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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난민 거부된 아프리카인 "한국 정부, 미워하지 않아"

* 대담 : 이일 변호사 (공익법센터 어필)

▷ 한수진/사회자:
버거와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인천공항에서 몇 달째 오도 가도 못한 채 지내고 있는 한 아프리카인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 난민신청이 거부됐지만 내전이 계속되는 고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작한 소송이 결실을 맺어서 드디어 정식난민심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이 아프리카인에게 법률 지원을 해온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 전화로 만나서 말씀 들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 사건 보면서 영화 떠올리는 분들 많더라고요. ‘터미널’이라는 영화와 좀 비슷한 상황 아닌가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네, 공항에서 계셨던 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비슷한 내용이고요. 영화 ‘터미널’ 같은 경우는 뉴욕 JFK 공항에서 있었던 일인데, 이분 같은 경우는 상황이 약간 달랐지만,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던 상황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입국도 되지 않고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공항에서 5-6개월 동안 머물렀기 때문에 비슷한 면도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6개월 동안이나?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언제 어떤 이유로 한국에 온 거죠?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2013년 11월 정도에 한국에 도착을 하셨어요. 자세한 개인적인 상황은 다 설명은 드릴 수 없지만, 이 분이 계셨던 나라에 어떤 내전과 같은 상황이, 아까 전에 앵커님 말씀하셨던 것처럼 있었는데요. 내전이라는 게 상시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는 의미보다는, 징집이 돼서, 군대에 가게 되면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거나 학살에 가담해야 되는 문제가 많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많이 주목이 돼서 많은 인권침해의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많은 권고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그런 곳인데.

이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가야 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징집을 해야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자기가 계속해서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는 부대에 징집됐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약간 양심적 병역 거부의 일환일 수도 있는데, 전쟁 자체를 완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정부가 서로 동족들을 향해서 하고 있는 전쟁을 일단 받아들일 수 없고, 무엇보다 이 전쟁에 참여해서 가게 된다면 나는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쏘거나 전쟁범죄에 가담해야 될 수 있는데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 피신해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고 다른 나라를, 급히 피신할 나라를 찾다가 한국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한국에 와서 난민신청을 했는데, 근데 거부됐던 모양이에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네, 난민신청을 했는데 거부된 거죠. 지금 제도상으로는 난민신청을 일단 공항에 와서 도착을 해서 하게 되면 사전심사 같은 일종의 제도가 있습니다. 그 사전심사를 통과해야 입국이 허가되고, 난민신청이 정식적으로 한국 내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게 되는 건데. 일단은 그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셨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아예 사전심사부터 안 된 상황이었군요. 뭐가 문제였던 건가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사전심사라고 하는 게, 입법 취지는 그런 거예요. 정말 난민이 아닌, 정말로 아닌데 완벽하게 거짓말로 하는, 명백히 이유 없는 사람들의 신청은 받아주지 않겠다, 그걸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 이용됐던 건데요. 그런데 이번에 진술을 처음에 듣다가 약간 언어도 아랍어고, 다양하게 통역이 충분히 보장되거나 이런 언어상의 좀 통역의 문제들도 있었고요.

이야기할 때 진술이 흔들리거나 앞뒤가 안 맞는 걸 당국에서 보기에 ‘어, 난민이 아닐 가능성이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거짓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거짓말이 아닌가라는 의심만으로 회부하지 않으면 안 되고, 명백하게 이유 없는 것이 확인되지 않으면 일단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맞았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통과가 안 됐었던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난민신청을 이렇게 거절을 당했는데,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없었던 모양이죠?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그렇죠. 입국이 거부되면 비행기를 타고 왔던 곳으로 다시 송환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른 곳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머물러있었던 거죠.
인천국제공항 캡쳐_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인천공항에 계속 머물러있었던 거고, 근데 공항 어디에 있었던 건가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한국에 ‘송환대기실’이라는 장소가 있습니다. 송환대기실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지는 않은 장소인데, 영화 터미널 같은 경우에 보시면 입국이 거부되었으면, 거부된 사람 같은 경우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지만 공항에 있는 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소위 환송구역 같은 곳이나 이런 곳에 그냥 머물러 계실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송환대기실이라는 어떤 법률적인 근거는 없는데, 약간 실무적인 필요에 의해서 항공사들이 같이 협의해서 어떤 단체를 만들어서 사실상의 구금시설 같은 곳을 만들어 놓았어요.

그래서 입국이 거부된 분들이 거기에 머물러 계시다가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돌아가게 되는 형태를 취하게 되는 건데. 단기간의 생활만 예정한 시설인 거예요. 보통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은 하루 이틀 비행기 표만 생기면 돌아가기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데, 난민신청자들 같은 경우는 사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입국이 거부된다거나, 돌아가면 박해의 위험이 있다 말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결국 돌아갈 수 있는 규범적인 자유가 없는 거잖아요. 돌아갔을 때 엄청난 박해를 받거나 이런 걸 주장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분들 같은 경우에 이곳에서 생활이 길어지게 되고, 그래서 그곳에서 침구도 열악하고 호텔 같은 시설은 전혀 아닌, 음식도 뭐 치킨버거, 햄버거, 콜라, 이런 것만 지급될 수밖에 없는데. 이것만 장기간을 먹으면서 버티실 수밖에 없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건강도 상당히 안 좋겠는데요, 몇 달째 버거와 콜라만 먹었다고 하니까?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예, 좀 상상이 안 가는 얘기이긴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힘들었겠어요. 그래서 소송을 시작한 건데, 정확한 소송명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한 세 가지 정도 있었던 소송인데요. 하나는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라는 거고요. 사전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것이 위법하니까 취소하고 입국을 허가해달라는 소송을 처음으로 한 번 제기해봤던 거고. 두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던 송환대기실이라는 그 시설이 구금시설인데, 법률적인 근거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위법한 시설이니까 구금에서 이 분을 나가게 해달라, 인신보호법 청구소송이라는 게 하나 있었고요.

세 번째는 이 분이 5개월 동안 그곳에 계셨는데 사실 저랑도, 변호인이랑도 전화로밖에 통화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요. 만날 수가 없었거든요. 변호인접견이라든가 전혀 제도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저희가 헌법소원을 내서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을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냈었는데, 역시 변호인 접견을 허용하라는 가처분 결정이 나와서 앞으로 제도화가 일정부분 돼서 변호인 만날 수 있게 되었고. 난민심사 첫 번째 요건도 통과가 돼서 입국할 수 있게 되었고, 송환대기실에서도 위법한 구금이니까 어서 풀어주라고 해서 풀어줄 수 있었던.

▷ 한수진/사회자:
그럼 지금은 공항에 있는 게 아닌가 보죠?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네, 지금 공항에 계신 것은 아니고요. 5개월 정도 송환대기실에 계셨다가 한 2주, 20일 정도 바깥에 환송구역에서 머물다가 결국은 1심 소송의 결과로 입국이 되어서 그 이후에는 사실 한국 안에 계신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소송은 참 잘 돼서 다행이네요. 이런 소송이 전례가 있었던 소송인가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아닙니다. 일단 전례는 없었던 소송들이고요. 그런 게 사실 아까 말씀드렸던 사전심사제도라는 것 자체가 예전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아예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해도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직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다, 그러니까 접수할 의무가 없다, 이런 해석을 해서 그냥 다 돌려보냈어요. 근데 이번 사전심사제도가, 난민법이 2013년 7월부터 시행되면서 새롭게 들어왔던 제도인데, 사전심사제도라는 게 생기다 보니 그게 위법하게 됐을 때 취소할 수 있는 길이 생겨서 첫 번째로 했던 거고요. 변호인 접견도 그렇고 송환대기실 문제도 다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것들인데 사법부에서 다 좋은 판단을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의미 있는 소송이었네요. 변호인께서도 큰일을 하신 것 같은데.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아,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동안 마음고생도 심하고 해서 한국에 대해서도 서운했었을 텐데 좀 나아졌을지 모르겠네요. 어떻습니까?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네, 한국을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이런 건 당연히 없고요. 이 난민 분께서 상당히 긍정적이고 밝은 분이세요. 그래서 어떻게 그런 상황을 버틸 수 있었을까. 5개월 동안 아무런 미래도 없고, 자기가 들어갈 수 있을지 아무런 것도 알 수 없고, 연락이 오는 것은 변호사한테 연락이 오는 전화가 오는데 이 변호사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돌아가면 위험하고 이런 불안한 상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낙천적이고 밝은 마음이 있어서 결국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고요.

한국에 대해서도 그래서 뭔가 되게 한국 정부에 대해서 그렇게 미워하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라 여태까지 기회를 부여해준 것에 대해서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국에서 도와준 한국 변호사들 아니면 다른 단체들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많이 표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짧게 좀 답변 부탁 드릴게요. 혹시 난민 무작정 허용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걱정하는 분도 있으실 텐데. 뭐라고 답변하시겠어요?

▶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그러니까 난민들에 대한 이해가 저희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고요. 막연히 난민들은 위험하고 불안한 존재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든가 이런 문제들이 좀 있는데. 난민이 어떤 분들인지를 설명이나 대화가 많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고. 저희가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고 이런 나라에서 우리 파이를 빼앗아가고, 그런 사람으로 이해하지 않고 더욱더 풍요롭게 하는 다양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좀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일 변호사였습니다.

▶ 인천공항서 6개월 산 아프리카인…한국판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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