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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제초제 살인'은 어떻게 드러났나

[취재파일] '제초제 살인'은 어떻게 드러났나
10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리고 前 남편, 시어머니, 그리고 재혼한 남편까지 세 명을 살해한 여인. 일명 ‘제초제 살인 사건’은 어떻게 드러났을까? 사건 수사에 관여한 보험사와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의 설명은 대략 이렇다.

보통의 보험사기가 그렇듯, 이런 종류의 범죄는 경제적 능력을 벗어나, 과도한 보험료를 내면서까지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시점, 갑작스런 사망과 거액의 보험금 청구. 보험회사는 이런 경우 보험금 수령자를 사기 의심 리스트에 올리게 마련이다. 관건은 증거다. 수사 권한이 없는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혐의 입증이라는 높은 벽에 부딪히곤 한다. 경찰로 하여금 수사에 나서게 할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 ‘제초제 살인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보험회사는 의심했지만 입증할 수 없었다. 그런데 범인이 재혼한 남편의 누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동생(=범인의 두 번째 남편)이 갑작스런 투병 끝에 사망하자 문득 예전 어머니(범인의 시어머니)가 종종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바로 “새 아기(범인)가 해 준 음식을 먹으면 속이 안 좋다”는 어머니의 하소연. 누나는 사망한 동생의 장례를 치르기 직전에 동생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보관해 뒀다고 했다. 그리고 보험회사와 함께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숨진 동생은 화장을 한 터라 머리카락이 유일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터였다.

수사는 본격화됐다. 사망한 동생의 머리카락은 국과수로 보내졌다. 여러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의심스러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돌아가신 어머니(범인의 시어머니)에 대한 부검도 이뤄졌다. 부검 결과 제초제 성분이 나왔다. 여인의 혐의를 입증하고 자백을 받아 낸 결정타가 됐다.
보험금 노리고 두
보험회사와 금감원을 놀라게 했던 것은 범인이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게 한 행동이었다. 첫 남편에게서 난 딸도 범행 대상이었다는 게 경찰의 수사 결과였다. 음식물에 제초제를 조금씩 섞어 딸에게 줬고, 딸은 최근까지 세 번이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범인은 딸의 입원보험금 700만 원을 받아 챙겼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첫 남편과의 사이에선 아들도 하나 있었다. 이 아들은 수사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그런데 이 아들도 피해자들과 비슷한 폐렴을 앓았던 기록이 나왔다. 이 아들도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는 정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들은 군대 간 덕분에 살았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후에 "추론을 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아들에게서도 어떤 범행의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고 정정했다. 보강 수사의 몫으로 남겨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범인은 받아낸 보험금으로 스키와 고가 자전거 등 레저 활동을 즐긴 것은 물론, 골드바도 다량 구입했다”고 전했다. 범인이 자백한 것은 21개였다고 한다. 이 골드바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한 경우도 있다는데 “아직 일부 골드바의 경우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고 금감원 관계자는 덧붙였다. 나중에 쓰려고 범인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의심을 부르는 정황이다.

금감원 보험조사국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사기 의심 사건을 통보받거나 자체 기획조사를 벌인다. 자체 기획조사는 보험계약 정보가 담긴 전산망을 활용해 금감원이 사기 의심자들을 압축하는 과정이다. 보험사기 의심의 정도는 전산을 통해 점수로 수치화되기도 한다. 이렇게 금감원이 조사한 뒤 경찰에 수사를 통보하는 보험사기 혐의자 중 70~80%는 검찰에 송치된다고 한다. 대부분 사기 혐의가 입증돼 처벌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럼 검찰에 송치되지 않은 나머지 20~30%는? 금감원 보험조사국 관계자는 “나머지 20~30%도 결백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증거 부족 등 수사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조금이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사기 혐의자로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에 통보하는 것은 ‘정말 사기꾼’이라는, 100% 가까운 확신이 설 때라는 설명이다.  

“일차적으로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된다고 해도 그 혐의자들은 언젠가 (우리와) 또 만나게 된다. 보험사기라는 게 중독성이 강한 범죄라서 그렇다. 혐의를 벗게 되면 완전 범죄라고 믿게 되고, 언젠가는 그런 완전 범죄의 환상에 다시 빠져들게 된다. 보험사기는 처벌받지 않으면 반드시 재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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