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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시장도 스마트 시대, "예술작품 감상, 어렵지 않아요!

에밀레종_400
'성덕대왕신종'이라고 기억하시나요? 국보 제29호로, '봉덕사종'이라고도 합니다. 높이가 3.6미터에 달하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최대의 범종입니다. 이 종을 만드는 데 사용된 구리만 12만 근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왕생극락을 빌기 위해 만들려던 종입니다. 그런데 경덕왕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자 아들인 혜공왕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종을 완성했습니다. 당연히 당대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장인들이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엄청난 크기뿐 아니라, 아름다운 무늬와 양식도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범종 가운데 최고로 꼽힙니다.

미술이나 역사 과목 시험에도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종이지만, 안타깝게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얼마 안 가 이 이름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성덕대왕신종이라고 하면 생소해하던 사람들이 '에밀레종'이라고 하면 바로 "아하, 그 종!"합니다. 그렇습니다. 성덕대왕신종이 바로 그 에밀레종입니다.

똑같은 유물인데 사람들이 성덕대왕신종은 쉽게 잊어버리면서 에밀레종은 훨씬 잘 기억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름의 유래가 된 전설 때문일 겁니다. 이 종을 만들 때 어린아이를 집어넣었다는 전설 말입니다. 에밀레라는 이름도 그래서 나왔습니다. 이 종을 치면 나는 소리가 어머니를 부르는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따지고 보면 소리야말로 종의 존재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박물관에서 종을 볼 때 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완)[취재파일]
국립중앙박물관 금속공예실에 가면 역시 국보인 천흥사종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려시대인 1010년에 만든 종으로 현존하는 고려시대 범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입니다. 그동안은 전시장 한편에 놓여있는 종을 눈으로 보는 데만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일단 스마트폰에 'AR큐레이터'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어플입니다. 어플을 다운받은 뒤 스마트폰을 천흥사종 앞에 대면 스크린에 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오고, 이어 플레이 버튼이 나옵니다. 버튼을 누르면 웅장한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실물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입니다.

유물들이 전시된 유리장 안을 살펴보면 천흥사종 말고도 꽤 많은 유물에 'AR' 표시가 붙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대면 색이 바래고 무뎌져 있던 무늬가 선명하게 확대돼서 튀어나오고, 비어 있던 촛대에 환하게 불타는 초가 짠~하고 나타납니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우와!" 탄성을 쏟아냅니다.

뿐만 아닙니다. 금속공예실 한편엔 대형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있습니다. 메뉴를 누르면 각종 유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이 '디지털 돋보기'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해 보듯이 유물을 360도 상하로 회전시켜가며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완)[취재파일]
디지털 돋보기가 처음 도입된 곳은 삼성미술관 리움입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로비 한쪽 벽에 대형 모니터 석 대가 달려 있고 그 아래 작은 터치스크린이 있습니다. 8천만 화소로 촬영된 유물 사진을 360도 회전시키며 원본의 6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장비입니다. 모니터 바로 옆에는 실제 유물이 함께 전시돼 있기 때문에 실물과 영상을 비교하면서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디지털 가이드를 통해 작품들을 더 쉽고 편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흔히 봤던 '오디오 가이드'의 디지털 버전입니다. 오디오 가이드는 이어폰을 꼽고 작품 옆에 붙어있는 번호를 누르면 간략한 설명이 나오는 기계입니다. 디지털 가이드는 HD급 해상도와 5.5인치 대화면 단말기를 이용해 음성은 물론 영상 정보까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스크린에서 유물을 돌려보고 확대해 볼 수 있는 터치 기능을 장착한 것은 물론, 작품에 따라 일일이 번호를 눌러주는 수고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천장에 붙은 적외선 센서를 통해 작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각각의 작품을 스스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길 땐 '상설전 하이라이트' 메뉴를 누르면 됩니다. 디지털 가이드가 알아서 놓치지 말아야 할 주요 작품들을 골라줍니다. 좀 전에 아래층에서 봤던 작품 이름이 뭐였더라 궁금하면 계단을 다시 내려갈 필요 없이 '작품 다시보기' 메뉴를 누르면 됩니다. Beam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관람객은 디지털 가이드에 마주 대기만 해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작품의 이미지를 다운받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기술' '테크놀로지'라는 단어는 '예술'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공립과 사립을 가릴 것 없이 많은 전시장이 최근 경쟁적으로 '디지털' 기술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전시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강국이다보니 우리나라의 디지털 관람 환경은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들도 부러워할 정돕니다. 그동안 '예술'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분들은 고민하지 말고 전시장에 나가보시기 바랍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이 여러분과 '예술'의 거리를 훨씬 좁혀줄 겁니다. 

▶ 전시장에 첨단 기술…관람도 스마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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