니다. 더 싼 곳도 있지만 물가가 비교적 싸다는 대학교 인근 곱창집을 기준으로 살펴본 겁니다. 이보다 훨씬 비싼 집도 있습니다. 1인분(180g 기준)에 2만 7~8천 원까지 하는 곳도 있습니다. 도대체 곱창집 사장님은 곱창을 얼마에 사와서 이 정도 가격에 파는 걸까요?

그래서 막 도축한 소의 곱창이 처음 도착하는 도매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업체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정확한 가격을 듣기 위해 새로 곱창집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고 신분을 속였습니다. 600g 기준 소 곱창은 7천 원, 대창은 4천 원에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200g으로 따지면 곱창집 사장님들의 경우 곱창은 2천3백 원, 대창은 1천3백 원 정도를 주고 물건을 받아오고 있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1만 7천 원에서 2천3백 원을 뺀 1만4천7백 원 정도가 곱창집 사장님의 마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정도면 폭리일까요? 전 그렇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매일 신선한 곱창을 떼어 와서 손질을 하는 노동력과, 가게 임대료에 종업원 임금, 그리고 숯불 또는 다른 연료비와 기타 식자재 비용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에 곱창집 사장님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폭리라고 볼 수 없는 구조일 겁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뭐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죠. 문제는 ‘막 도축한 소 곱창’의 비상식적인 유통 과정에 있었습니다. 소 곱창은 도축장에서 고기와 함께 발라져서 1차 도매업체로 건너갑니다.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 경북 고령과 전남 나주 등 전국 4곳의 공설 도축장은 모두 비슷한 체계를 갖추고 있고요.

그런데 이상한 건 소 곱창이 진짜로 1차 도매업체로 넘어가기 전에 소를 사들이는 ‘중도매인조합’이라고 하는 단체에 서류상으로만 먼저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2001년부터 그래왔으니 벌써 15년 째입니다. 규모가 국내 전체 물량의 40%나 됩니다. 이 조합은 서류로만 받은 곱창을 자신들이 지목한 1차 도매업체에 넘기면서 소 한 마리 부산물 당 2~3만 원의 현금을 받아 챙기고 있었습니다. 쓸 데 없는 유통 단계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으니 공급가는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나머지 60%의 물량도 15개 안팎의 특정 도매업체들에 역시 비슷한 기간 동안 독점 공급되고 있었습니다. 곱창을 최상위에서 우선 독식한다는 점에서 ‘중도매인조합’과 별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두 집단이 틀어쥐고 있는 한, 곱창의 유통가와 최종 소비자가가 탄력성을 갖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쇠고기의 경우 도축 이후부터 자유 경쟁 체제로 도매업체에 넘어가는데 곱창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중도매인조합’이 농협유통에서 쇠고기를 사주는 ‘큰손’이기 때문에 부산물을 처분할 1순위 자격을 그냥 줘온 겁니다. 농협유통은 또 “내장은 금방 변질되기 때문에 자유 경쟁 체제로 놔둘 경우 아무도 안 가져가는 일이 벌어지면 그냥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곱창 사랑에 비추어 보면 ‘그냥 버려지는 일’ 따윈 안 생길 것 같은데 좀 궁색한 해명이 아닐까 싶네요.

결국 불필요한 유통 과정에서 붙는 수수료와 곱창 독점 체제가 고착화 시킨 이런 구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비싸진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마침 인천지검 부평지청에서 관련 자료를 계속 모으며 수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조금 더 싸게 곱창 먹을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8뉴스] '고기보다 비싼 곱창' 왜?…이상한 유통 수수료
▶[카드뉴스] 곱창이 등심만큼 비싼 이유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